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친·비박’ - 野 ‘친·비문’ 갈려 ‘계파 갈등’ 재발 양상

▲ 여야가 전당대회까지 얼마 남기지 않은 가운데 서로 계파주의를 탈피하겠다면서도 모두 공약보다 계파 대립에 치중하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은 (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새누리당 이주영, 정병국 의원과 더민주 이종걸, 추미애 의원.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더 이상의 계파 갈등을 타파하고 혁신하겠다고 저마다 외치던 전대 출마후보들이 결국 돌고 돌아 ‘계파 구도’에 갇혀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런 양상은 같은 달 전당대회를 진행하는 새누리당이나 더불어민주당 모두 별 차이가 없었는데, 마땅한 거물급 후보가 출마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대동소이한 후보군끼리 경쟁하다보니 한층 치열해진 부분도 없지 않은데다 지난 총선 과정에서 화두가 된 계파 문제가 총선 이후 ‘다수 논리’로 정리됐을 뿐 제대로 매듭지어지지 못했다는 점도 양당 모두 비슷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당내 소수인 비주류는 주류 측에 맞서기 위해 상대를 ‘계파 프레임’에 가두려는 전략을 펼치며 ‘계파 대결’에 불을 붙이고 있고, 사실상 다수 지위를 차지해 오히려 ‘계파 대결’을 해도 더 얻을 이익이 없는 주류 측에선 상대가 당 내홍을 부추기고 있다고 몰아붙이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양당 간 차이가 있다면 총선 결과에 따라 각 당 주류 측이 대응하는 자세가 다소 상이하다는 점인데, 총선 참패를 겪은 새누리당에선 비주류 측이 ‘책임론’을 명분삼기에 부담을 크게 느끼는 반면 사실상 승리한 더민주에선 당내 비주류가 국민의당으로 대부분 탈당까지 한 만큼 비주류 측의 전략에 오히려 맞불을 놓을 정도로 적극 공세를 펴고 있다.
 
특히 컷오프 없이 치러지는 새누리당 전대와 달리 당장 5일 당권후보 1명에 대한 컷오프 결과가 발표될 더민주는 새누리당에 비해 그간 잠잠했던 계파 대립 구도가 한층 뚜렷이 나타나는 모양새다.
 
또 대선이 멀지 않은 만큼 이번 전대에서 선출된 당 대표가 차기 대선주자를 잘 뒷받침해 나가야 한다는 점에서 각각 ‘정권 재창출’과 ‘정권교체’를 노리고 있는 여야 모두 이번 당권을 어느 계파가 잡느냐에 따라 어느 대선주자에 힘이 실리느냐를 결정지을 수 있어 물밑 경쟁은 한층 치열하다.
 
이를 보여주듯 새누리당의 경우 차기 대권을 노리는 당내 중진들이 서로 장외에서 설전을 이어가며 자신이 속한 계파를 지원하려는 뜻을 내비치고 있어 이번 전대는 ‘공약’이 우선된 전대라기보다 아직 끝나지 않은 ‘총선 과정에서의 계파 대결’에 마침표를 찍는 ‘최후 결판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 ‘계파 수장’ 대리전 된 與 당권 경쟁
 
우선 새누리당 당권후보들은 서로 당 화합을 부르짖으면서도 결국 ‘계파 격돌’로 마무리되는 행태가 매번 반복되고 있는데, 지난 3일 호남에서 치러진 합동연설회에서 역시 그간 논조와 크게 다를 게 없었다.
 
일부 호남 민심을 겨냥한 지역발전 공약도 내걸기는 했지만 소위 비박계 후보는 또 총선 책임론을 거론했고, 이에 맞서는 친박계 후보는 비박계의 후보 단일화를 꼬집어 맹렬히 맞대응했다.
 
대표적으로 비박계인 5선의 정병국 후보는 “정권재창출을 더 어렵게 만드는 사람들, 계파 패권주의에 기댄 몇몇 사람들, 이런 분들은 반드시 책임지고 전면에서 물러나야 한다”며 지난 영남 토론회에서 ‘친박의 역할은 끝났다’고 한 자신의 발언을 ‘국민의 명령’이라고 주장하는 등 친박계에 대한 압박수위를 한층 높였다.
 
이에 대해 같은 5선으로 범친박인 이주영 후보는 “지금 우리가 서로한테 ‘당신 친박이냐, 비박이냐’하며 집안 싸움할 때인가. 계파 패권주의에 기대서 ‘후보 단일화’를 할 때냐”며 “(자신은) 특정 계파의 대표가 아니고 ‘하나된 새누리당의 대표’”라고 맞불을 놓기도 했다.
 
▲ 새누리당 당권 경쟁이 점차 계파 대립 양상으로 흘러가는 가운데 장외에서도 당내 각 계파 수장격인 핵심 중진끼리 신경전을 이어갔다. 사진은 최경환 의원(좌)과 김무성 전 대표(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당권 후보들 간 벌어진 이 같은 날선 ‘계파’ 신경전은 차기 대선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운 장외 계파 수장들에게까지 이어졌는데, ‘비박 수장’ 김무성 전 대표는 지난 3일 광주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정병국·주호영 비박 단일화 가능성을 언급한 뒤 “(단일화된) 그 사람을 지원하겠다”고 노골적으로 지지 의사를 밝힌 데 이어 박근혜 대통령이 전대를 앞두고 대구·경북 초선 의원들을 지역 현안 논의차 만나는 데 대해선 “잘못된 일”이라고 견제구를 던졌다.
 
이런 김 전 대표의 발언에 대해 친박계도 좌시하고 있지만은 않았는데, 당권 불출마를 선언했던 ‘친박 핵심’ 최경환 의원은 4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유럽 시찰을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당분간 자숙할 것이란 예상을 깨고 김 전 대표가 강조한 비박 단일화와 관련, “그런 부분은 이번 전당대회가 계파 갈등보다 당 화합과 미래 비전을 위한 전대가 되는 데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해 다소 우려스럽다”고 입장을 내놨다.
 
여기에 친박계 전대 출마후보들까지 김 전 대표를 향해 같은 날 총공세를 폈는데, 이주영 의원은 MBC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당 대표까지 지낸 분인데 계파 갈등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잘 알지 않느냐. 지난 총선 공천 과정에서 그랬던 것이 총선 참패 결과로 나타나지 않았나”라며 “뒤에서 특정계파, 비박 단일화를 말씀하시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중단해야 한다”고 맞받아쳤다.
 
한 발 더 나아가 이번 전대에서 최고위원에 도전하면서도 그간 강성 친박 인사 중 하나로 꼽혀온 이장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의 기자회견 직후 김 전 대표를 겨냥해 “총선 참패로 위기에 처한 당과 내년 정권재창출을 위해 국민이 부여한 마지막 기회에서 김 전 대표의 발언은 비상식적이고 무책임한 발언”이라며 “짝퉁 배낭여행을 하며 전당대회에 개입하는 건 전직 당 대표로서 할 일이 아니다”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그치지 않고 이 의원은 “역대 최악의 당 대표였고, 최악의 총선 패배를 책임진 대표”라며 “특정 계파를 운운하지 말고 당의 화학적 결합과 단결, 정권재창출을 위해 백의종군할 때”라고 김 전 대표를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이 같은 격한 반응에 직면한 김 전 대표는 이날 경남 하동군 화개장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비박 단일화는) 본인들이 알아서 할 일”이라며 한 발 물러섰다.
 
다만 그는 자신이 전대에 개입하려 한다는 친박 측 주장에 대해 “(정병국·주호영) 둘이 1, 2등을 하면 단일화를 할 필요가 없지만 언론사 여론조사에 의하면 하위 순위”라며 “자기들이 당선되려면 단일화를 할 수 밖에 없고 (김 전 대표 본인은) 거기에 조금 더 촉매 역할을 하려는 것”이라고 항변했다.
 
◆ 野 당권 경쟁도 ‘계파 프레임’이 화두
 
이렇게 새누리당 당권 경쟁이 전대가 시작되기도 전부터 계파 갈등의 ‘재판’으로 흘러가고 있는 가운데 더민주 전대 역시 비주류 이종걸 의원이 뛰어든 이후 급거 ‘계파 대결’ 구도가 나타나고 있다.
 
가장 먼저 당권 도전을 공식 선언했던 추미애 의원은 4일 BBS라디오에 출연해 친노진영에 맹공을 퍼붓고 있는 비주류 이종걸 의원을 꼬집어 “당을 흔들던 분들이 국민의당으로 떨어져 나갔지만 한편 보면 계파주의를 탓하면서 또 계파를 만들고 있다”며 “나는 계파가 없었다. 내가 있는 당을 지키기 위해서 분열을 막고 통합을 만들어 내기 위해 정치생명을 걸다시피 한 사람”이라고 자신과 대비시켰다.
 
아울러 자신을 친노·친문계로 보는 데 대해서도 “계파가 없어서 심지어 외로운 정치를 해온 사람이다. 21년 동안 내 정치 발자취가 증명한다”며 “친노·친문이라고 하는 것은 문재인 대표 시절에 당을 흔들면서 나간 분들이 국민의당을 만들 때 내가 이 안에 남아서 최고위원을 했다는 하나의 근거를 갖고 소설을 쓰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 김상곤 더민주 전 비대위원장은 4일 평화방송 라디오에 나와 “이종걸 후보가 지난해 당이 계파갈등으로 흔들리고 쪼개질 때 계파의 한쪽 축에서 원내대표 역할을 해왔던 것을 다 알 것”이라며 이 의원을 '계파 조장자'로 몰아세웠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여기에 마찬가지 당권주자로 나섰음에도 그간 친노·친문계로 꼽혀온 김상곤 전 비대위원장도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에 나와 “이 후보가 지난해 당이 계파갈등으로 흔들리고 쪼개질 때 계파의 한쪽 축에서 원내대표 역할을 해왔던 것을 다 알 것”이라며 “계파갈등의 한 축이었는데 이런 (계파) 이야기를 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이종걸 의원을 향한 비난 공세에 가세해 추 의원과 공동전선을 펼쳤다.
 
무엇보다 김 전 위원장은 직접 ‘계파 프레임’ 전략이라고 지적하며 이 의원을 질타했는데 “지금도 (이종걸 의원) 스스로 ‘비문의 대표’라고 자임하고 있는데, 이 역시 계파 프레임”이라며 “이 후보는 계파를 말할 자격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이 의원은 이날 국립서울현충원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뒤 기자들과 만나 자신을 향한 추미애·김상곤 후보의 공세에 대해 “계파색이 옅고 계파색이 없는 사람이 계파 문제를 제기하면서 계파 해소에 앞장서는 것이 적당한 것이고 그것은 계파 분란을 부추기고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라고 즉각 맞섰다.
 
그러면서도 그는 ‘계파 프레임’을 전략으로 삼는다는 시각 때문인지 “계파가 청산돼야 하고 계파는 해소돼야 한다”며 야권 통합을 위해선 계파 일소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더민주 내 비주류 측의 ‘계파 프레임 가두기’에 주류 인사들이 보이는 반응이나 또 여기에 반박하는 비주류 인사의 모습에서 마치 이주영-정병국 의원 간 설전과 별 다른 차이가 없어 보일 정도로 전형적이란 점이 느껴지는데, 계파로 갈려 벌어지는 ‘진흙탕 싸움’에서 끝까지 살아남게 될 이가 누구일지 멀지 않은 전대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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