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개헌·비박 당권 지원’-문재인 ‘사드 반대’-안철수 ‘김영란법 강화’

▲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대선 행보에 본격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당 일선에서 물러난 새누리당·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 전 대표들이 각자 차기 대선을 향한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등 지난 총선을 전후해 2선으로 물러난 대권후보들이 그 주인공인데, 이들은 대체로 조용히 자기만의 일정을 소화하면서도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사안에 대해선 자신의 입장을 내놓는 걸 주저하지 않아 비록 퇴진했다고 하나 당에서조차 전 대표들의 목소리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실정이다.
 
특히 이들 중 일부 발언을 보다보면 일견 ‘수렴청정’하려는 듯한 모습도 없지 않아 대선가도와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한 번 살펴보고자 한다.
 
◆ 與 김무성, 전대 앞두고 ‘비박 수장’ 회복 나서
 
공천 과정에서 불거진 계파 갈등 이후 결국 총선 참패란 성적표를 받아들고 정치적 책임을 들어 최고위원들과 함께 사퇴했던 김무성 전 대표가 전당대회를 앞두고 정치 일선으로 본격 복귀하려는 모양새다.
 
앞서 지난달 12일 비박계 당권후보인 정병국 의원이 김 전 대표를 만나 자신에 대한 지지를 요청하는 등 김 전 대표는 일선에서 물러난 뒤에도 여전히 그 영향력을 드러내고 있었는데, 그로부터 사흘 뒤인 15일엔 1500여명과 마치 대권 출정식을 방불케 하는 규모의 지지자 모임을 열고 사실상 공개적인 대권 행보를 시작했다.
 
이후 민생탐방 차원에서 전국을 순회하기 시작한 그는 차기 대권주자로서 여야 지지층을 모두 아우르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려는 듯 지난 2일 세월호 참사현장인 전남 진도의 팽목항을 찾은 데 이어 3일엔 광주의 국립 5·18민주묘지를 방문해 참배했다.
 
그래서인지 지난 5·18 기념식에서도 여야 간 갈등을 일으켰던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논란을 이날 다시 언급한 김 전 대표는 “제대로 모르는 분들이 이걸 갖고 반대한다. 이건 황석영이 북한 가기 전 이미 만들어졌던 영혼결혼식을 위한 노래”라며 “저도 보수우파지만 아무 거림낌 없이 많이 불렀다. 매년 이 노래 때문에 분열이 되고 대통령이 (5·18기념식에) 매년 오지도 않고, 이런 분열은 더 이상 안 되겠다”고 야권 측 주장에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도 김 전 대표는 오는 9일 치러질 전당대회에 대해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는데, 그는 ‘비박계를 지원한다는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변함없다”고 답한 데 이어 “비주류가 당 대표가 되는 게 새누리당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난 분명히 친박이다. 비박에 선 적 없다, 그런데 비주류”라며 “친박을 내가 만들었는데 주류에 밀려서 비주류가 됐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발언은 당내 차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해 필요한 친박계 표심을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총선 과정에서 공천을 주도해 패배 원인으로 비쳐진 ‘친박 주류’와는 거리를 둬 소위 ‘비박 수장’으로서 비박 표심은 물론 당내 최대 계파인 친박계의 표도 놓치지 않겠다는 신중한 태도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이 뿐 아니라 비박계 수장이라는 예전 지위를 각인시키려는 듯 “비주류 후보 중 정병국, 주호영 두 후보가 곧 이번 주말 단일화를 할 것”이라며 “그 사람(단일후보)을 지원하겠다”고 천명하기도 했는데, 일각에선 벌써 김 전 대표가 정병국 의원에 무게를 뒀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이 때문인지 이날 비박계인 주호영 의원은 “저는 ‘무계파’ 중립”이라고 주장한 데 이어 “제 주장을 당당히 끝까지 해나갈 것”이라고 비박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서도 일축했다.
▲ 비박계인 주호영 의원은 3일“저는 ‘무계파’ 중립”이라고 주장한 데 이어 “제 주장을 당당히 끝까지 해나갈 것”이라고 비박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서도 일축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다만 비박계에 대한 김 전 대표의 막후 영향력을 시사하는 듯 주 의원은 “어제 3선 의원 열 몇몇이 단일화하라는 연판장을 돌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소위 비박으로 분류되는 후보가 나와 표가 갈라지면 오히려 친박의 승리를 굳혀주는 것 아니냐는 얘기들은 당 주변에 많다”고 고민을 드러내기도 했다.
 
실제로 친박계가 주도한 지난 총선 공천과정에서 비박계는 거의 ‘공천 학살’을 당했지만 그 중 주로 타격을 입은 건 친이계와 유승민계였고, 김무성계는 거의 피해가 없어 총선 이후 당내 소수가 된 비박계에서 김무성계의 영향력은 오히려 총선 이전보다 강해진 역설이 벌어졌다.
 
이런 상황으로 인해 아직 등판 여부가 불확실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을 논외로 하면 여권 대선주자 중 유력후보로 꼽히고 있는 비박계 유승민 의원이 복당 이후에도 당내 기반이 없어 거의 힘을 쓰지 못하고 있고 대표직 사퇴 이후에도 김 전 대표가 계속 ‘비박 수장’임을 과시하고 있다.
 
한 발 더 나아가 김 전 대표는 과거 박 대통령의 심기를 불편케 한 ‘개헌’ 얘기까지 꺼냈는데, 그는 이날 전남대 인근에서 연 청년들과의 대화모임 도중 “권력은 나눌수록 커지기 때문에 이제는 제왕적 권력구조를 바꿔야 한다”며 “일단 대통령 권력을 분산시키는 것으로 가고, 그 이후에 4년 중임제, 내각제 등의 방식을 논의해야 한다”고 ‘분권형 개헌’ 필요성을 역설했다.
 
또 세부적 방법에 있어선 “국무총리를 대통령이 아니라 국회에서 뽑게 하면 대통령 권력이 그만큼 약해진다”며 대통령에 의해 임명되던 총리를 간선제로 선출해 이를 지렛대로 대통령을 국회가 견제할 수 있게 하려는 내비쳤다.
 
이렇게 되면 향후 직선제로 선출된 대통령이라 해도 당시 원내 여야 구도에 따라 선출된 총리가 행정부 수장인 대통령에 직접 맞설 수도 있게 되기에 ‘행정부에 대한 의회의 개입’이란 점에서 삼권분립을 흔들 가능성도 없지 않은데, 한편으론 이원집정부제 등 내각제적 성격을 담은 제도를 추진하고자 하는 김 전 대표의 의중이 과도기적 형태로 나타난 주장이라 할 수 있다.
 
그의 생각을 보여주듯 김 전 대표는 이날 국립 5·18민주묘지 참배 소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민주화 투쟁에 참여했던 사람으로 민주화 정신이 중요해서 이곳에 참배하며 의지를 다지는 계기를 삼고 있다”고 야권 지지층까지 염두에 둔 발언을 하면서도 “정당민주주의를 확립해야 하는데 그게 아직 미완성으로 돼 있기 때문”이라고 밝혀 현재의 ‘대통령 중심제’보다 국회에 한층 힘을 싣는 ‘의회주의’로 가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 野 문재인·안철수, ‘조용한 행보’ 속 ‘선별적’ 개입
 
이처럼 현 대통령이 임기 중인 가운데 당내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개헌부터 자칫 ‘당권 개입’ 의혹까지 초래할 수 있는 전당대회 당권주자에 대한 지지 표명 등에 이르기까지 김 전 대표가 거리낌 없이 발언하는 데 반해 야권에선 조용히 대선 행보를 해나가면서도 특정 사안에 대해서만 선택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상반된 모습이 나오고 있다.
 
이는 김 전 대표가 비록 비박계 수장이라 해도 현재 새누리당 내 주도권은 최대 계파인 친박계가 쥐고 있어 김 전 대표가 어떤 의사를 피력하든 그대로 좌우되는 건 아니기에 별 부담이 없다는 반면 문재인 전 대표와 안철수 전 대표는 각 당에서 여전히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어 김 전 대표처럼 발언하다간 ‘수렴청정’ 논란까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문 전 대표는 이미 19대 국회 말기까지 ‘친문계’ 뜻대로 당이 움직인다며 끊임없이 비주류 측의 비판을 받아온 바 있는데다 현재 당내 구도는 한층 ‘친문 색채’가 강해져 있어 굳이 전면에 나서서 논란을 자초하기보다 비주류인 김종인 비대위만 내세운 채 각 현안 별로 필요할 때마다 당의 방향만 잡는 역할을 하려는 것으로 관측된다.
 
네팔 귀국 후 독도 방문 등 원외 대선 행보 외엔 조용한 행보를 계속하던 문 전 대표가 ‘사드 문제’가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지난달 13일에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원장의 잇따른 입장 표명 요구에 못 이겨 페이스북을 통해 ‘사드 반대’ 입장을 표명했던 것에 비쳐 봐도 그렇다.
 
앞서 김종인 비대위 대표가 조건부로 ‘사드 찬성’ 입장을 내놓은 데 비해 문 전 대표가 갈등을 초래할 것을 감수하고도 결국 반대 입장을 표한 건 ‘친문계’가 당내 최대계파인 상황을 감안해 ‘막후 정치’를 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다만 총선 직전 ‘비례대표’ 배정 문제로 김 대표와 불거졌던 계파 갈등이 재발할 것을 우려했는지 문 전 대표가 직접 나서지 않고 SNS를 통해 입장을 표했다는 점과 사드 배치에 대한 직접적이고 맹목적인 반대보다는 사드 배치 결정 과정에서의 절차적 문제와 공론화 필요성 등을 들어 재검토를 요구하는 선에 그쳤다는 부분은 나름 고심한 흔적을 보여주고 있다.
 
또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야권 대선주자들 중 선두를 달리는 상황에 어떤 면에서든 굳이 이슈화되어봐야 지지율에 악영향만 미칠 수 있고 8·27전당대회 역시 자신이 직접 영향을 미치지 않더라도 대다수 당권주자들이 스스로 구애할 만큼 사실상 당을 장악한 상황이란 점도 그가 ‘조용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이유로 꼽히고 있다.
 
이밖에 안철수 전 대표는 자신의 측근인 박선숙 의원 등을 놓고 일었던 ‘홍보비 리베이트 의혹’으로 대표직에서 자진사퇴한 데 이어 최근 당내에서 ‘안철수 사당화’ 논란도 일어났던 만큼 문 전 대표처럼 전면에 나서기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당을 배후에서 장악하고 있는 문 전 대표와 달리 안 전 대표는 친안철수계 의원보다 호남 의원들이 당내 최다 의원을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당 장악력은 그에 비할 수 없지만 안 전 의원이 창당을 주도했으며 지지율이 어떻든 여러 대권후보가 있는 더민주와 달리 사실상 유일 대권후보나 다름없다는 점은 문 전 대표와는 다른 의미에서의 영향력을 갖고 있다고 평가된다.
 
사드 문제에 있어 입을 열었던 문 전 대표처럼 안 전 대표도 대표직 사퇴 후 침묵을 이어가다가 최근 ‘김영란법’ 이슈에 대해선 지난 1일 ‘이해충돌방지조항’을 넣은 김영란법 개정안을 발의하며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는 모습을 보여줬다.
 
무엇보다 문 전 대표가 SNS를 통해 특정 이슈에 자신의 의사를 우회적으로 표했던 것과 달리 안 전 대표는 자신이 직접 개정안을 발의한 데 이어 첫 대권 행보인 3일 원주 영상미디어센터에서의 강연 도중에도 “꼭 초등학생이 공부하기 싫어서 이 핑계 저 핑계 대는 것과 뭐가 다를까 싶다”며 직설적 표현으로 자신의 뜻에 반대하는 정치권을 질타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강연 직후엔 기자들을 만나 “돈을 적게 버는 기업의 세율이 더 높다는 것은 명백히 잘못된 것”이라며 현행 법인세율의 역진성까지 지적한 것은 물론 “실효세율을 바로 잡는 게 먼저란 것이 저와 국민의당의 입장”이라고 당의 입장까지 직접 자신이 대변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면모를 띠었다.
 
안 전 대표가 문 전 대표와 달리 ‘공세적인’ 모습을 보이는 데에는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다는 입장인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이는데, 총선 직후와 반대로 불과 몇 달 만에 정당 지지율에 대선주자 지지율마저 더민주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벌어져 버렸다는 점이 오히려 거침없이 나오게 된 배경으로 비쳐진다.
 
이렇게 3당의 전직 대표들이 자신만의 전략을 내세워 대권가도의 발판을 닦는 가운데 과연 최후에 누가 미소 짓게 될 것인지 벌써부터 이들의 행보 하나하나에 세인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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