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도 높은 金 출마 시 기존 후보 ‘컷오프’ 가능성 높아져

▲ 지난 25일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할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전대를 앞두고 등장한 갑작스런 변수에 기존 당권후보들이 당황스러워 하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이렇다 할 거물급 인사가 없던 새누리당 당권 경쟁에 최근 당내 중진인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새로이 등판할 조짐을 보이면서 이를 전혀 예상치 못했던 기존 후보들이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특히 그간 거물급 인사들의 불출마 선언과 후보 난립으로 분열된 친박계의 상황에 반사효과를 누릴 것으로 기대했던 비박계 후보들이 갑작스런 김 전 지사의 출마 가능성에 격한 반응을 드러내고 있다.
 
또 돌연 김 전 지사 출마설이 불거지게 된 데 대해서도 그 배후에 친박계가 있는지 아니면 김무성 전 대표의 의도인지 의견이 분분하면서 전당대회를 불과 2주 남겨 놓은 시점에 당권 구도가 혼돈으로 치닫고 있다.
 
◆ 金 당권 출마 배경에 ‘청와대’·‘김무성’·‘고육책’ 등 해석 분분
 
무엇보다 그동안 대권 후보군으로 분류되어왔던 김 전 지사가 갑자기 당권 출마 쪽에 가능성을 열어놓으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오는 29일이 후보 등록 마감일인 만큼 김 전 지사 측은 적어도 27일까지 전대 출마 여부에 대한 입장을 내놓을 것이라 전하고 있는데, 당권 도전을 선언할 경우 대선 1년6개월 전부터 당권을 내려놔야 대선후보 자격이 생기는 새누리당 규정상 그대로 대권 포기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어 현 시점에 당권 출마설이 나온 자체가 대권 전망이 사실상 어둡기 때문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앞서 김 전 지사는 지난 4·13 총선 당시 새누리당의 텃밭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했음에도 결국 야당 후보에 패한 데다 현재 차기 대선후보군에서도 후순위에 머물러 있어 원외인사라는 특성상 ‘당선 가능성’이 중요하다는 현실적 측면을 우선 고려해 ‘거물급’이 없는 당 대표 경선 쪽으로 시선을 돌린 것이란 분석이다.
 
여기에 김 전 지사가 지난 대선후보 경선에선 비박계로 분류된 바 있고, 20대 총선에선 대구 출마 당시 친박계의 도움을 받은 적이 있어 딱히 특정한 계파로 분류하기 어렵다는 점도 저마다 ‘화합’과 ‘계파 해체’를 외치는 이번 당권 경선에 경쟁력으로 작용할 것이라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런 전략에 대해 회의적 시각을 내놓기도 했는데, 지난 24일 당권 불출마를 선언했던 비박계 홍문표 의원은 26일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친박도 아니고 비박도 아니고 뭐 양쪽에 잘 하면 표를 얻지 않느냐 이런 단순한 생각을 가진 것 같은데 참 잘못된 판단”이라며 “이름 좀 있다고 아무 곳이나 이름 내놓고 나오면 되는 것 같은 인상을 보이는 건, 저는 김 전 지사가 왜 이런 행동을 할까 하는 데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런 가운데 일부에선 김 전 지사 출마설이 ‘제2차 문무합작(대권 김무성· 당권 김문수 분담)’을 염두에 둔 김무성 전 대표의 권유에 따라 불거졌다고 보도하기도 했는데, 이는 김 전 대표 측이 지난 25일 보도자료를 내고 사실무근이라며 즉각 반박해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또 김 전 대표가 김 전 지사의 출마 배후로 지목되기에는 현재 당권 출마한 후보들 중 김용태 의원이 김무성계 측근으로 꼽히는데다 정병국 의원도 지난 12일 김 전 대표에 지지를 요청한 데 이어 지난 14일 대권 행보를 재개하는 듯한 김 전 대표의 지지자 만찬회동에도 참석하는 등 김 전 대표 측과 접촉을 이어왔다는 점에서 그 가능성이 낮게 점쳐지고 있다.
 
또 다른 비박계 당권주자인 주호영 의원조차 25일 YTN라디오 ‘최영일의 뉴스 정면승부’와의 인터뷰에서 ‘제2차 문무합작설’과 관련, “아무 근거도 없고 김 전 지사가 출마한다고 해서 당권을 잡는다는 확실한 것도 없는 상황에 김 전 대표가 나머지 주자들과 다 불편한 관계를 가지며 누구를 특별히 지원한다는 건 생각하기 어렵다”며 “이런 상황에서 김 전 대표께서 어떤 의견을 내는 건 조심스럽지 않나. 그래서 저는 의견 표명은 안 했을 거라 본다”고 관측했다.
 
다만 김 전 대표가 지난 22일 수원 아주대에서 열린 청년 무역인 행사에서 자신을 ‘비박’이 아니라 ‘비주류’라 불러달라며 ‘비주류 당권주자’ 중 1등할 사람을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어 김 전 지사가 현재 비주류로 분류되는지 여부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를 경계하는 듯 일부 비박계 당권 주자들은 당장 일축하고 나섰는데, 정병국 의원은 26일 SBS라디오 ‘한수진의 전망대’에 출연해 “김문수 전 지사가 비주류인지는 확인을 해봐야 할 것”이라면서도 “김 전 지사가 비주류라고 하기는 어렵다”고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오히려 정 의원은 이 자리에서 김 전 지사 출마설이 갑자기 부상한 배경에 대해 ‘김무성 배후설’보다는 청와대 쪽을 의심했는데 “(문무합작설은) 일각에서 역정보라고 이야기하는 분도 있더라”라며 “김 전 지사님이 지금까지 해왔던 정치적 행보와 과연 맞는 건지 한번 되돌아보실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한 언론이 일부 여권 인사의 발언을 빌어 ‘청와대 배후설’을 한층 확산시키자 배후로 지목됐던 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은 26일 입장자료를 내고 “청와대는 새누리 전당대회에 관여한 사실이 없다”며 “김 전 지사가 자신의 출마 여부에 대한 의견을 물어 오길래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모양이 좋지 않다’며 약간 부정적인 생각을 말씀드린 것이 전부”라고 진화에 나섰다.
 
이렇게 김무성 전 대표 측은 물론 청와대 측에서도 김 전 지사와의 연관성을 적극 부인하면서 김 전 지사의 출마를 친박계에서 종용한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는데, 최경환·서청원 불출마 이후 홍문종 의원을 ‘대타’로 내세우기엔 컷오프를 한다고 해도 친박 후보 난립 속에 당선을 장담하기 어려운 만큼 거물급인 김 전 지사를 끌어들인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 기존 당권주자, 친·비박 막론 ‘김문수’ 경계

 
분명히 김 전 지사의 당권 출마 가능성만으로도 친·비박을 막론하고 견제구를 퍼붓고 있다는 점에 비쳤을 때 김 전 지사라는 변수는 비박계 후보들을 뒤흔드는 것은 물론 강성 친박과는 거리를 두고 있는 현재의 친박 당권주자들에게도 상당한 압박을 줄 수 있을 것이 확실해 보인다.
 
▲ 범친박계 이주영 의원조차 26일 김 전 지사의 경선 참여 가능성과 관련해 보도자료를 내고 “시기와 명분에 있어서는 너무나 옹색한 일”이라며 지난 총선 당시 김부겸 더민주 후보에 대구에서 패했던 사실까지 끄집어내 “김 전 지사가 지금도 당원들에게 조금의 죄송함이 있다면 논란의 중심에 서기보다 자숙의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당장 친박계 후보라면서도 ‘탈박’ 행보로 친박 주류의 지지를 못 받고 있는 이주영 의원조차 26일 김 전 지사의 경선 참여 가능성과 관련해 보도자료를 내고 “시기와 명분에 있어서는 너무나 옹색한 일”이라며 지난 총선 당시 김부겸 더민주 후보에 대구에서 패했던 사실까지 끄집어내 “김 전 지사가 지금도 당원들에게 조금의 죄송함이 있다면 논란의 중심에 서기보다 자숙의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아울러 정병국, 주호영, 김용태 등 비박계 당권후보들 역시 김 전 지사 당권 도전설이 나온 지난 25일 서울 모처에서 긴급히 회동을 가진 뒤 “혁신의 흐름을 저지하려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며 “혁신의 흐름을 관철하기 위해 공동으로 뜻을 모으고 행동해나갈 것”이라고 밝혀 김 전 지사를 저지하기 위한 공조 체제를 이뤄나갈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럼에도 만일 김 전 지사가 끝내 출마한다면 비박계 표심 일부를 잠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단일화가 불가피하다는 시각도 있는데, 이에 정 의원은 26일 김 전 지사와 단일화할 생각은 없다며 단호히 선을 그었다.
 
또 지난 2012년 대선 경선 당시 김 전 지사를 유일하게 지지했던 현역 의원으로 꼽히는 김 의원마저 전날 부산시의회 기자간담회에서 “당내 난전 상황에 섣불리 나서기보다 내년 대선에서 의미를 찾기 바란다”고 한 데 이어 이날 TBS라디오 ‘열린아침 김만흠입니다’에 나와선 “(김 전 지사 출마설은) 혼란이 있거나 와전된 것 같다”며 아예 출마 가능성 자체를 부정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지난) 일요일 낮에 (김 전 지사와) 전화통화를 했었는데 ‘지금까지 잘 해왔고 열심히 해라, 좋은 결과 있었으면 좋겠다’는 덕담을 들었을 뿐이고 특별히 출마한다는 말씀은 듣지 못했다”며 “김 전 지사는 인생역정이나 정치과정에서 쌓아왔던 경륜 등을 대한민국에서 큰 데 쓰이실 만한 큰 그릇”이라고 거듭 김 전 지사의 ‘대선 출마’를 부채질했다.
 
◆ ‘대동소이’ 후보군, 출마자 늘수록 ‘컷오프’ 압박
 
이처럼 김 전 지사의 당권 도전에 극렬하게 반발하는 데에는 이번 전대에서 적용되는 ‘컷오프’ 룰에도 일부 원인이 있는데, 현재 공식 출마선언을 한 6명의 후보로는 예비 경선 없이 모두 후보로 나서게 되지만 후보가 7명이 되는 순간 컷오프 규정이 적용돼 5명만 결선에 올라갈 수 있다.
 
문제는 컷오프 방식인데 오로지 선거인단(70%)과 일반 국민(30%)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유선 20%, 무선 80%) 결과에만 의존해 결정되기 때문에 인지도가 높은 후보일수록 여론조사에서 유리해질 가능성이 높아 김 전 지사가 출마하게 되면 그와 지지층이 겹치는 후보 중 하나가 탈락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여론조사 대상 중 선거인단이 70%를 차지하다는 점에서 비박계에 비해 조직력이 강한 친박계 측이 다소 유리해 출마 후보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현재 출마한 비박계 후보들이 컷오프당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 때문에 친박계 색채가 강한 홍문종 의원 뿐 아니라 높은 인지도는 물론 비박계 표심도 흡수할 가능성이 있는 김 전 지사까지 동시 출마하게 되면 후보군이 8명이 되면서 기존 출마 후보들 중 3명이 컷오프 될 가능성이 없지 않아 그 어느 때보다 비박계 후보들의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거기다 이번 전대가 지난번에 비해 큰 흥행 요소가 없다는 부분이 거꾸로 예비경선에 불과할 ‘컷오프 여론조사’의 무게감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자칫 예비경선 결과가 결선 결과까지 그대로 이어질 수 있어 기존 후보들의 부담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런 와중에 친박계 핵심인 홍 의원은 당 대표 경선 출마 의사를 분명히 하며 27일 쯤 공식 선언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같은 날 ‘친박계 맏형’ 서청원 의원이 주재하는 대규모 만찬도 예정돼 있어 당권 구도에 새로운 변수가 늘어날지 김 전 지사의 출마 여부와 더불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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