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쓰오일의 자사주(28.4%) 매각이 또다시 겉돌아

'정유업계의 해묵은 이슈'인 에쓰오일의 자사주(28.4%) 매각이 또다시 겉돌고 있다. 지난달 롯데에 이어 한진, 대림산업, STX 등이 잇따라 매입 '관심'을 가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매각 작업이 급물살을 타는 듯한 분위기가 일부 감지됐으나 최근들어 사정이 매우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에쓰오일 측이 이들 업체에 "재무적 투자자(FI)와의 공동인수는 안되고 단독인수만 허용한다"고 못박고 나선 것으로 알려졌고, 이에 대림산업이 자금 부담 등을 우려해 인수전에서 발을 빼면서 장기화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 대림산업 관계자는 1일 "에쓰오일 측이 FI와의 공동인수는 안된다는 조건을 들고 나왔다"고 전하고 "이에 따라 건설경기 부진 등 여러 요소를 감안할 때 자금부담이 커서 인수 의사를 거둬들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에쓰오일 측으로서는 국내에서 영원히 함께 할 '파트너'를 구하는 것으로, 이는 마치 안정적인 배우자를 고르는 것에 비유될 수 있다"면서 "향후 자금과 경영문제 등 여러 복잡한 상황을 피하기 위해 단독인수를 고집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배경을 분석했다. 이와 함께 경영권 행사를 둘러싼 문제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에쓰오일 대주주인 사우디 아람코 측은 공동경영권 행사가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그룹 계열사에 얽히지 않은 독립경영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 역시 협상에 난관을 조성하는 요인으로 업계는 꼽고 있다. 일반적인 M&A에서 처럼 경쟁입찰 방식 등을 택해 인수 희망가격 등 제반 조건과 고용, 경영방향 등 정밀한 심사기준에 대해 각 업체가 내놓은 대안을 '점수화'한 뒤 우선협상대상자를 가려내는 것이 아니라, 각 업체와 '맨투맨' 접촉으로 매매를 성사시키려는 협상 과정도 거래 시간표를 가늠하기 어렵게 한다는 분석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에쓰오일이 개별 업체와 각개약진식으로 협상하면서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러나 에쓰오일도 당장 급하게 돈이 필요한 게 아니고, 각 매입희망 주체도 불리한 조건을 수용하면서까지 급하게 살 이유가 없어 시간이 좀 걸리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물론 서로 의견만 맞으면 전격적으로 거래가 이뤄질 수도 있겠지만 지금 상황으로 볼 때 매매 협상은 아주 초기 단계일뿐"이라고 덧붙였다. 에쓰오일 측도 자사주 매각 이슈에 대해 함구로 일관하고 있지만 거래 성사까지는 적지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는 분위기가 일부 읽혀지고 있다. 그러나 최근들어 롯데가 협상을 부인하던 과거와 달리 인수전 참여 사실을 확인하면서 여유있는 자금력 등을 내세워 나름대로 적극적인 관심을 표시하고 있고 한진도 인수의지를 거두지 않고 있어 협상이 다시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없지 않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시장에서는 여전히 롯데가 정유.석유화학 분야의 수직계열화 필요성과 자금 사정 등을 고려할 때 가장 유력한 후보이며, 그 다음으로 한진을 꼽는 분위기"라며 "그러나 협상 진척 소식은 아직 들려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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