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락 좌우할 단일화 변수, ‘정병국-김용태’ 시발점 될까

▲ 새누리당 정병국 의원(우)과 김용태 의원(좌)이 29일 여론조사를 통해 정 의원으로 당권 후보 단일화를 이뤄냈다. 시사포커스 / 원명국 기자
[시사포커스/ 김민규 기자] 새누리당이 29일 8·9전당대회 후보 등록 신청을 접수하면서 이를 기점으로 각 당권주자들이 본격적인 경쟁에 돌입했다.
 
이번 새누리당 전대에서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하는 후보군은 친박계 이주영, 한선교, 이정현 의원과 비박계 정병국, 주호영, 김용태 의원 등 6명이었지만 지난 28일 정병국, 김용태 의원은 먼저 후보 단일화에 합의하면서 최종 출마 후보는 5명으로 좁혀졌다.
 
앞서 최경환, 서청원, 나경원 의원을 비롯해 김문수 전 경기지사 등 계파를 막론하고 ‘거물급’ 인사들이 모두 불출마로 입장을 정리하면서 이번 당권 경쟁의 마지막 변수로 ‘단일화’만 남게 됐다.
 
특히 이주영, 이정현, 한선교 의원 등 친박계 후보들이 이미 경선 완주 의사를 밝히며 단일화 가능성을 일찌감치 일축한 가운데 친박계에 비해 조직력이 떨어지는 비박계에선 그간 서로 수차례 단일화 의사를 내비친 끝에 후보 등록 신청일인 29일 결국 첫 단일화를 이뤄내면서 당권 판도를 뒤흔들게 될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 여론조사 거쳐 ‘정병국’, 첫 단일화 성사
 
새누리당 전대 후보 등록이 시작된 29일, 김희옥 비상대책위원장은 여의도 당사에서 진행된 서약식에 참석해 “이번 전대는 결과 못지않게 혁신과 화합을 통해 새누리당이 국민 신뢰를 회복하고 새로운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당의 의지를 다지는 과정이 중요하다”며 총선 참패까지 초래한 계파 갈등을 8·9전대를 계기로 일소할 것을 당부했다.
 
이처럼 이번 전대의 성격을 계파 해소와 당 화합이라고 못 박은 만큼 비록 거물급 후보들이 불출마했다고 해도 계파성보다는 자신만의 비전을 제시하거나 공약을 통한 경쟁이 이뤄져야 하지만 여전히 후보 간 단일화가 중요 변수로 꼽힐 정도로 계파 대결 색채를 벗지 못하고 있다.
 
이는 지난 총선 패배 이후 확실한 책임 규명이 이뤄지지 않은 채 갈등 봉합을 명분으로 흐지부지 되어버린 데 이어 최근 인선 난항 끝에 겨우 구성된 당 윤리위에서도 ‘공천 개입 의혹’ 녹취록에 대한 조사조차 사실상 덮고 가려는 움직임을 보인 데 따른 비박계의 반발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다시 말해서 총선 패배의 원인이 된 밀실공천과 그 과정에서 벌어진 이전투구에 대해 비박계는 어떻게든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고, 대체로 공천에 상당한 압력을 행사했던 친박계는 이 때문에 당 대표 경선에도 ‘친박’ 타이틀을 달고 나서기 부담스러운 상황이 되자 일부 ‘탈박’ 조짐까지 보이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을 노리고 ‘총선 공천 희생양’ 이미지를 경쟁력으로 삼아 주호영 의원 등 탈당파 의원까지 당권 레이스에 뛰어들면서 비박계로선 필연적으로 이번 당권 경선을 ‘계파 갈등의 연장선’으로 삼을 수밖에 없게 됐다.
 
이로 인해 ‘후보 단일화’ 역시 자연스럽게 정강이나 공약의 유사성보다는 ‘계파색’에 따른 단일화를 의미하는 게 당연시됐고, 그 첫 사례로 전날 오후부터 이날 정오까지 당내 지지층 70%, 일반국민 30% 비율로 치러진 여론조사에서 정병국-김용태 의원 간 ‘비박계 단일화’는 정병국 의원이 출마하는 것으로 결론 나게 되었다.
 
이날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두 의원의 단일화 기자회견에서 단일 후보로 결정된 정 의원은 “정권 재창출의 확신을 심는 희망의 대표가 돼야 한다”면서도 “이번에 뽑히는 당 대표는 영광의 대표가 아니라 (총선 패배 등으로) 당원과 국민들에게 용서를 구해야 하는 속죄의 대표”라고 강조해 ‘친박계’가 당권에 도전할 당위성이 없음을 에둘러 질타했다.
 
여론조사 결과 패배한 김 의원도 이 자리에서 “패배에 가슴 아프지 않다. 혁신단일후보를 만들어냈다는 데 기쁘다”며 “정병국호에 묵묵히 백의종군해서 노를 저어 정권재창출이란 항구에 도착할 것”이라고 지원할 의사까지 밝혔다.
 
일단 김용태 의원이 이렇게 이탈하면서 정 의원은 비박계 후보 중 주호영 의원과의 단일화 가능성만을 남겨두고 있는데, 주 의원은 지난 28일 당사 기자회견에서 “이번 전대가 계파대결이 돼선 안 되고 치유와 화해의 전대가 돼야하기 때문에 단일화를 수용하기 어렵다”며 거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다만 주 의원은 “단일화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는다”며 “특정 계파가 특정 후보를 지원하는 계파 대결구도가 되면 차선의 선택을 위한 길을 열어두고 있다”고 밝혀 지금처럼 강성 친박계가 지원하는 후보가 전무한 상황에서 이들이 결국 범친박 후보 중 특정인을 전폭 지원키로 선회할 경우 정 의원과 단일화할 수도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주 의원이 당장은 비박 단일화를 거부하면서도 이처럼 가능성만 열어둔 것은 단일화 의사가 명확하다기보다 주류 친박계에서 조직력을 동원해 섣불리 특정 범친박 후보를 지원하려는 움직임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내놓은 경고로 해석되는데, 만일 실제로 주류 친박계가 친박 후보에 힘을 실으려 할 경우 주 의원이 진지하게 정 의원과 단일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 친박계, 비박 단일화 맹공…“계파갈등 조장·기탁금 꼼수”
 
친박계 후보들은 비박계에서 퍼붓는 ‘총선 책임’ 공세에서 벗어나기 위해 주류 친박계와 거리를 두며 자신이 계파색이 옅은 중립적 후보임을 자처하기도 하고, 일부 현안에선 강성 친박을 비판하거나 아예 다른 입장을 표명하는 등 나름의 ‘탈박’ 행보를 보이려 노력하고 있다.
 
현재 출마한 친박계 후보들도 강성 친박이 아닌 범친박에 가까운 인사들인 만큼 이들은 당내 최대 계파이자 높은 조직력을 갖춘 친박계 표심은 물론 당선 가능성이 낮다고 여겨 포기할 비박계 표심까지 흡수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
 
일례로 한선교 의원은 29일 “원조친박으로서 당 대표에게 주어진 모든 것을 버리고 새누리당의 화합과 혁신을 위해 몸을 던지겠다”며 자신이 친박임을 부인하지 않으면서도 ‘진박감별, 막말파동, 전화녹취, 공천파동’ 등 박 대통령을 팔아 호가호위한 의원들을 강성 친박으로 규정한 뒤 “10여명의 강성 친박만 해체하면 새누리당의 계파는 없어진다”며 “저는 이번 전대에서 그들과 싸우겠다”고 지지를 호소해 강성 친박에 등을 돌린 나머지 친박 표심은 물론 아예 이를 갈고 있는 비박 표심까지 노리는 전략을 펼쳤다.
 
▲ 이주영 의원은 ‘정병국-김용태’ 후보의 단일화 합의 소식을 접한 28일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계파를 청산하고 대화합을 하라는데 단일화를 통해 또 다른 계파 대결을 하자는 건 당을 계속 계파의 투우장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배신행위·부끄러운 유산’ 등의 표현까지 동원해 맹비난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이렇듯 ‘당 화합’을 내세우며 적어도 표면적으론 ‘계파 탈피’를 시사하다 보니 자칫 비박계 표심을 결집시킬 ‘비박 단일화’에는 상당한 경계심을 드러냈는데, 이주영 의원은 ‘정병국-김용태’ 후보의 단일화 합의 소식을 접한 28일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계파를 청산하고 대화합을 하라는데 단일화를 통해 또 다른 계파 대결을 하자는 건 당을 계속 계파의 투우장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배신행위·부끄러운 유산’ 등의 표현까지 동원해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비박계 단일화를 결행한다면 그것은 곧 친박계를 단일화하라는 뜻으로 해석될 것”이라며 비박계에서 단행하는 단일화가 오히려 친박을 자극해 결집시킬 수도 있음을 경고했다.
 
여기에 일부 친박계 의원들은 후보 등록 직전에 이뤄진 두 의원의 단일화가 1억 원에 달하는 기탁금을 내지 않고 자신들의 얼굴만 홍보하려는 ‘꼼수’라는 주장을 펴기도 했는데, 친박계 최고위원 후보이자 강성 친박으로 분류되는 이장우 의원은 29일 “비박계 주자들이 후보등록 전에 단일화에 합의한 것은 기탁금도 아끼려는 생각이 당연히 있지 않았겠느냐”며 단일화를 혹평했다.
 
이에 이날 단일화를 이룬 두 비박계 의원도 단일화가 자칫 ‘계파 프레임’에 갇혀 친박계로부터 역공을 받을 수 있는 ‘양날의 칼’임을 인식했는지 특정 계파임을 앞세우기보다 ‘혁신단일후보’라며 ‘비박’이란 단어는 일절 꺼내지도 않고 ‘혁신’을 유독 강조했다.
 
단일후보로 뽑힌 정 의원도 이번 단일화를 친박계에서 ‘계파 조장’으로 규정하며 반발하는 데 대해 이날 기자회견 직후 “계파를 형성한 적 없고, 계파가 있다면 그쪽이 계파”라고 맞받아친 뒤 비박계 수장인 김무성 전 대표의 지지 여부에 대한 질의를 받아도 “이번 단일화는 계파적 단일화가 아니라 혁신 세력의 연합, 단일화로 보면 된다”며 계파색이 비쳐지는 걸 극도로 경계했다.
 
이렇게 후보 등록 시작부터 ‘단일화’ 변수만으로도 민감하게 반응하며 친·비박 간 공방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가운데 이번 단일화를 계기로 추가적인 단일화가 이뤄질 수 있을지, 또 친박계 후보들은 이로 인한 여파를 막아낼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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