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보수당 첫 호남 출신 대표 축하’ 속 ‘경계심’ 고조

▲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장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장실을 인사차 찾은 이정현 새누리당 신임 대표를 맞이하며 악수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 원명국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친박계 이정현 의원이 지난 9일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되면서 이에 대해 야권도 어떤 대응을 내놓을지 부심하고 있다.
 
당선 당일엔 일단 보수정당 최초의 호남 출신 대표라는 점과 이로써 여야 3당 모두 호남 출신이 됐다는 미증유의 상황을 감안해 충돌을 자제했지만 하루 뒤인 10일부터는 탐색전에 돌입해 견제구를 날리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이 의원이 출신지역을 떠나 박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린 만큼 향후 당청관계가 긴밀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여러 현안을 놓고 박 대통령과 신경전을 벌여온 야권으로선 이전보다 한층 강도 높게 여당과 충돌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 與 이정현 대표, ‘당청관계’ 강화 본격 시동
 
새누리당 전당대회로부터 약 한 달 전인 지난달 8일 박근혜 대통령은 새누리당 국회의원 전원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가진 가운데 “정부의 성공이 국민을 위한 것이고, 당의 미래가 국민에 달려있다는 것은 항상 같다”며 국민을 위해 당·정·청이 하나가 돼야 된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이에 그치지 않고 박 대통령은 전대 당일인 지난 9일 역시 축사를 통해 “당원 동지들이 정부에 힘을 모아주고 우리 모두가 혼연일체가 돼 노력한다면 나라가 편안해지고 경제도 반드시 되살아날 수 있다”며 재차 ‘당청관계 강화’를 촉구했다.
 
이런 박 대통령의 주문에 화답하듯 이정현 신임 새누리당 대표는 전대에서 당선된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를 통해 향후 당청관계와 관련, “박 대통령이 갖고 있는 국정철학에 대해 누구보다 많이 이해하고, 알고 있는 편이라 생각한다”며 “당연히 (청와대와) 집권여당이 공동운명체로서 그런 일들을 제대로 실현할 수 있도록 당 대표로서의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또 하루 뒤인 10일 대표직 첫 일정으로 나선 서울 국립현충원 참배 자리에서도 기자들에게 “차기 대선은 예정된 정치 일정 가운데 하나”라며 “내년 대선도 중요하지만 (박 대통령 남은 임기인) 1년 6개월은 대통령을 중심으로 국가, 국민, 민생, 경제, 안보를 챙기는 게 시급하다”고 국정운영을 뒷받침하는 데 방점을 둘 것임을 천명했다.
 
▲ 이정현 새누리당 신임 대표는 10일 자신이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기조를 잘 이해하는 만큼 이를 돕는 데에 중점을 두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시사포커스 / 원명국 기자

여기에 같은 날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의 축하 예방을 받은 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도 “저는 그 어떤 누구보다도 박근혜 대통령님의 정치 철학, 국정운영의 방향, 또 국가와 국민에 대한 열정과 또 위하는 마음, 이 부분에 대해선 저는 당내 누구보다도 제가 잘 알고 있는 사람 중의 한 사람”이라며 박 대통령의 뜻을 헤아려 그대로 이행할 수 있음을 역설했다.
 
특히 박 대통령과의 긴밀한 관계를 과시하듯 그는 “대통령과 13년 같이 정치 동반자로서 해오면서 당 대표 시절에 또 백의종군시절에 또 대통령으로 계실 때 함께 일해 왔다”며 “정말 대통령하고 가장 많은 직접적인 통화를 한 사람 중의 한명이 저일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는 이전 지도부들과는 달리 자신은 박 대통령과 소통을 원활히 할 수 있고 청와대와 정부를 잘 지원할 수 있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인데, 이에 김 수석이 “직접 대통령께 전화하셔도 된다”고 하자 “저는 그렇게 하겠다”고 즉각 답변했다.
 
이 뿐 아니라 이 대표는 박 대통령에 각을 세워온 김무성 전 대표, 유승민 전 원내대표 등 비박계 측을 겨냥해선 “대통령과 맞서고 정부에 맞서는 것이 마치 정의이고 그게 다인 것처럼 인식을 갖고 있다면 여당 소속의원으로서 자격이 없다”며 “여당과 야당이 똑같이 야당이 돼 가지고 대통령과 정부를 대하려고 한다면 그건 여당이 자기 본분과 지위, 신분을 포기한 것”이라고 직격탄까지 날렸다.
 
이처럼 당청관계를 강화시키려는 이 대표의 강력한 의지에 청와대에서도 그가 당선된 지 불과 이틀만인 오는 11일 새 여당 지도부와 오찬 회동을 갖기로 결정해 이 자리에도 박 대통령과 어떤 이야기를 나눌 것인지 벌써부터 관심이 쏠리고 있다.
 
◆ 野, ‘당청관계 시동 조짐’에 ‘기선제압’ 나서
 
그간 계파 대결로 분열된 새누리당 상황으로 상대적으로 반사이익을 누렸던 야권은 친박 성향이 강한 이 대표가 당권을 쥐고 당청관계 강화에 나설 조짐을 보이자 당장 경계심을 드러내며 그가 당선된 지 하루 만에 축하에서 비판으로 급거 입장을 번복했다.
 
먼저 더불어민주당은 10일 오전 열린 비대위에서 당청관계 강화에 주력하려는 이 대표를 향해 한 목소리로 경고하고 나섰는데, 김종인 더민주 비대위 대표는 “새로 선출된 이정현 대표가 그간 박 대통령을 가장 가까이서 모셔온 분이기 때문에 대통령에 대한 협의도 누구보다 잘 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여소야대 국회에서 청와대와 여당의 협조만으로는 일이 성사될 수 없다”고 꼬집었다.
 
한 발 더 나아가 김 대표는 “얼마 안 있으면 정기국회가 시작되고 여기서 내년 예산안을 통과시켜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타협하지 않으면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없다”며 “여소야대 상황에서 정부 여당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고 종전과 같은 사고로는 문재해결이 안 되는 것을 여당 스스로 인정해야 한다”고 몰아세웠다.
 
뒤이어 우상호 원내대표도 이 자리에서 이 대표가 박 대통령과 빈번하게 소통할 수 있는 측근임을 들어 “민심을 청와대에 잘 전달해 대통령과 청와대가 변화하는 역할을 집권당의 대표가 해준다면, 대한민국에는 변화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청와대의 지시를 충실히 수행하는 길을 택한다면 순탄하지 않을 것”이라고 압박했다.
 
특히 우 원내대표는 “이 대표와 박근혜 대통령의 관계가 워낙 특수하기 때문에 우려가 있다”고 덧붙여 당청관계가 강화되는 데 대해 강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이밖에 같은 당 설훈 의원도 이날 오전 YTN라디오에 출연해 이 대표의 당선을 겨냥해 “친박이 득세하는 것인데 도로 새누리당이 된 셈이니 우리로서는 상대하기 쉬운 상대”라고 일침을 가했으며 국민의당에선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조간신문은 ‘도로친박당’이라 대서특필했다”고 에둘러 비난했다.

다만 박 위원장의 이 같은 반응은 세월호 관련 ‘이정현 녹취록 공개’ 파문이 일어났을 당시 청와대에 사과를 요구한 만큼 자연스럽지만 국민의당 내 다른 의원들은 박 위원장과 사뭇 다른 견해를 피력해 이목을 끌었는데, 호남 출신인 주승용 의원은 이날 전주에서 열린 현장 비대위에서 “보수당 최초 호남 당대표가 나온 건 축하할 일”이라는 평가를 내놨고, 조배숙 의원은 “정치가 변하고 있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며 긍정적 반응을 내놨다.
 
이런 가운데 이 대표는 이날 여소야대란 현실을 인식해 이날 더민주에 인사차 방문해 김 대표에게 “노무현 대통령 시절 박 대통령이 야당 대표를 하던 당시 ‘먹고 사는 문제는 절대 싸우지 않겠다. 조건 없이 협조하겠다’고 말했다”면서 더민주에 향후 민생 현안에 대해 각별히 협조해줄 것을 요청했는데, 김 대표는 “(여당의 협조 요구에) 전적으로 협력할 용의가 충분히 있는 사람인데, 여소야대를 극복하려면 여당이 다소 양보를 해줄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기 싸움을 벌였다.
 
그러면서도 두 대표는 우선 최근 폭염 속에 누진세 체계로 논란이 되고 있는 전기요금 체계 문제에 관해 의견을 나눴는데, 김 대표가 전기요금 체계 개선 필요성을 제기하자 이 대표는 일단 산자부와 한전의 얘기를 들어본 뒤 야당과 협의하겠다며 검토 가능성을 열어놔 청와대의 ‘예스맨’이 아니라 야당과 ‘협치’를 할 여지도 보여줬다.
 
이렇듯 일부 협치 가능성도 내비치면서 이 대표가 여소야대 속에서도 청와대와 야당과의 ‘중재자’ 역할을 잘 해나갈 것인지 기대도 모아지고 있는데, 맹목적으로 박 대통령의 뜻만 따를 것이라 보는 야권의 시선을 의식한 듯 그는 이날 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과 만난 자리에서 “협조할 건 협조하고 비판할 건 비판하는 그러한 입법부의 일원과 집권여당 구성원의 일원으로서 역할은 어떤 쪽도 소홀함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이 대표의 지난 행보에서 일관되게 박 대통령을 맹종하는 경향이 나타났기에 청와대 수석에서 당 대표로 그 직책이 달라졌다 한들 큰 변화가 있겠느냐는 시선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박 대통령이 임기 말 레임덕을 가장 우려해온 만큼 새 당 지도부가 차기 정권 재창출을 위한 대선 준비보다도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돕는 데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힌 시점에서 국정동력을 잃지 않기 위한 ‘예스맨’을 당 대표에 앉힌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아울러 이 과정에서 박 대통령이 강조해온 노동개혁, 경제활성화법 등의 처리를 놓고 야당과의 갈등은 격화될 것이 명약관화한데, 이 대표가 박 대통령의 메신저 역할을 자임하게 되면 또 다시 여야가 평행선만 달리며 19대 국회 막바지 때와 마찬가지로 정국이 정체 국면에 들어갈 수도 있다는 우려 역시 불거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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