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野, ‘우병우 거취’ 놓고 공방 속 與마저 ‘사퇴’ 압박 가세

▲ 여야가 22일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사퇴를 한 목소리로 촉구하고 나섰다. 시사포커스 / 원명국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처가 부동산을 넥슨에 매각한 건으로 진경준 사태와 맞물려 의혹에 휩싸였던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거취 문제를 놓고 지난 21일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 흔들기’로 보고 정면 돌파를 감행했으나 야권이 즉각 반발하면서 이 ‘진검승부’의 결과에 따라 양측 중 한쪽은 크게 내상을 입을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그간 계파 갈등으로 인해 ‘우병우 논란’에도 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던 여당은 점차 우병우 퇴진 쪽으로 기우는 조짐이 보이면서 청와대와 야권 간 팽팽한 신경전의 결과를 좌우할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그동안 새누리당에선 비박계만 야권과 같은 입장을 보여 왔으나 이젠 친박계 일각에서도 변화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어 내달 9일 전당대회 결과를 전후로 급격하게 박 대통령이 레임덕에 빠지지 않겠느냐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는데, 일단 박 대통령은 오는 25일부터 닷새 간 휴가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이 기간 동안 구상한 정국 해법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野 ‘朴 대통령’ 정면대응에 ‘强 대 强’ 맞불
 
야권이 연일 우병우 민정수석에 대한 경질을 요구하며 청와대를 강도 높게 압박하는 가운데 21일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내놓은 박 대통령의 발언이 정치권에 또 다른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박 대통령은 “요즘 저도 무수한 비난과 저항을 받고 있는데 지금 이 상황에서 대통령이 흔들리면 나라가 불안해진다”며 “여기 계신 여러분도 소명의 시간까지 의로운 일에는 비난을 피해가지 마시고, 고난을 벗 삼아 당당히 소신을 지켜 가시기 바란다”고 강조했는데, 이 중 ‘소명의 시간까지’와 관련해 궁지에 몰린 우 수석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발언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에 따라 그간 우 수석에 대해 자진사퇴나 경질을 촉구해오던 야권은 청와대의 강공에 똑같이 맞대응하기로 하고 총공세에 돌입했는데,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2일 오전 국회 비대위에서 “우 민정수석에게 대통령 치마폭에 숨지 말라고 했는데 오히려 대통령이 나서서 방어막을 쳐줬다”며 “국민과의 정면대결을 선언한 것”이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우 원내대표는 이어 “대통령이 이렇게 한다면 총선 전으로 돌아가는 것”이라며 “일방통행, 오만, 오기, 독선 등 이런 용어들이 다시 박근혜 정권을 규정하는 단어가 될 것”이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그러면서 그는 “진경준 현직검사장이 구속되는 초유의 사건만으로도 (우 수석은) 검증 실패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며 “지금이라도 박 대통령은 국민을 실망시키지 말고 전면적 인사쇄신과 전면개혁으로 국정운영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요구했다.
 
우 원내대표는 우 수석을 향해서도 “결백하다면 오히려 물러나서 떳떳하게 진실을 밝히는 게 당당하지 이렇게 막강한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서 언론간담회를 하고 대통령 보호 안에 머물고 이렇게 해서 나라가 제대로 돌아가나”라며 “민정수석이란 자리가 본인 명예회복을 위해 활용될 자리가 아니란 것을 다시 한 번 경고한다”고 사퇴를 촉구했다.
 
같은 당 박완주 원내수석부대표도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로부터 우 수석이 국회 운영위 출석 가능성에 대해 질문받자 “우 수석은 대형양파 같다. 매일매일 의혹이 새롭게 터져 나온다. 운영위 출석까지 갈 것도 없이 본인이 잘 판단할 것”이라며 사실상 자진사퇴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박 원내수석은 ‘대통령의 치마폭에 숨지 말라’던 우 원내대표의 발언을 인용해 “혹시 8월에 예정된 올림픽 시즌에 ‘올림픽 치마폭’에 숨으려는 것은 아닐 것”이라며 “검찰 역사상 현직 검사장이 구속됐는데 인사검증에 실패한 책임이 가볍지 않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국민의당 역시 전날 NSC에서 있었던 대통령 발언에 대한 비판 대열에 합세했는데,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대통령 발언은 ‘나는 수석을 경질하지 않을 것이니 우 수석도 사퇴하지 말라’는 것으로 언론도 해석한다”며 “국가안전 보장회의는 우병우 민정수석 자리를 보장하는 ‘우병우 보장회의’가 아니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박 위원장은 “아들의 의경 전출 의혹, 법인차량 이용 등 의혹만으로도 민정수석 업무 수행은 불가능하다”며 “수백억의 재산을 가진 우 수석이 자신의 아내를 시켜 농지 몇백평을 불법으로 산 파렴치한 행위를 우리는 결코 용서할 수 없다”고 재차 몰아붙였다.
 
그는 “우 수석도 고발을 했고 검찰도 수사를 시작했다. 야당과 새누리당도 경질을 요구하는데 오직 대통령만 현실 상황을 잘못 판단하는 것”이라며 “흔들리는 대한민국의 안전보장을 위해 우 수석 스스로 사퇴하거나 박 대통령이 스스로 해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김성식 정책위의장까지 전날 박 대통령의 NSC에서의 ‘고난’ 발언을 꼬집어 “비리 의혹과 권력 남용 논란에 휩싸인 자신의 측근이 비판 받는 게 고난인가”라며 “우 수석이 저항을 피할 유일한 방법은 검찰을 감시할 현재 자리에서 벗어나는 것이자 최고위층도 일벌백계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날선 비판을 가했다. 시사포커스 / 원명국 기자

뒤이어 김성식 정책위의장까지 전날 박 대통령의 NSC에서의 ‘고난’ 발언을 꼬집어 “비리 의혹과 권력 남용 논란에 휩싸인 자신의 측근이 비판 받는 게 고난인가”라며 “우 수석이 저항을 피할 유일한 방법은 검찰을 감시할 현재 자리에서 벗어나는 것이자 최고위층도 일벌백계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날선 비판을 가했다.
 
이 같은 야권의 압박이 연일 계속되자 청와대는 이날 한 발 물러나 박 대통령의 발언을 해명하고 나섰는데,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전 기자들에게 문제의 ‘소명의 시간’ 부분과 관련, “어제 자리가 NSC 아니었냐. 북한 동향과 관련한 점검과 안보상황에 대한 점검 등 엄중한 자리”라며 “국가안보를 지켜야 한다는 소명이지 우 수석에 대한 소명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정 대변인은 거듭 “수석에 대한 소명이 아니라 국가안보와 국민안전을 지켜야 한다는 소명의 시간인 것”이라면서도 여당 내에서조차 우 수석의 자진사퇴를 요구하고 있는 데 대해선 “드릴 말씀이 없다”며 입을 다물었다.
 
◆ 與 ‘역풍’ 우려해 禹 ‘자진사퇴’에 무게
 
실제로 이날 새누리당에서도 우 수석이 사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는데, 당권주자인 비박계 정병국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까지 열어 우 수석을 겨냥 “검찰 인사권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민정수석이 신분을 유지하며 검찰 수사를 받을 경우 끊임없이 논란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며 “조속히 결단을 내릴 것을 촉구한다”고 야권과 한 목소리를 냈다.
 
정 의원은 “이런 구설에 오른 것 자체가 대통령을 모시는 사람으로서의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본인이 억울한 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박 대통령의 원활한 국정운영을 위해 스스로 결정을 내린 뒤 시시비비를 가려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 범친박이지만 최근 탈박으로까지 불리고 있는 이주영 의원도 이번 논란에 대해 “책임질 일이 있을 때는 솔직하게 다 털어놓고 책임지는 자세, 그게 참된 공직자의 바른 자세”라며 우 수석 사퇴 쪽에 확실하게 힘을 실었다.
 
이 뿐 아니라 당내 강성 친박으로 분류되는 3선의 조원진 의원마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최고위원 출마 기자회견 직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도중 우 수석 사퇴 여부와 관련해 “본인이 판단할 문제”라고 말해 우 수석을 옹호해오던 기존 친박계의 입장과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이는 전당대회를 앞둔 중요한 시점에 우 수석 문제로 박 대통령을 비롯한 친박계에 대한 당내외 인식이 악화되는 것을 우려한 데다 정권 말 국정운영 동력을 얻어도 모자랄 상황에 오히려 우 수석 문제에 발목 잡혀 박 대통령의 레임덕이 가속화될 것을 염두에 두고 내놓은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런 변화된 기류를 감지했는지 정진석 원내대표도 이날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당장 우 수석 관련 청문회를 국회 운영위에서 연다는 건 아니지만 앞으로 운영위가 열리고 야당은 우 수석을 출석하라고 할 것 아닌가”라며 “더 이상 불출석을 양해해주기 어려울 것 같다. 한번은 나와야 할 것 같다”고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야권은 이조차 부족하다는 듯 한 발 더 나아가 ‘검찰 출두’를 촉구했는데,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은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5·18 왜곡행위 처벌을 위한 법률개정 국민 토론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여당이 거론한) 운영위 출석은 시간벌기용”이라며 “당연히 검찰로 가야지 운영위에 나올 일이 없을 것”이라고 우 수석을 강도 높게 압박했다.
 
이 같은 압박 외에도 야권은 우 수석의 경질을 이끌어내기 위한 실질적 대책을 마련하는 데 착수했는데, 일단 야권 공조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입법화에 한층 박차를 가함으로써 검찰에 위기감을 고조시켜 야권의 의도대로 검찰이 우 수석을 수사하도록 압박할 예정이다.
 
또 더민주는 새누리당에서 이미 우 수석의 국회 운영위 출석을 수용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만큼 운영위에서 대통령비서실에 대한 질의를 열어 우 수석을 출석시키고 의혹을 해명토록 추궁하는 방안을 구상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우 수석 옹호로 역풍을 맞은 박 대통령은 오는 25일부터 닷새 간 휴가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는데, 과거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으로 논란이 일어났을 때도 의혹이 불거진 직후엔 경질하지 않다가 나중에 결국 경질했듯 이번에도 야권의 요구에 대통령이 굴복하는 듯한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 잠시 결정을 유보했다가 휴가 이후 새누리당 전당대회가 시작되기 전 적절한 시점에 경질하는 수순을 밟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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