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마’ 밝혔던 비주류 이종걸, ‘유보’로 급선회…‘친문 일색’ 강화될 듯

▲ 한 달 앞으로 다가온 내달 27일 더민주 전당대회가 당내 주류 후보들의 각축전에 그치면서 그저 '친문재인' 당임을 확인시켜 주는 자리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출마 후보자 등록 마감일인 28일이 목전에 다가온 가운데 당권 구도가 3파전이 될지 4파전이 될지조차 한 치 앞도 예측하기 힘들 정도로 ‘오리무중’ 상황에 이르고 있다.
 
27일 현재까지 범주류로서 5선의 추미애 의원, 4선의 송영길 의원을 비롯해 본래 친문계로 꼽히는 김상곤 전 혁신위원장까지 3인이 공식 출마 선언을 한 가운데 유일한 비주류 출신으로 당권 경쟁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됐던 이종걸 의원이 그간의 장고를 마치고 이날 출마 의사를 밝히는가 싶더니 돌연 번복하며 입장을 유보해 오는 8·27 전당대회가 결국 친문 일색의 분위기로 흘러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미 거물급 인사의 부재로 일찌감치 더민주 전대에 대한 흥미가 떨어진 데다 출마 후보들의 대체로 ‘친문’ 색채를 띠면서 차별화된 점이 눈에 띄지 않아 벌써부터 전대 흥행 실패 전망까지 나오고 있는데 그나마 비주류인 이 의원이 출마하게 되면 분위기가 전환될 만한 일말의 가능성도 있을 수 있지만 이 경우 컷오프 룰이 적용되기 때문에 출마 여부를 예단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 당 대표 경선, ‘공약’보다 ‘文心’ 관건?
 
이번 더민주 당권 경쟁 구도의 키워드는 공약보다 ‘친문재인’이다. 가장 먼저 당권 도전을 선언한 추미애 의원과 뒤이어 경쟁에 뛰어든 송영길 의원이 경쟁 초기엔 각각 ‘호남 며느리론’과 ‘호남 대표론’을 내세워 신경전을 벌이며 전통적 야권 지지 지역인 호남 표심에 서로 러브콜을 보내기도 했지만 전대가 다가올수록 이보다 당락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친문 표심에 노골적인 구애를 보내고 있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친문계 공략에 집중하는 이유는 몇 가지로 정리되는데, 일단 지난 총선 민심을 통해 드러났듯 호남은 국민의당에 몰표를 줘 친노·친문 세력에 돌아섰음을 분명히 보여줬음에도 이들이 호남 민심보다 친문계를 더 의식할 만큼 더 이상 당내에서 ‘친문재인계’의 향방 외엔 당락을 좌우할 변수가 없는 상황이다.
 
특히 외형상 비주류인 김종인 비대위 체제로 운영되고 있음에도 이에 관계없이 친문계가 당을 주도하게 된 데에는 문 전 대표 재임 시절 대립각을 세워온 인사들이 국민의당으로 거의 모두 떨어져 나감으로써 더민주 내 비주류 세력이 거의 괴멸한데다 문 전 대표가 당 대표일 때 추진했던 ‘온라인 당원’에 가입해 현재 권리당원으로 전환된 당원들이 대체로 친문 성향이고, 이들이 이번 당 대표 선거에 30% 반영되는 권리당원 투표에서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 보기 때문이다.
 
또 사드 문제 등 이목을 끌만한 각종 이슈에 있어 야권 소속이라는 특성상 세 후보 모두 비슷한 목소리 밖에 낼 수 없다는 한계 역시 ‘친문 지지’에만 목맬 수밖에 없게 만들고 있다.
 
이 같은 여러 연유로 누구든 친문계의 지지 없이는 차기 당 대표에 오르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며 문 전 대표를 당 대선후보로 지원할 ‘관리형 당 대표’가 필요하기 때문에 주관이 강한 인물보다는 문재인계와의 친소 정도가 중요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 관측된다.
 
이를 의식한 듯 추 의원은 지난 달 16일 YTN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당으로부터 대선 후보를 지켜줄 수 있는 깊은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 같다”며 지난 전당대회에서 자신이 박지원 의원이 아닌 문 전 대표를 지지했던 전력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에 질세라 송 의원도 지난달 17일엔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문재인 전 대표도 유권자로서 저를 찍어줄 것 같다”며 직구를 던진 데 이어 지난 24일 국회에서의 공식 출마 기자회견 직후엔 기자들에게 “문재인 전 대표는 가장 유력한 대선주자이고 또 훌륭한 지도자라고 생각한다”고 극찬했는데, 이는 우회적으로 자신에 대한 지지를 친문계에 호소한 발언이라 풀이되고 있다.
 
다만 지나치게 편중된다는 인상을 주었기 때문인지 26일 광주·전남 국회 출입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선 “당 대표는 공정한 대선 경선이 치러지도록 해야 한다”며 “문재인, 손학규, 박원순, 안희정 등 당내 대권 주자들과 지지자들이 하나로 모일 수 있는 경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이를 두고도 더민주 대선 경쟁의 관심을 모으고 판을 키워 문 전 대표를 더 돋보이기 하기 위한 차원에서 나온 구상일 뿐 실제로 문 전 대표가 아닌 다른 대선 후보를 당의 단일 대선주자로 내세울 가능성을 열어둔 발언은 아니라는 게 세간의 평가다.
 
이런 와중에 문 전 대표 시절 혁신안을 통해 그를 뒷받침해 ‘친문계’로 꼽혔던 김 전 혁신위원장까지 뒤늦게 당권 도전을 선언하면서 ‘문심’ 장악을 위한 혈투가 한층 가열될 것으로 전망됐다.
 
일단 김 전 위원장은 이런 시선 때문인지 뒤늦게 출마한 만큼 타 후보와의 차별화를 위해 친문계와 어느 정도 거리를 두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는데, 지난 24일 “계파의 눈치를 보며 표를 구걸하는 대표는 필요 없다”고 발언하기도 했고, 한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선 ‘문재인 대세론’과 관련해 “지금 어느 분의 지지도가 높다고 해서 그게 끝까지 갈 수 있다는 보장은 아무도 할 수 없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이는 그가 다른 후보들처럼 ‘친노·친문’ 인사로 비쳐진 채 전대에 나설 경우 일찍이 ‘친문 구애 행보’를 보여왔던 추 의원이나 송 의원과 별 다른 차이가 없어져 결국 자신이 비교적 열세인 인지도나 의정 경력 등 타 부문에서 두 의원과 비교당하는 상황을 맞게 될 것을 감안해 내놓은 전략으로 분석된다.
 
또 ‘반 문재인’ 성향이 강한 당내 비주류를 대표하는 후보가 아무도 없다는 점에서 ‘반 문재인’을 암시하는 듯한 발언만으로도 이들의 표심을 흡수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계산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당장 당내 최대계파로 이번 전대에서 당락을 좌우할 친문계의 한 표가 더 아쉬운 상황에서 김 전 위원장이 이처럼 ‘반 문재인’ 발언을 내놓고, 스스로 “한 번도 친노, 친문 역할을 해본 적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추 의원이나 송 의원과 달리 원외 출신 인사로서 당내 세력이 거의 없어 문 전 대표를 압박할 가능성이 낮다는 점에서 굳이 노골적인 친문 행보를 보이지 않아도 친문계가 결국 자신을 지지하게 될 것이란 자신감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추 의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의해 발탁된 인사인데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비록 개인적으로 탄핵에 반대했었다고는 해도 노 전 대통령 측인 열린우리당이 아니라 한나라당(현 새누리당)과 함께 탄핵에 동참한 민주당에 잔류했었던 전력이 있고, 송 의원도 86운동권 출신이며 김부겸, 박영선 등 비노 인사들과 가깝고 친노 측과의 직접적 연계는 옅다는 부분까지 감안하면 이 두 의원 역시 명확히 ‘친노·친문’이라 분류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유독 ‘친노’임을 증명하고자 하는 것으로 비쳐진다.
 
◆ ‘비주류’ 이종걸 출마 여부, 전대 활력소 될까
 
▲ 비주류 이종걸 의원이 27일 김종인 비대위 대표의 반대에 직면해 당초 당권 도전을 선언하려던 계획을 접고 돌연 전대 출마를 유보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이렇듯 모든 후보에 있어 친문 표심 잡기가 최대 관건이 된 가운데 27일 이종걸 의원이 비주류를 대표하는 유일 후보로서 돌연 출마할 뜻을 내비쳐 이목을 끌었다.

이 의원은 이날 PBC라디오에 출연해 ‘친문 일변도’로 당권 구도가 흘러가는 현 상황을 겨냥해 “당의 여러 입장이 살아 움직여 그게 용광로에서 활활 타 강철을 만들어 나가야지 그것이 정당의 민주주의 기초가 되고 정당 미래도 있는 것”이라며 “하나의 방향으로만 가는 것은 민주주의의 기초가 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번은 불을 피우지 말자고 하는 지지자들이 많다”면서도 “불을 피우지 못한 것과 안 피우는 것과는 다른 것”이라며 당선 가능성만을 염두에 두고 불출마해 결굴 당이 친문 일색으로 장악되는 상황만은 좌시할 수 없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이어 이 의원은 “지금까지 70~80% 출마에 무게를 두고 많은 생각을 했다”며 “지금 과정에서는 내가 판을 만들어내는 야권의 전체 연대의 적임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당권 출마 의사를 명확히 밝혔다. 

그러면서도 오랜 기간 출마를 저울질해온 이유에 대해선 “선거에서 진다면 저만의 패배가 아니라 비주류의 패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라며 어느 때보다 신중하게 내린 결정이었음을 강조했다. 

하지만 신중히 고심한 끝에 내린 결정이란 그의 말이 무색하게 이날 오전 비대위에서부터 김종인 비대위 대표에 막혀 완전히 꼬여버렸는데, 전당대회에 출마하려면 현재 비대위원직에서 사퇴해야 하지만 김 대표가 사퇴를 거부하며 비대위를 계속하라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간 문 전 대표와 불편한 관계를 이어온 김 대표는 ‘친문 강세’가 분명한 차기 전대에 굳이 비주류를 대표한다면서 이 의원이 출마해봐야 당선 가능성이 희박할 것은 물론 ‘비주류도 참석했다’며 들러리 세워 전당대회 구색만 맞추게 될 게 분명할 거라 생각해 비대위원직 사퇴까지 반려하며 출마에 반대한 것으로 보인다.  

또 이 의원이 출마해 당권주자가 4명이 될 경우 컷오프 룰이 적용돼 예비경선을 통해 3명만 결선에 진출하고 1명은 탈락하게 되는데, 4명의 후보군 중 친문과는 가장 거리가 먼 이 의원이 본선조차 밟아보지 못하고 탈락할 가능성도 고려해 반대 의사를 표한 것으로 비쳐진다.

이 때문인지 이 의원도 비대위 직후엔 기자들에게 돌연 “지금 김 대표 뿐 아니고 나에게 중요한 지지대가 되는 분들이 종합적인 고려를 해볼 때 출마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 분명하다”며 “좀 더 생각해보겠다”고 유보적 입장으로 급선회하면서 이날 이 의원의 출마는 한낱 촌극으로 마무리되어버려 당내 비주류의 처지를 더욱 궁색하게 만들었다. 

비록 이 의원이 출마 여부를 재고해보겠다고 했지만 당내 비주류의 호응도 얻지 못한 만큼 ‘낙선’이 뻔한 전대에 나서겠냐는 분석이 우세한데, 이럴 경우 차기 당 대표 경선은 예정대로 컷오프 없이 ‘친문 일변도’의 3파전이 될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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