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는 '지역언론 현실과 제도적 개선책'이라는 토론회가 한국기자협회의 주최로 열렸다. 중앙일간지들의 외면으로 회의실 대부분이 텅 비어 있었지만, 토론자들은 지역언론의 심각한 현실에 인식을 같이 하고 정부의 '지역언론 육성 법안'을 마련을 위해 열띤 토론에 들어갔다. 이 날 토론회는 국내의 언론 현실이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기형적인 구조로서, 전체 신문시장의 90% 이상을 중앙일간지들이 독점하는 현실을 타개하고, 궁국적으로는 지역언론의 육성 지원법을 제정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토론회의 발표자로 나선 순천향대의 장호순 교수(신문방송학과)는 "국내의 언론 독과점은 선후진국을 막론하고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며 "군사독재를 거치면서 이루어진 이러한 중앙집권적 언론 독점은 그러나 '87년 민주항쟁 이후에도 여전히 개선되지 않았고, 이로 인해 국내의 풀뿌리 민주주의는 그 근간부터 흔들리고 있다"고 밝혔다. 즉, 독재권력에 의해 자본과 기술을 축적해온 '거대자본 언론'으로 인해 지역주민들의 알권리는 뒷전으로 밀리고 지역언론은 권력과 유착하거나 경영위기로 고사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것이다. 그는 또 "해외에서는 200만부 이상 판매를 올리는 중앙지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며, 세계적인 권위를 인정받는 워싱턴포스트나 LA타임스의 경우에도 100만부가 채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외국의 경우 국가의 지역언론 지원제도가 철저히 시행되고 있어 특정 언론이 여론을 장악하는 현상을 찾아보기 힘들며, 아무리 권위를 인정받는다고 해도 그 지역을 벗어나면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판매량에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고 한다. 기자협회의 이상기 회장은 "이 번 토론회에 중앙일간지 기자들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게 매우 안타깝다"며 "이러한 중앙지들의 독과점적 횡포와 무관심으로 인해 지역언론은 더욱 피폐해져 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토론회에서는 장호순 교수가 제시한 '지역언론 육성 지원법'의 시안이 발표돼 참석자들의 큰 주목을 받았다. 장 교수는 "이 시안을 바탕으로 더욱 심도 있는 토론이 진행될 것으로 보이며, 여론수렴 과정을 거쳐 최종 시안이 나오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꾸준히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토론회의 한 참석자는 "현재 중앙일간지의 지면을 보면 '광고지'라고 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광고 독점 현상도 심각하다"며 "향후 지면의 50% 이상을 광고로 때우는 거대자본 언론의 경우 세제상 혜택을 주지 말아야 할 것"이라는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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