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후보 압도’ 없는 혼전 속 與 ‘단일화’-野 ‘친문 지지’ 따라 당락 가를 듯

▲ 공식 출마 선언한 새누리당 당권 후보군인 (위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친박계 이주영 의원, 이정현 의원, 한선교 의원, 비박계 김용태 의원, 정병국 의원.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내달 치러질 예정인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의 전당대회가 일찌감치 주목받아온 ‘거물급’ 후보들이 모두 빠진 채 진행될 것으로 점쳐지면서 흥행에 적신호가 켜졌다.
 
21일 현재까지 새누리당 당권 후보로 친박계에선 이주영, 이정현, 한선교 의원, 비박계에선 정병국, 김용태 의원이 공식 출마한 상태고, 더불어민주당에선 추미애, 송영길 의원과 김상곤 전 혁신위원장이 출마한 상황이다.
 
물론 현재 후보들 역시 대체로 다선 의원 출신으로 의정 경력이 상당한데다 활발한 활동으로 자신만의 특색을 분명히 갖고 있는 인사들이지만 지난번 새누리당의 ‘김무성-서청원’, 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박지원’ 등 대권후보에 준하던 전대 후보들의 무게감에 비하면 크게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현재 전당대회 개최 시점으로 보면 새누리당은 8월 9일로 이제 보름여 밖에 안 남았고, 더민주는 8월 27일로 약 1달여 남은 상황이지만 새누리당에선 홍문종 의원, 더민주에선 이종걸 의원 등 여전히 출마를 고심하는 잠재 후보들이 남아있어 비록 흥행몰이를 일으킬 만한 큰 변수는 없을지라도 또 다른 잠재후보군이 나올 것인지도 지켜볼 일이다.
 
◆ 새누리, ‘서청원 불출마’에 친박 ‘공황’…비박 ‘반사이익’?
 
당초 새누리당에선 친박계 후보들인 정우택, 원유철 의원 등이 당 대표 불출마를 선언하고 홍문종 의원도 조건부 불출마 의사를 내비칠 정도로 친박계에선 ‘좌장’ 최경환 의원을 유력후보로 단일화하려는 모양새를 보인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 의원이 진박 유세에 앞장서 계파 갈등을 부채질했다며 비박계가 ‘총선 책임론’에 다시 불을 붙인 데 이어 경제부총리로 그가 재임하던 당시 참석했던 ‘대우조선해양 관련 서별관회의’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끝내 지난 6일 불출마로 상황이 정리됐다.
 
이 와중에 친박계로 분류됐던 이주영, 이정현 등 당권후보들까지 친박계 후보 단일화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해 갑작스런 최 의원의 불출마로 곤혹스러워 하던 강성 친박계 의원들은 고심을 거듭한 끝에 단일화 없이도 우세를 장담할 만한 ‘친박계 맏형’이자 현재 당내 최다선 거물인 8선의 서청원 의원에게 출마를 요청했다.
 
지난 전당대회에서 예상을 깨고 김무성 당시 당 대표 후보에 크게 패한 뼈아픈 기억이 있는 서 의원은 이들의 요구를 단번에 거부했지만 최 의원의 불출마 선언 이틀 뒤인 8일 청와대 오찬 이후엔 박근혜 대통령의 전언이 있었는지 출마 검토 쪽으로 가능성을 열어두는 변화된 모습을 보였다.
 
그러던 그가 장고 끝에 지난 18일 곧 당 대표 경선 출마 여부에 대한 입장을 밝히겠다고 했고 이 때만 해도 언론의 예상 역시 대체로 출마로 기우는 듯한 해석을 내놓고 있었는데, 돌연 ‘최경환, 윤상현’ 등 친박계 핵심 인사들이 지난 총선 공천 과정에서 서 의원을 위해 지역구 조정을 시도했다는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한바탕 파문이 일어나 서 의원도 19일 당권 불출마를 선언하고 물러났다.
 
마지막 희망으로 여기던 서 의원까지 ‘녹취록 파문’에 휘말려 출마가 좌절된 친박계는 구심점을 잃고 크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는데, 서 의원이 당 대표에 출마하면 최고위원으로 출마할 가능성이 거론되던 홍문종 의원을 서 의원의 ‘대타’로 내세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는 친박계이면서도 친박 단일화에 불응할 만큼 현재 공식후보로 나선 친박계 의원들이 친박 주류를 대표하지 못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박근혜 정부에서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내며 ‘세월호 수습’에 앞장서 박 대통령으로부터 이례적으로 극찬까지 들었던 이주영 의원은 총선 이후 ‘선거 참패’ 책임을 놓고 벌어진 계파 갈등 속에 강성 친박들과 거리를 두면서 ‘화합’을 내세워 ‘무계파 중립 성향’으로 인식되려는 전략을 펴고 있는데, 이 때문에 일각에선 벌써 그를 ‘탈박’으로 규정하기도 하고 있다.
 
이주영 의원과 마찬가지로 경선 완주를 공언했던 이정현 의원은 친박계이면서도 주류인 TK(대구·경북)가 아닌 호남 출신으로 ‘아웃사이더’란 점과 당권 도전을 공식 선언한 뒤 불거진 ‘세월호 보도개입’ 논란 등으로 당내 친박 주류의 관심을 모으지 못하고 있다.
 
박 대통령의 남동생인 박지만 EG회장과 친분이 두터운 ‘원조친박’ 한선교 의원 역시 뒤늦게 당권 도전장을 던졌음에도 친박 후보단일화에 불응하는 것은 물론 불출마 선언이 나오기 직전까지 서 의원을 견제하고자 맹렬히 비판했을 정도로 친박 주류와는 거리감을 보였다.
 
이처럼 일견 ‘친박계’ 후보라면서도 이들이 단일화를 거부한 채 난립하는 경향을 보이면서 비박계에 비해 당내 최대계파라는 친박계의 이점 역시 전당대회에서 크게 작용하기 어려울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또 이미 친박 핵심 인사들이 줄줄이 불출마하고, 총선 패배 뒤 ‘친박’이란 타이틀이 부담스러워 탈박하려는 친박계 후보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일각에선 차라리 계파색이 옅고 타협 가능성이 높은 인사라면 비박계 후보라도 지원하자는 기류가 일부 친박 인사들 사이에 돌고 있다.

앞서 언급한 ‘친박 중진’ 홍문종 의원이 나선다고 해도 최 의원이나 서 의원과 달리 이주영, 이정현 등 타 친박 후보를 크게 압도할 만한 지는 아직 확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처럼 비박계에 힘이 실릴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면서 비박계 후보군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데, 일단 유승민 의원이 당권에는 뜻을 두지 않은 데다 유력후보였던 나경원 의원도 서 의원이 불출마함에 따라 자신도 나오지 않기로 결정한 만큼 정병국 의원을 중심으로 단일화할 가능성이 일찌감치 점쳐졌다.
 
가장 먼저 당권 출마 선언을 했던 김용태 의원 역시 정 의원과 단일화할 의사를 내비친 바 있는데, 후보가 난립한 친박계와 달리 후보 단일화 가능성이 높은 비박계는 당내 소수임에도 불구하고 단일화가 성사될 경우 상당한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친박계 거물의 불출마로 ‘비주류 친박’만 난립하는 형세이다 보니 비박계 후보들도 단일 후보로 나서기만 한다면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고 여기고 있어 장차 누구를 중심으로 단일화하느냐를 두고 비박계 후보 사이에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보여주듯 정 의원과 단일화할 의사를 보였던 김용태 후보는 지난 13일 PBC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선 “정병국 의원과 마지막 순간까지 경쟁해 반드시 여론조사에서 이길 것”이라고 천명했고, 자신의 사재까지 털어 넣을 만큼 열의를 보이고 있다.
 
이에 정 의원은 21일 MBC라디오에 출연해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최고위원회와 잠재적 대권주자들이 함께 하는 최고중진연석회의를 만들고자 한다”며 좀 더 큰 그림을 그리는 방향으로 맞대응에 나섰다.
 
과거 새누리당의 ‘쇄신·소장파’를 상징했던 ‘남원정(남경필·정병국·원희룡)’의 일원인 그는 자신이 구상한 새 회의체에 남경필 경기지사, 원희룡 제주지사는 물론 오세훈 전 서울시장까지 끌어들일 의지를 드러냈다.
 
또 정 의원은 김 의원과 달리 지난 14일 대권을 암시하던 김무성 전 대표의 지지자 회동에 참석해 눈도장을 찍었는데, 비박계 주류의 지지를 얻으려는 듯 19일 국회 기자회견에선 “당을 완전히 개조해야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김무성 전 대표, 김문수 전 지사, 오세훈 전 시장, 남경필 지사, 원희룡 지사, 나경원 의원 및 유승민 의원 등 기라성 같은 잠재적 대권후보를 앞세워 정권재창출을 이뤄 낼 수 있다”고 비박계 후보군 위주로 나열하며 대권 관련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처럼 두 비박계 후보는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지만 지난 11일 이미 서울 모처에서 함께 만나 구체적 방법론은 없었더라도 우선 단일화에 잠정 합의했던 만큼 이들의 경쟁이 단일화 자체를 무산시킬 정도로 심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21일 새누리당 전당대회 선거관리위원회는 전대 후보군 정리를 위한 ‘컷오프’ 기준 등 경선 룰을 대부분 확정해 발표했는데, 당 대표 경선 컷오프는 선거인단 70% 일반국민 30%를 반영한 여론조사를 통해 이뤄지며 당 대표 경선 후보 정수는 현재 공식 출마자 수인 5명으로 정했고, 컷오프 대상자가 2명 미만일 경우엔 컷오프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 더민주, ‘송영길-추미애-김상곤’ 3파전…‘흥행’ 여전히 미지수

 
▲ 현재(6월 21일)까지 공식 출마 선언한 더불어민주당 당권후보군인 (좌로부터) 추미애 의원, 송영길 의원, 김상곤 전 혁신위원장. 사진 / 시사포커스DB

한편 더민주 당권 레이스는 기존의 비노 송영길· 친노 추미애라는 범주류 후보 간 경쟁에 김상곤 전 혁신위원장이 21일 공식 출마를 선언하면서 3자 구도로 흐르는 양상이다.
 
더민주에선 가장 주목받던 유력 당권주자였던 김부겸 의원이 일찌감치 대선판으로 눈을 돌렸고, 이에 따라 박영선 의원도 불출마를 선언한 데 이어 이종걸 의원의 설득으로 당 대표 출마를 저울질하던 5선의 원혜영 의원마저 ‘제도개선 소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는 이유로 지난 11일 불출마 의사를 전하면서 사실상 흥행몰이를 할 만한 후보군이 전무해진 상황이다.
 
일찍이 당 대표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던 송영길 의원과 추미애 의원이 그간 ‘호남 대표론’과 ‘호남 며느리론’으로 맞붙으며 치열하게 당권 경쟁을 전개해왔지만 여론의 이목을 크게 끌지는 못한데다 오히려 잠재후보로 거론되던 이들조차 잇따라 불출마 의사를 밝히면서 전당대회 흥행 실패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오히려 두 후보 중 추미애 의원의 경우 같은 당 서영교 의원으로 인해 불거진 ‘친인척 보좌관 채용’ 논란에 휘말리면서 시조카를 9급 비서로 채용했던 사실을 사과하는 등 악재가 따르기도 했다.
 
또 이들의 경쟁이 큰 주목을 못 받는 이유 중 하나로 당내 최대 계파인 친문계의 지지를 의식해 사드 배치 문제 등 여러 현안에 있어 차별화된 입장을 보이지 못한 채 똑같은 목소리만 낸다는 점도 꼽히고 있다.
 
그나마 문재인 전 대표 체제 하에서 혁신안을 내놨던 김상곤 전 혁신위원장이 새로이 뛰어들면서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지만 그의 혁신안을 이행하는 걸 놓고 계파 갈등이 재발했던 만큼 ‘친문’ 이미지로 당내 최대 계파인 친문 측 지지는 얻어낼 수 있을지언정 ‘계파색’이 강해 당을 규합하기엔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당락을 좌우할 변수인 친문 측 표심의 향방이 ‘친문’ 성향이 강한 김 전 위원장의 출마로 인해 예측하기 한층 어려워졌다는 점에서 그간 이어오던 송영길-추미애 구도보다는 새로운 관전 포인트가 나타났다고 평가할 수 있다.

여기에 아직 비주류 후보가 없는 상황에 비쳐 이종걸 의원까지 비주류 유일후보로 출마할 경우 네 후보 간 단일화는 어려운 만큼 난전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 예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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