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대통령까지 ‘野 중국 방문’ 직접 비판…2野, ‘사드’ 이례적 한 목소리 맞대응

▲ 박근혜 대통령이 8일 자신이 주재한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사드 문제와 관련한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 6명의 중국 방문을 놓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청와대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사드 배치 문제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 6명이 8일 중국 방문에 나서면서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했다.
 
사실상 정부가 사드 배치를 이미 확정한 상황에서 중국이 사드 반대를 내세워 보복 조치까지 나설 움직임을 보이는 시점에 야당 초선의원들이 굳이 방중까지 해 논란을 자초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인데, 그간 새누리당의 맹비난은 물론 전날 청와대 대변인까지 나서서 재검토를 촉구했음에도 끝내 이들이 계획을 강행하자 이날 박근혜 대통령까지 직접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그러자 그동안 ‘전략적 모호성’을 취해오던 더민주조차 국민의당과 한 목소리를 내며 박 대통령에 맞대응하고 나서면서 여태 사드 문제에 대해서만은 입장차를 보이던 두 당이 점차 ‘공조체계’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는 모양새다.
 
더민주 초선들이 일으킨 방중 파문이 두 야당의 사드 공조 기반을 조성하는 계기가 될 것인지, 또 이번 방중이 한중관계에 어떤 여파를 미치게 될 것인지 세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더민주 초선 ‘중국 방문’에 계파 불문 靑·與 ‘일치단결’
 
지난달 8일 한미 간 사드 배치를 확정한 지 한 달이 지난 8일 더민주 사드대책위원회 간사인 김영호 의원을 비롯해 김병욱, 박정, 소병훈, 손혜원, 신동근 의원 등 6명의 초선의원들은 전날 청와대까지 나서 재고를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당초 일정대로 중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그동안 더민주는 사드 문제에 있어 전략적 모호성을 내세우다 보니 국민의당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여태 명확한 당론조차 확정하지 못한 상황인데, 비록 개인 차원 방문이라 하나 당 차원의 공식 입장조차 통일시키지 못했음에도 강력하게 사드 반대를 주장하는 의원들까지 포함된 방중단을 사드 반대를 요구하고 있는 중국에 가도록 용인했다는 점에서 한층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출국에 앞서 이날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김영호 더민주 의원은 우리가 안 가게 되면 중국 매체가 외신에서 뭐라고 보도하겠냐”라며 “청와대의 뜻에 따라 출국을 안 했을 경우 외교적 파장이 굉장히 클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김 의원은 방중 의원들 중 정작 외통위 소속은 전무하다는 데 대해서도 “비록 우리가 초선이지만 나는 베이징대학교에서 5년 동안 공부를 했고 나름대로 정치권에서는 중국을 되게 잘 아는 사람”이라며 “혹시라도 있을 수 있는 중국 매체의 이용은 우리가 잘 지혜롭게 대처할 생각”이라고 일각의 우려를 일축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계파를 불문하고 더민주 의원들의 중국 방문을 일제히 비판했는데, 먼저 지상욱 대변인은 오전 중 서면 논평을 통해 “국가이익을 최우선으로 직무를 행하겠다는 선서를 중국에 갖다 바친 이들은 더 이상 대한민국의 국회의원 자격이 없다”며 강도 높게 비난했다.
 
지 대변인은 이어 “이번 방문이 얻을 건 없고, 중국에 이용만 당해 결국 국익에 해를 끼치게 될 것”이라며 “의원외교를 위장한 신중국 사대주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중국 관영매체에서 이미 중국을 방문할 더민주 의원들의 실명까지 일일이 거명하며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중국 측 입장을 강화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새누리당 지도부 역시 이 문제를 언급했는데,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가진 비대위 회의에서 “6명의 의원들이 방중을 통해 보여준 일들이 국가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지, 늘 이 점을 생각하며 임해주길 바란다”며 “이 분들의 활동은 앞으로 국민과 역사가 엄중히 평가할 것”이라고 뼈 있는 말을 던졌다.
 
여기에 당 주류와 각을 세워온 비박계까지 이 문제에 대해선 선뜻 거들고 나섰는데, 이 자리에서 국회 국방위원장인 김영우 의원은 “중국 측 의견을 국내에 전달하는 것은 중국의 관료나 중국 정치인이 해야 할 일이지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할 일은 아니지 않나”라며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입장만 듣고 온다면 그건 정말 후안무치한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심지어 박 대통령과 친박계에 각을 세우고 있는 김무성 전 대표까지 ‘안보’ 이미지를 선점하는 데 친박계에 밀리지 않으려는지 이날 7박8일간의 민생투어를 마치고 상경한 자리에서 “대한민국 정치인으로서 가장 못난 짓”이라고 더민주 의원들의 중국 방문을 비난했다.
 
특히 김 전 대표는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를 겨냥한 듯 “제가 문 전 대표에게 언론을 통해 ‘문 전 대표가 주도적으로 이걸 막아야 한다’고 이런 이야기를 한 적 있다”면서 당 실세인 문 전 대표가 의도적으로 이를 방조하고 있다는 시각을 드러냈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에서도 전날 대변인 브리핑에 그치지 않고 이날 박 대통령까지 직접 수석비서관회의 자리를 통해 우려를 표했는데, “여야를 막론하고 이런 때일수록 우리는 하나가 돼야 하고 정부를 신뢰하고 믿음을 줘야 한다”며 “아무리 국내 정치적으로 정부에 반대한다고 하더라도 국가안보와 관련된 문제에 대해선 내부분열을 가중시키지 않고 초당적으로 협력하는 것이 국민을 대신해 권한을 위임받은 정치인의 기본 책무”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렇듯 이례적으로 박 대통령이 직접 입장을 내놓은 것과 관련해 중국이 더민주 의원들의 방중계획을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는 가운데 박 대통령까지 이들의 방중에 대해 비판할 경우 오히려 상당한 무게감만 실어줄 수 있다는 우려에 그간 직접 언급하지 않았으나 성주 군민들의 사드 배치 반대 여론으로 수세에 몰렸던 정국을 타개할 기회임은 물론 야당의원들의 방중 논란을 계속 방치할 경우 국내 갈등만 더욱 부추길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이 시점에 나서게 된 것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 2野 공조체계 박차 속 더민주 계파 갈등 민낯 드러나
 
▲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은 8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성주 배치와 관련해 중국의 관영매체 등 언론 보도에 대해 청와대가 본말전도 운운하며 직접 대응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강조했다. 시사포커스 / 원명국 기자

이 같은 박 대통령의 비판에 맞서 더민주와 국민의당은 오랜만에 사드 배치 문제와 관련해 한 목소리를 내는 모습을 보여줬는데, 기동민 더민주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 브리핑을 통해 “대통령이 사실을 왜곡해서 야당의원들의 활동을 중국에 동조한다든지, 북한과 맥락을 같이하는 황당한 주장이라고 매도하는 것이 타당한 것이냐”고 반박했다.
 
여기에 더민주 내 주류 측 당권후보인 추미애 의원도 이날 “한일 간 갈등이 있을 때도 의원들이 일본에 가서 의원외교 활동을 했듯이 마찬가지로 한중간에 갈등이 커질 조짐을 보이고 있는 상태에서 의원들이 나라의 입장을 잘 설명하고 국민 의견을 나라를 대표해서 전하고 하는 것은 바람직한 것”이라며 “못한다는 이유가 되나. 왜 못 하는 것이냐”라고 맞받아쳤다.
 
또 같은 주류에 속하는 당권후보인 김상곤 전 혁신위원장도 “위기상황을 깊이 이해하고 있는 우리당 의원들의 중국 방문과 의원외교는 환영할 일”이라며 오히려 정부를 향해 “분열적 시각을 버리고 우리당 의원들과 적극적으로 협력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입장을 내놨다.
 
이 와중에 국민의당도 적극 공조하려는 듯 이날 오후 손금주 수석대변인의 현안 브리핑을 통해 “대통령은 우리 정치권에 중국과의 갈등 책임을 돌리고 있다. 적반하장도 유분수”라며 “지금 대통령과 청와대가 할 일은 중국 정부에 대한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고 국회에서 사드 배치 문제를 공론화하면서 비준동의절차를 밟는 것”이라고 맞대응에 나섰다.
 
이 뿐 아니라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야당과 국민의 의견도 국론”이라며 “사드 배치는 대통령이 정하라고 하면 국론이 통일된 것인가.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직격탄까지 날렸다.
 
이렇게 야당이 한 목소리를 내며 정부여당에 맞불을 놓으면서도 더민주 내에선 계파 갈등의 흔적을 보여주는 듯 사드 문제와 관련해 일부는 주류와 다른 입장을 내놓기도 했는데, 비주류 유일의 당권후보로 나선 이종걸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사드 배치 문제로 방중하려는 의원님들의 마음은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면서도 “진의와 상관없이 이미 ‘사드 반대파’로 분류돼 중국 측에 이용될 수 있다”고 주류 측 주장과 다소 온도차를 보였다.
 
다만 그 역시 당권도전 중인 가운데 야당 의원으로서 정부여당의 주장에 힘을 실어준다는 인상을 줄 것을 의식한 듯 새누리당과 청와대를 향해선 “사드 문제에 이견이 있다고 대대적으로 과장해서 한국 내부에 큰 분열이 있는 양 외국에 알리는 태도야 말로 안보문제를 정략적으로 악용하는 몹쓸 버릇”이라고 날을 세웠다.
 
한편 더민주 내에서 비록 조건부지만 드물게 ‘사드 찬성’에 무게를 둔 김종인 비대위 대표는 전당대회가 다가오면서 갈수록 힘이 빠져가는 비대위의 위상을 보여주듯 초선의원들의 중국 방문 결행에 대해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져도 일언반구 답변하지 않은 채 침묵을 일관했다.
 
하지만 불편한 내색은 못내 감추지 못한 듯 최근 수차례 우회적으로 우려를 표한 데 이어 전날에도 방중 의원 중 한 명인 김영호 의원에 직접 방중 여부를 확인하는 전화까지 한 것으로 알려져 자신이 대표임에도 사드에 찬성하는 주류 측의 입장대로 휘둘리는 당내 상황에 대한 불만을 침묵으로 내비친 것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런 김 대표의 행태가 자칫 모처럼 조성될 야권의 ‘사드 문제 공조’에 찬물을 끼얹을까 우려했는지 조배숙 국민의당 의원은 이날 오전 비대위에서 김 대표를 겨냥 “김 대표가 더민주 차기 당 대표 후보들이 선거를 의식해 사드를 반대한다는 식의 발언을 했는데 (그는) 새누리당 대표도 아니고, 아직 제1야당의 대표”라며 “김 대표의 전략적 모호성과 더민주 당권주자들의 사드배치 반대 입장 중 어떤 것이 정치꾼의 논리인지 국민과 역사가 냉정하게 평가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이미 사드 배치 자체는 번복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음에도 여야는 물론 청와대까지 얽혀 더민주 초선의원들의 방중 문제를 계기로 사드 문제가 다시 정치권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이들의 귀국 이후 한중관계에 새로이 미칠 여파에 대해 벌써부터 우려와 기대가 교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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