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권 구도 ‘5파전’…최고위원 경선, ‘여성 후보 대결’ 눈길

▲ 새누리당 전당대회를 일주일여 앞둔 가운데 각 후보들 간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사진은 당 대표 경선에 나선 (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주영, 한선교, 이정현, 주호영, 정병국 의원.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새누리당 전당대회가 이제 열흘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당권을 놓고 벌이는 각 후보들 간 각축전이 점차 격화되고 있다.
 
지난 29일 있었던 새누리당 8·9 전대 후보 등록을 기준으로 당 대표 경선에는 범친박계에서 이주영(5선·경남 마산창원합포), 한선교(4선·경기 용인병), 이정현(3선·전남 순천) 의원이 출마했고 범비박계에선 정병국(5선·경기 여주양평), 주호영(4선·대구 수성을) 의원이 나왔다.
 
또 청년·여성후보에 각각 배정된 1석을 포함해 5명을 선출하는 최고위원 경선에는 조원진(3선·대구 달서병), 강석호(3선·경북 영양영덕봉화울진), 이장우(재선·대전 동구), 정용기(재선·대전 대덕구), 함진규(재선·경기 시흥갑) 의원과 정문헌(재선·원외) 전 의원, 여성 후보로는 이은재(재선·서울 강남병), 최연혜(초선·비례) 의원이 출마한 상황이다.
 
이 중 최고위원 경선(일반 3석, 여성 1석)과 별개로 치러지는 청년 최고위원 경선에는 1석을 놓고 이부형 당 중앙청년위원장과 유창수 글로벌정치연구소장, 이용원 사회안전방송 대표 등 3명이 맞붙고 있다.
 
우선 당권 구도에 있어선 후보 등록 직전 비박계에서 정병국 의원이 김용태 의원과 단일화를 이뤄 벌써부터 세 불리기에 나섰고, 범친박 후보들은 단일화에 미온적 반응을 내놓으면서도 주류를 이뤘던 강성 친박과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이는 등 저마다 나름의 전략을 펼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당권 경쟁에 비해 상대적으로 조명을 덜 받았던 최고위원 경선의 경우 충청권 후보들의 대거 출마와 더불어 후보 단일화 가능성도 없다시피 해 청년 최고위원 출마 후보를 논외로 하더라도 무려 8명의 후보가 혼전을 벌이는 양상을 띠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달 31일 창원 실내체육관에서 치러진 새누리당의 첫 전대 합동 연설회는 이번 전대에 출마하는 각 후보들의 일면을 볼 수 있는 중요한 자리였는데, 이를 통해 당 대표·최고위원 출마 후보들 중 최후에 누가 웃을 수 있을지 살펴보기로 하겠다.
 
◆ 친박 ‘탈계파’ vs 비박 ‘계파 프레임’ 씌우기 공방
 
2년 전 전대를 앞두고 경쟁적으로 벌어졌던 ‘박근혜 마케팅’과 달리 31일 합동연설회를 통해 비쳐진 이번 전대의 화두는 ‘계파 프레임’이었다.
 
자신의 지역구인 경남 창원에서 열린 첫 합동연설회에서 범친박계인 이주영 의원은 지난 29일 정병국 의원과 김용태 의원의 첫 비박 후보 단일화를 겨냥해 “계파 패권주의에 찌든 비박 단일화라는 유령이 새누리당을 떠돌고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범친박이지만 당권 출마 이래 줄곧 중립적 입장을 견지해왔던 이 의원은 최근 ‘탈박’이라고도 불릴 만큼 친박계와 거리를 두면서 한 때 최경환·서청원 출마론이 불거질 당시엔 강성 친박의 비난을 무릅쓰고 친박 단일화를 거부하는 등 박근혜정부에서 ‘세월호 장관’으로 불리던 당시 친박 주류로 분류될 정도였던 그가 이젠 친박이 아닌 무계파 성향을 띠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런 만큼 이 의원은 당 화합을 우선적으로 내세우는 한편 비박 단일화는 그저 당선만을 위해 ‘계파 대결’을 재현시키려는 ‘꼼수’로 보고 있는데, 그는 이날 연설에서 “저는 몽둥이를 들고 계파싸움을 완벽하게 없애겠다”며 계파 갈등을 일소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드러냈다.
 
그러면서 그는 “특정 계파의 수장이 아닌, 계파를 초월해 모든 당원들을 대표하는 당 대표가 되겠다”며 “화합과 포용의 정치를 하고, 위대한 용광로 리더십으로 당을 이끌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증명하겠다는듯 이 의원은 당직을 굳이 국회의원이 아니더라도 원외당협위원장이나 능력 있는 책임·일반 당원들에게도 개방하고 당 인재영입위원회를 상시 운영하는 ‘조직 대수술’에 나서겠다고 공언했다.
 
이에 질세라 ‘원조 친박’이라던 한선교 의원도 이날 합동연설회에선 “나는 어느 계파에도 속하지 않는다”면서 일견 ‘탈계파’ 논조를 띠었는데, “변하지 않는 새누리당을 확 바꿔보자”며 “앞만 보고 정권 재창출을 향해 가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기에 또 다른 친박계 후보인 이정현 의원의 경우 당내에서 드문 호남 지역구 출신이라는 점을 내세워 “지난 22년간 호남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해 20년간 떨어지고 최근 2년동안 당선돼 지역주의 벽을 넘었다”며 “새누리당을 변화시키고 국회를 변화시켜 대한민국 정치를 바꾸겠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다만 그 역시 박근혜정부 홍보수석을 비롯해 친박 색채를 보여왔던 자신의 이력을 의식한 듯 1일 PBC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윤재선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선 “계파를 이용해 개인적 출세를 하거나 정치적 야심을 채우는 등 사심을 보인 적이 없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 당원들은 내게 안심할 것”이라고 ‘계파 논쟁’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이 같은 친박계의 대응에 비박계 후보들 역시 ‘계파’를 화두로 ‘친박’ 프레임에 경쟁후보들을 가두려는 움직임을 보였는데, 정병국 의원은 “친박계는 대한민국 대통령인 박근혜 대통령을 친박 대통령, 진박 대통령으로 옹색하게 만들었다”며 “당 지도부가 당원을 상대로 갑질을 했고 그 극치가 4·13총선 공천 파동”이라고 박 대통령과 분리해 친박계만 맹비난했다.

이는 여전히 박 대통령의 지지층이 상당하다는 점을 감안해 이들의 심기를 건들지 않으면서도 당내 최대 계파인 친박계에서도 총선 공천을 주도한 강성 친박계만 표적으로 삼는 ‘제한적 공격’ 전략을 펼친 것으로 분석된다.
 
마찬가지로 비박계 주호영 의원도 “공천 파동의 최대 희생자였던 내가 당 대표가 돼 새누리당을 바로잡겠다”면서 “무지막지하게 공천권을 휘두른 친박 세력이 총선 패배 책임을 져야 한다”고 ‘총선 패배 책임론’으로 친박계를 압박하는 데 가세했다.
 
특히 주 의원은 청와대 홍보수석이었던 이정현 후보를 노린 듯 “박근혜 정부 최대 문제점이 불통이라고 하는데 소통 책임자가 누구였느냐”고 견제구른 던지기도 했다.
 
하지만 비박계의 이 같은 공세는 현재 강성 친박계가 내세우려던 후보들이 결국 불출마를 선언하고 공천 개입과는 거리가 있는 범친박계 후보들만 나왔다는 점에서 유권자들에 크게 영향을 미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친박계가 당내 최대 계파인 만큼 여전히 총선 책임론으로 친박계를 ‘심판’하려는 비박계 후보를 지원하기보다 현재 출마한 범친박 후보군 중 가장 계파색이 적어 당 화합을 이뤄낼 수 인물에 표를 줄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영남권이 새누리당의 본거지인 만큼 이 지역 출신 후보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최고위원 경선, 이은재-최연혜 ‘여성 후보 대결’ 주목

 
▲ 새누리당 최고위원 경선에서 여성 후보에 배정된 1석을 놓고 경쟁 중인 이은재 의원(좌)과 최연혜 의원(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이처럼 치열한 당권 경쟁이 벌어지는 가운데 최고위원 경선에도 눈길이 쏠리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1석의 최고위원 자리를 놓고 벌어지는 여성 후보 간 대결이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이번 전대에선 당권 주자로 나선 여성 후보가 전무한 만큼 상대적으로 최고위원 경선에선 여성 후보에 대한 관심이 더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수도권을 지역구로 둔 재선의 이은재 의원과 코레일 사장을 지냈던 비례 초선인 최연혜 의원이 맞붙고 있다.
 
이 의원은 친김무성계로 꼽히는 비박 의원이고 최 의원은 현 정부에서 공기업 사장을 지내 친박계로 분류되고 있는데, 당초 이 의원이 지난달 18일 단독으로 출마 선언해 그대로 당선될 것으로 점쳐졌으나 뒤늦게 최 의원도 출마 의사를 밝히며 의도치 않게 계파 대결 모양새가 돼버렸다.
 
벌써부터 섣불리 당선 가능성을 예단할 수는 없지만 일단 이번 최고위원 경선에 적용되는 선거인단 70%, 일반국민 여론조사 30%란 당헌·당규상 선거인단 투표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충청권 선거인단 규모는 전체의 10%도 안 되는 데 반해 충북 영동 출신인 최 의원은 물론 이장우, 정용기 등 충청 출신 후보들이 단일화를 못 이룬 채 대거 최고위원 경선에 출마했다는 점에서 ‘많지 않은’ 충청권 표심마저 분산되는 결과가 나올 것으로 관측된다.
 
또 이 의원이 수도권 재선 출신의 안정적 의정경력을 가진 데 반해 최 의원은 본래 기업인 출신인데다 원내 진출 역시 지역구도 아닌 비례 출신의 초선이라는 점에서 최고위원직에 나서기엔 아직 경력이나 무게감이 부족하지 않느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일각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다만 당 대표 경선이든 최고위원 경선이든 이번에는 컷오프 실시 기준 정수에 못 미쳐 예비경선은 치러지지 않는데다 마땅히 인지도가 높거나 거물급인 후보가 거의 없는 만큼 난전 속에서 최종적으로 어느 후보가 웃게 될 것인지는 여전히 예측하기 어려워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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