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6단계 전력소비 패턴 반영 못해

▲ 냉장고, 에어컨 등 가전제품이 필수로 자리 잡은 지금 전력소비 패턴을 반영하지 못한 종전의 누진제를 손봐야 한다는 것. 누진제가 적용되지 않는 산업용과 달리 가정용에 전기를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단가가 올라가는 누진제가 적용되고 있다. 사진/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김용철] 올 여름 기록적인 폭염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누진제를 알지 못하고 냉방기를 사용하다가 요금폭탄을 맞는 가구들이 속출하고 있다.

이에 전기요금 누진제 폐지 여론이 들끓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는 국민여론에 귀를 닫고 한전은 직원연수 및 자회사에 이익 몰아주기 의혹 등 국민정서에 동떨어진 자태를 보인 것이 누진제 폐지에 기름을 붓고 있다.

◆취지는 공감 가정용만 누진제 ‘불만’
누진제는 전기 사용량에 따라 전기요금 단가를 높이는 제도로 1974년에 처음 가정용에만 도입됐다. 누진제 도입 당시 정부는 고유가 상황에서 에너지 절약을 유도하기 위한 취지였다. 현재는 고유가도 아닌 저유가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고 냉장고, 에어컨 등 가전제품이 필수로 자리 잡은 지금 전력소비 패턴을 반영하지 못한 종전의 누진제를 손봐야 한다는 것.
▲ 실제 명동 및 강남 등 이동인구가 많은 밀집 상가지역엔 에어컨을 켜고 문을 연 상태에서 영업을 하는 상가들이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대부분이 이처럼 영업하는 이유는 누진제 영향이 없기 때문에 전기요금 폭탄 부담이 덜하다는 인식이다. ⓒ뉴시스

누진제가 적용되지 않는 산업용과 달리 가정용에 전기를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단가가 올라가는 누진제가 적용되고 있다. 누진제 취지는 공감하지만 전기사용 여부에 따라 최대 11배 차이가 나기 때문에 무더운 날씨에도 가정에서 에어컨을 맘대로 쓸 수 없는 현실이 반영되지 못한 규제라는 목소리가 높다. 또한 상업용 전기요금 체계를 사용하는 기업 및 일반 상가들은 누진제를 적용받지 않기 때문에 전기를 펑펑 쓰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크다.

실제 명동 및 강남 등 이동인구가 많은 밀집 상가지역엔 에어컨을 켜고 문을 연 상태에서 영업을 하는 상가들이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대부분이 이처럼 영업하는 이유는 누진제 영향이 없기 때문에 전기요금 폭탄 부담이 덜하다는 인식이다.

명동에서 핸드폰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는 이모씨(35세)는 냉방기를 켜고 문을 여는 영업행태에 대해 “이동인구가 많은 곳이라 손님들의 출입이 잦다보니 문을 열어 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며 “그렇다고 에어컨을 틀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고 영업에 애로점이 많다”고 하소연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전기사용 비중은 상업용 전기가 85%에 육박 사용 비중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지만 가정용 전기 비중은 전체의 15%에 불과하다. 현행 전기 요금은 전기를 사용하는 용도에 따라 가정용, 일반용, 교육용, 산업용 등으로 구분해 차등 적용 중이다. 이 중 가정용 전기요금에만 누진제를 적용하고 있다.

◆누진제 개편 ‘부자감세’ 논란
▲ 사용량 요금제의 구간은 1단계(사용량 100㎾h 이하), 2단계(101~200㎾h), 3단계(201~300㎾h), 4단계(301~400㎾h), 5단계(401~500㎾h), 6단계(501㎾h 이상)로 구분된다. ⓒ뉴시스

누진제는 도입 이후 현재까지 누진 구간이 변화가 많았다. 도입 초기 당시 3단계였던 누진구간은 79년 12단계까지 늘다가 이후 4단계 7단계 구간을 반복하면서 2004년 이후 현행 6단계를 유지하고 있다.

사용량 요금제의 구간은 1단계(사용량 100㎾h 이하), 2단계(101~200㎾h), 3단계(201~300㎾h), 4단계(301~400㎾h), 5단계(401~500㎾h), 6단계(501㎾h 이상)로 구분된다. 전기 사용량이 많아지면 구간별 누진제가 적용 전기료가 상승해 6단계를 넘어가면 1단계에서 ㎾h당 60.7원 요금이 6단계에서 ㎾h당 709.5원으로 11배가량이 증가한다.

예를 들어 사용량 50kWh인 경우 3445원인 전기요금이 사용량이 200kWh로 4배 늘어나면 1만9570원으로 5배 이상 늘어난다. 전력 사용량 400kWh로 8배 늘어나면 전기요금은 6만9360원으로 20배 늘어나 누진제로 인한 요금폭탄을 피할 수 없게 된다.

누진제 구간별 전기요금을 내는 가구 비중은 2~4구간에 몰려있다. 지난해 기준 한국전력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 체계 가구비중 통계 자료에 따르면 3구간에 31%가구가 몰려있고 4구간이 24%로 뒤를 이었다. 2구간 사용 비중은 23%로 3번째로 많았다. 사용량 100㎾h 이하 가구 비중은 17%를 차지했다. 501㎾h 이상 가구 비중은 1%에 머물렀다.

지난해 소득기준 중산층이 67%, 저소득층 14%, 고소득층 19%로 누진제 기준과 비교하면 1~3구간과 4구간 일부가 저소득층 중산층에 해당되는 것을 볼 수 있다. 따라서 1~4구간의 전력사용이 많다는 것으로 조금만 전기를 사용하게 되면 요금폭탄을 맞을 수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현행 누진제를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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