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포탈 직접 지시 진술 공방 변수
탈루 금액만 6000억 원대로 검찰이 역대 대기업을 수사하면서 드러난 조세포탈로 사상 최대 규모다. 롯데비자금 조성 의혹 수사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검찰이 이 같은 조세포탈 혐의를 발견하고 롯데 정책본부를 재차 압수수색을 벌였다.
검찰 조사 과정에서 놀라운 사실은 세금을 내지 않고 지분을 넘길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라는 신 총괄회장의 지시가 있었다는 취지의 정책본부 실무자들의 진술이 알려지면서다. 이 같은 신 총괄회장의 지시가 언제쯤 있었느냐가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6000억 조세포탈 혐의 신 총괄회장 소환?
신 총괄회장이 치매약 복용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 시기를 둘러싸고 여러 추측이 난무한 가운데 2010년부터 치매 치료제인 아리셉트를 복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2010년 전부터 치매를 알아왔던 것이라는 얘기로 실제 치매였다는 것이 확인되면 경영권 분쟁뿐만 아니라 비자금 조성 의혹 등 여러 혐의에 대한 셈법이 복잡하게 된다.
신 총괄회장의 지시가 치매 이전에 이뤄졌다면 신 총괄회장이 모든 책임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지만 만약 이 같은 지시가 치매가 걸린 상황에서 이뤄졌다면 신빙성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온전치 못한 정신 상태에서 세금을 내지 않고 지분을 넘기라는 지시를 내릴 수 있느냐는 문제다.
일단 검찰은 조사 과정에서 정책본부 실무자들의 진술에 무게를 두고 2000년대 후반 신 총괄회장이 서미경씨 모녀와 신영자 이사장에게 지분을 물려주는 과정에서 6000억 원 상당의 탈세를 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신 총괄회장의 지시로 롯데 정책본부가 설계를 하고 주식 증여 과정을 자문한 로펌 관계자를 불러 조사해 이 같은 탈세 정황을 포착했다.
정책본부 실무자들의 진술 발언으로 볼 때 신 총괄회장과 서미경씨 모자 조사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따라서 신 총괄회장과 서씨 모녀가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을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서미경씨 모녀는 언론에 노출이 거의 되지 않고 은둔의 생활을 한 터라 신 총괄회장의 조세포탈 혐의로 언론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서씨는 신 총괄회장으로 부터 1000억 원 상당의 부동산을 증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만 전 유원실업 사옥과 주차장 부지, 신사동 부동산, 동승동 유니플렉스 공연장, 반포동 현 유원실업 사옥 건물 등이다. 이 과정에서 비자금이 조성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성년후견 변수 신동빈 회장 웃나
한편 신격호 총괄회장은 일본 ㈜롯데, 롯데스트래티직인베스트먼트(LSI), 롯데물산, 롯데아이스, 롯데그린서비스, L투자회사 등의 등기이사직에서 퇴임한 상태다. 롯데홀딩스 등기이사 자리만 유일하게 유지하고 있다. 이달 10일 성년후견 개시 심판 최종 심리를 앞두고 있다.
10일 이후 신 총괄회장의 정신건강 이상 여부가 결정되는 만큼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법원에서 성년후견을 지정하게 되면 신 총괄회장의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 신동빈 회장이 경영권 분쟁에서 유리한 고지에 오르게 된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신 총괄회장의 위임장을 근거로 자신이 경영권을 차지하는 게 당연한 수순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위임장 진위 논란이 불거지게 된다. 이는 신동빈 회장과의 소송전에서 불리한 위치에 처해지게 되며 사실상 경영권 분쟁의 동력을 잃게 된다.
현재 신동빈 회장은 대외활동을 끊은 채 집무실을 오가며 각종 업무 현황을 보고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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