칸영화제 진출감독에 이례적 제재

중국 당국의 승인 없이 올해 칸영화제에 영화 '여름궁전'을 출품했던 러우예(婁燁) 감독에게 5년간 영화제작금지 처분이 내려졌다. 제작금지 처분 외에 필름과 영화상영 수익이 몰수되었다.

중국 영화관리조례에 따르면 '허가 없이 외국영화제에 참가하면 필름과 수익을 몰수할 수 있으며 관련자는 향후 5년간 영화업에 종사할 수 없다'고 규정되어 있으므로, '현행법상 최고형'이 내려진 셈. 뿐만 아니라 6월 당시에는 해당작이 칸영화제에 출품되었다는 소식에 대한 보도금지령이 내려지기도 했다.

'여름궁전'은 1989년 톈안먼(天安門) 사태를 배경으로 2남1녀의 삼각관계를 다룬 영화다. '북경자전거'로 베를린국제영화제 남우연기상을 받은 추이 린이 출연하기도 했다.

톈안먼 사태 뿐 아니라 베를린장벽 붕괴, 옛 소련의 민주화혁명, 노골적인 정사 장면 등 당국이 금기로 하는 소재들이 대폭 삽입되어 당국의 검열을 통과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되었다. 중국 광전총국이 공식적으로 내세운 사유는 '소리와 화면이 깨끗하지 않다'는 것.

제작진이 바로 다음날 수정판을 심사에 제출했으나 거절되었다는 점에서 대외용 핑계임이 역력하다. 중국은 톈안먼 사태와 자오쯔양(趙紫陽) 당시 총서기에 대한 재평가를 엄금하고 있다.

'여름궁전'은 2000년 부산영화제 부산프로모션플랜(PPP) 프로젝트로 제작되었으며, 당시 부산상을 받고 지난 칸영화제의 장편 경쟁부문에 유일하게 출품된 아시아영화로 그 작품성을 인정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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