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연구 및 신규사업 소홀하면 궤멸된다는 비판 높아

"(삼성이) 몇 년 후에는 망할지도 모른다." 충격적인 이 말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에게 한 말이다. 이 회장이 이 같은 말을 한 배경에는 지금 잘 되고 있는 사업들이 언젠가는 중국에 뺏길 분야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실제로 삼성의 대표적인 사업들은 반도체 세계 2위, LCD 세계 1위, 휴대폰 세계 3위 등을 달리고 있지만 중국의 추격이 만만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기초연구가 소홀한 삼성, 미래가 불투명 특히 삼성의 미래를 위태롭게 하는 것은 기초연구가 소홀하다는 점. 이러한 주장은 삼성전자 상무로 재직했던 일본인 요시카와 료조가 중요하게 제기했다. 요시카와 료조는 일본의 '아사히신문'이 발행하는 주간지 '아에라' 최신호에서 "삼성전자는 한국 총 세수의 7%를 차지하는 거대기업이지만, 내부적으로는 '질보다 양', '현장보다 내무관료'를 중시하며 기초연구를 소홀히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참고로, 요시카와 료조는 히타치와 NKK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에 종사하다 이건희 회장에게 발탁돼 지난 94년부터 작년까지 삼성전자 상무로 재직하면서 CAD/CAM분야에서 일했었다. 요시카와 료조는 특히 "회장의 브레인 역할을 하는 비서실이 과거에는 재무출신과 기술자 출신이 절반씩이었으나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이후 '구조조정본부'로 명칭이 바뀌면서 재무출신으로만 구성돼 당장은 채산이 맞지 않더라도 장래 유망사업을 남겨두려는 기술자와는 달리 채산성 위주로 따지는 바람에 98년 이후 신규 수종사업의 씨뿌리기를 게을리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 기업 사이에서 삼성 위협론이 확산되고 있고 삼성 내부에서도 '일본에 이겼다, 더 배울 것이 없다'는 분위기가 있지만, 삼성 위협론은 과대평가 된 것"이라며, 적어도 기술면에서는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지적했다. 요시카와 료조는 그 근거로 앞에서 언급한 이건희 회장의 말을 들었다. 요시카와 료조는 "이건희 회장은 아들인 이재용 상무에게 '몇 년 후에는 망할지도 모른다. 지금 잘되는 사업들은 언젠가 중국에 뺏길 분야'라고 충고했다"며, "이 회장 자신도 작년 봄 그룹 사장단회의에서 5년 후 어떻게 살 것인지 보고서를 내라고 지시했다. 이 회장은 총명하기 때문에 위기감이 상당히 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신규사업 씨뿌리기를 소홀히 해" 이와 함께 요시카와 료조는 삼성의 강점과 약점을 분석하며, 삼성 위협론이 과장되어 있음을 강조했다. 그가 분석한 삼성의 강점은 우선 이 회장의 '톱다운' 방식으로 의사결정이 빠르다는 점과, 일본과 비교가 되지 않는 대량생산주의를 꼽았다. 일본 첨단제품은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이 중심이지만 삼성은 중진국과 발전도상국 시장도 중시한다며, CAD/CAM을 중심으로 한 IT 인프라를 효율적으로 도입한 덕에 본국에서 설계를 하면 전 세계 공장에서 즉시 양산이 가능한 체제를 갖췄다고 말했다. 그러나 바로 이런 강점 속에 삼성의 약점이 잠재돼 있다고 요시카와 료조는 강조했다. 예를 들어 회장의 브레인으로 경영전략을 짜는 비서실은 전에는 재무출신과 기술자출신이 절반씩 있었으나 IMF 위기 이후 구조조정본부로 바뀌면서 재무출신만으로 구성됐다. 기술자는 지금은 채산이 맞지 않더라도 장래 유망사업을 남겨두려 하지만 재무출신은 숫자로 판단한다. 그 결과 매출액 대비 부채비율이 300%에서 40%대로 급격히 낮아졌다. 그렇지만 그 바람에 장래 수종사업의 싹을 꺾어 버렸으며, 지금 돈을 벌고 있는 반도체, 액정, 휴대전화 등은 IMF 위기 전에 착수한 사업들이다고 말했다. 특히 98년 이후에는 그런 신규사업의 씨뿌리기를 게을리 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요시카와 료조는 "한국에는 원래 제조현장을 경시하는 풍토가 있다"고 말하며, 일례로 일본 설계기술자의 평균 경험연수는 13년이지만 삼성은 약 3.5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즉 물건 만드는 것을 경시하고 재무와 관리, 기획부문이 인기를 끌면서 금방 성과가 나지 않는 기초연구는 뒤쳐지고 있다는 것. 요시카와 료조는 삼성은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한국인 연구원을 수백 명 단위로 영입하고 있고 러시아학자도 10~20명, 주말 엔지니어로 불리는 일본 대기업의 현역 기술자도 수십 명이 와 있지만 이들은 갖고 있는 지식이나 정보를 빼내고 나면 '폐기자'로 취급된다고 비판했다. 게다가 구조조정으로 애사심이 엷어지고 공명을 추구하는 개인주의가 확산됐다고 비판했다. 요시카와 료조는 "이건희 회장 자신도 양에서 질로의 전환을 호소했지만, 측근은 그렇지 못하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교보자동차보험에 추월당한 삼성화재 손해보험업계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는 삼성화재가 영업을 시작한지 몇 해 되지도 않는 온라인 손해보험사에 시장을 빼앗기고 있어 자동차 부문에 이어 보험업계에서도 '삼성 불사론'의 신화가 바래지는 것이 아닌가 의구심이 일고 있다.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1월 삼성화재는 자동차보험에서 1797억원의 원수보험료를 거수해 시장점유율 29.0%를 기록했다. 삼성화재의 시장점유율이 29%까지 내려간 것은 지난해 4월 이후 처음 있는 일. 특히 삼성화재의 2003회계연도 누적 시장점유율도 29.94%를 기록, 30%대 밑으로 떨어졌다. 삼성화재는 지난해 11월 범위요율 조정으로 보험료 인하 경쟁을 펼쳐 일시적으로 시장확대에 성공하면서 시장점유율을 31.27%까지 높였다. 그러나 올해 들어 온라인 자동차보험사들의 거센 추격에 힘없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온라인 자동차보험사인 교보자동차보험은 올해 1월 시장점유율이 3.29%를 기록, 지난해 11월의 2.79%에 비해 0.5%p 상승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교보자동차보험이 조만간 시장점유율 3.5%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한 야후와 제휴를 맺고 온라인보험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는 대한화재도 올 1월에 시장점유율이 3.09%로 급상승했다. 뿐만 아니라 소형 손보사인 제일화재와 신동아화재의 시장점유율도 각각 4.61%, 4.77% 등으로 상승해 삼성화재 등 대형 손보사들의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온라인 자동차보험의 시장점유율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은 삼성화재 등 대형 손보사의 보험료 인하 경쟁이 중단되고, 교보자동차보험과 인터파크·NHN, 대한화재와 야후등의 온라인 자동차보험사들의 마케팅이 강화되면서 시장 확대가 효과를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손보업계에서는 LG화재와 다음이 손을 잡은 다음다이렉트자동차보험도 시장을 확대하고 있어 대형 손보사들의 고전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손해율 관리 때문에 보험료 인하 경쟁을 벌일 수 없는 상황이어서 소형사들의 시장점유율은 당분간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이에 맞서 대형사들이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략을 펴고 있기 때문에 자동차보험의 질은 한단계 업그레이드 될 것"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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