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유동성 위기 ‧ 조종사노조 임금협상 등 난제 산적

▲ 한진그룹이 3일 조회장의 장남인 조원태 대한항공 부사장을 한진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인 정석기업 이사에 선임하면서 조 부사장의 경영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강성기 기자] 조원태 대한항공 대표이사 총괄 부사장이 ‘3세 경영’을 위한 보폭을 넓히고 있다.

한진그룹은 3일 조회장의 장남인 조원태 대한항공 부사장을 한진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인 정석기업 이사에 선임했다. 대신 토파스여행정보 대표이사직은 사임했다. 이번 인사는 자회사에 대한 책임 강화 차원에서 이루어졌다는게 그룹 측의 설명이다. 조원태 부사장 체제로 진행 중인 한진그룹 후계구도가 이번 인사로 인해 더욱 확고하게 다져지게 됐다.

조 대표는 올들어 한진그룹 계열사 중 대한항공을 포함해 4개 회사의 대표이사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지난 3월에는 같은 날 동시에 대한항공과 한국공항, 그리고 토파스여행정보의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이어 4월에 진에어 대표이사까지 맡으면서 그룹 내에서의 입지를 돈독히 하게 됐다.

재계에서는 이번 인사로 조 부사장이 한진해운을 제외한 그룹 내 모든 계열사의 업무를 관여할 수 있게 되어 본격적인 ‘3세 경영’ 행보가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공백 중인 상태를 감안할 때 재계의 이 같은 시각이 힘을 얻고 있다. 

재계에서는 향후 조 부사장이 대한항공과 한진그룹 내 주력 계열사를 맡고 조현민 전무가 저비용항공사 진에어와 관광 등을 맡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진그룹은 지난 3일 인사에서 조현민 전무를 한진관광 대표이사에 선임했다. 조 전무는 지난 달 진에어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조 부사장 3세 경영 행보에 주변 정황 순탄치 않을 듯

조 부사장의 ‘3세 경영’을 향한 행보에 주변 정황은 그리 순탄치 만은 않는 것 같다. 한진해운 유동성 위기와 조종사노조와의 협상이 쉽게 마무리될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한진해운 유동성 위기는 채권단과의 용선료 협상과 부채상환 등이 이견을 보이면서 해결의 실마리를 보이지 않고 있다. 더구나 주요 선주인 캐나다의 시스팬의 게리 왕 회장이 용선료 협상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또 내년까지 상환해야 할 5,000억원대의 선박금융도 현 상황에서는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최악의 경우 법정관리라는 시나리오도 생각할 형편이다.

조종사노조와의 임금협상도 요원한 실정이다. 양측이 ‘강’ 대 ‘강’ 으로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가운데 노조 측이 세무조사 착수를 촉구하고 사측은 노조위원장을 기장에서 부기장으로 강등시키면서 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다. 대한항공 조종사노조는 오는 9일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국세청 앞에서 이규남 조종사노조위원장을 비롯해서 조합원 15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대한항공 경영정상화를 위한 세무조사 촉구대회’를 개회할 계획이다. 조종사 노조는 ‘진경준 검사장 스캔들’ 조사 과정에서 불거져 나온 대한항공 전 부사장의 일감몰아주기 의혹을 계기로 세무조사 청원운동을 벌여왔다.

사측은 지난 4월 1일 이규남 조종사노동조합 위원장이 인천발 독일 프랑크푸르크행 KE905편의 기장으로 고의로 지연 출발시켰다는 이유로 징계절차에 착수, 지난 1일부로 기장에서 부기장으로 강등시키는 등 양측의 갈등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이밖에 브렉시트 여파에 따른 달러강세도 여객기 임대비용을 부담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1분기 영업이익 6년만에 사상 최대 기록 경신, 승객수도 늘어
▲ 대한항공이 지난 1분기에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올리면서 3세 경영행보를 시작한 조원태 부사장의 부담을 다소 덜어주고 있다. ⓒ 대한항공


다소 다행스러운 점은 영업이익과 지난 1분기에 승객수가 늘었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1분기에 사상 최대 영업이익인 3,233억원을 올렸다. 2010년 1분기 2,202억원의 영업이익 달성 이후 6년만에 최대 기록을 경신한 것이다. 반면 1분기 매출은 2조8670억원으로 전년 대비 0.1% 감소했으며 당기순손실은 1,749억원으로 적자가 지속됐다.

승객수도 1분기 국제선은 전년동기대비 10.5%, 국내선은 5% 각각 늘어 숨통을 터주고 있다.

진에어 역시 1분기 매출이 1,800억원, 영업이익 27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8%, 113% 각각 증가했다. 승객수도 지난해 1분기에 비해 63.5% 늘은 167만6,541명을 수송했다.

결국 한진해운의 유동성 위기 관리능력과 조종사노조와의 임금협상 여부가 조원태 부사장의 경영능력을 검증하는 실험대가 될 것이라는데 이견이 없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들어 자기만의 색깔로 좋은 성과를 내는 3세 경영인들이 늘고 있다”면서 “이번 문제만 원만히 해결되면 조 부사장을 중심으로 하는 후계구도가 고착화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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