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 가로채기 - 살기 위해 하이에나라도 상관없어

용산기지 공원화를 둘러싸고 정부와 서울시간 갈등이 극으로 치닫는 분위기다. 공원 조성 주도권을 놓고 벌이는 정부와 서울시의 갈등을 각 사회단체들은 이해관계에 따라 크게 두 가지 상황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 첫째는 지방자치단체가 중앙정부의 권위에 도전하는 모습으로 보고 있는 것이며, 둘째는 중앙정부의 지방자치 원리에 반하는 헌법적 위헌 행위로 보고 있는 것이다. 정부와 서울시 모두 논리적으로 모순성 없는 주장을 펼치고 있어 두 관점에 대해 옳고 그름을 분별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더욱이 이 같은 관점들은 모두 표면적으로 드러난 갈등을 분석한 것에 불과하기에, 드러나지 않은 내막을 살펴보면 상황은 더욱 복잡하게 얽혀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단순하게 해석할 문제가 아니다. 용산공원 조성을 둘러싼 갈등 그 내막을 분석해봤다. ◆ 겉으로는 특별법 때문이라고 하지만… 정부와 서울시는 한 치의 물러섬이 없다. 노무현 대통령의 경우 지난 24일 ‘용산기지 공원화 선포식’에 참석, 축사를 통해 “이 사업은 그 뜻에 있어서 국가적 의미가 크고 결과도 국가적인 것”이라고 밝히며 정부 주도의 사업이 되어야 함을 강조했고, 서울시의 경우에도 같은 날 성명을 발표해 “정부는 기지 이전 비용 마련을 위해 공원부지 일부를 주상복합아파트 등 주거시설과 상업시설 등으로 용도변경과 매각, 개발할 수 있는 여지를 두고 있는 조항이 포함된 특별법 제정을 강행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정부에 주도권을 넘겨줄 수 없다는 근거를 분명히 했다. 서울시의 이 같은 주장에는 특별법을 철회하라는 것과 그들이 공원 조성의 주도권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가 함의되어 있는 것이다. 단순하게 보았을 때, 갈등의 발단은 정부가 용산공원 조성을 위해 제정한 ‘특별법’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다. 특별법 중에서도 특히 제14조 ‘용산공원 효용 증진을 위한 용도 변경은 가능하다’라는 대목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정부가 입법예고한 이러한 특별법에 대해 서울시가 경계를 표하는 이유는 바로 정부가 공원조성을 위시해 개발을 할 것이라는 우려에서이다. 역사적으로 뜻 깊은 지역을 전면 공원으로 조성하는 것이 서울시민과 나아가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바람이라고 생각하는 서울시는 특별법 제14조 항목의 삭제, 또는 특별법의 철회를 주장하고 있다. 서울시가 이 같은 주장을 하자 환경단체 및 보수 세력들까지 굳은 결집을 이루게 되었고, 급기야 정부를 압박하게 된 것이다. 이것이 용산공원을 둘러싼 갈등과 논쟁의 발단이다. 그러나 여기까지의 이야기들은 모두 표면적인 이유들에 불과하다는 것 또한 알아둘 필요가 있겠다. ◆ 누가 진짜 하이에나인가? 서울시가 정부에 전면전을 선언한 것은 결국 오 시장이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본격적인 움직임을 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겠다. “서울시장직은 차기 유력 대권 후보로 가는 엘리트 코스”라는 말이 있듯이 오 시장 또한 서울시장이 된 이상 그 꿈을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논리다. 실제로 최근에 정치권의 주목을 받고 있는 고건 전 시장이나 이명박 전 시장의 경우 모두 서울시장 재임 중 수많은 사업을 통해 일약 스타덤에 오른 인물들이라고 할 수 있겠다. 오 시장으로서는 부담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지난 1988년 12월 5일부터 1990년 12월 26일까지 제22대 서울시장이었던 고건 전 시장은 내부순환도로와 북부간선도로 등 도시고속도로를 착공해 서울시의 교통을 크게 해소했다는 평을 받고 있으며, 1998년 7월 1일부터 2002년 6월 30일까지 제31대 서울시장 역임 시에는 온 국민의 축제가 되었던 2002월드컵을 성공적으로 추진해 그 이름을 드높이기도 했다. 또, 2002년 7월 1일부터 2006년 6월 30일까지 제32대 서울시장이었던 이명박 전 시장의 경우에는 이미 너무나 잘 알고 있듯이 강한 추진력을 바탕으로 수많은 사업을 벌여 별 중의 별이 된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청계천 생태하천 복원, 서울숲 조성, 대중교통체계 전면 개편, 서울광장 조성 등이 바로 그를 별로 만들어준 업적들이다. 오 시장이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이유는 역대 시장들의 업적, 바로 이것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오 시장은 당선 초기부터 고심이 많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들에 따르면 “이 전 시장의 그림자가 너무 커 (오 시장이)자기 빛을 내기 힘들 수밖에 없는 조건이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오 시장에게 기회가 생각보다 일찍 찾아온 것이다. 노태우 정권 당시부터 추진해오던 정부의 역점 사업에 참여하여 공을 세울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수도 서울에 미국의 센트럴파크만큼 세계적인 명소가 자신의 주도로 만들어진다면 청계천 복원 사업은 게임이 될 수 없을 만큼 커다란 업적이 될 수도 있다. 오 시장으로서는 공원 조성 주도권만 잡으면 꿩 먹고 알까지 먹게 되는 것이다. 향후 자신의 정치적 입지 강화를 위한 최대의 사업이 될 수 있는 것은 물론, 용산기지 이전에 따른 불평등한 한미협정을 화두로 대여 공세의 빌미를 한나라당에 제공해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 지금까지 노력 수포로 돌아갈 수 없어 오 시장의 경우 주도권을 잡으면 횡재수이지만 잡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아쉬울 것은 없는 입장이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다르다. 기지 이전 등의 문제부터 당초 주도권을 잡고 있었던 이유로 성공적 마무리가 된다면 박수 정도는 받을 수 있겠지만, 서울시나 환경단체에 주도권을 빼앗기게 될 경우 역사 속에서 ‘최악’의 이름으로 기억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용산기지 이전의 문제는 참여정부부터 시작된 것이 아닌, 노태우 전 대통령부터 시작되었다. 지난 1987년 당시 노태우 대통령 후보가 용산기지 이전을 선거 공약으로 내세우고 대통령이 된 이후 차츰 기지 이전 논의에 가속을 붙여왔다. 그러나 1990년 최초 한미 양국간의 합의 사항은 말할 수 없이 한국에 불리한 조건을 담은 내용들이었기에 논의에 날개를 달지는 못했다. 그러던 중 참여정부 들어 본격적인 협상과 양해를 통해 지금에 이르게 된 것이다. 2003년 참여정부가 이끌어낸 협상조건은 당시만하더라도 합리적이고 성공적이었다는 평을 받았다. 노 대통령이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으려하는 그 첫 번째 이유인 것이다. 성공적이라는 평을 이어서 임기 말 거대 국책 사업을 벌여보겠다는 공산으로 풀이된다. 그렇게 되면 레임덕을 방지할 수 있는 것은 물론, 국민들의 호응으로 정부와 여당에 대한 이미지 쇄신의 기회로 활용할 수도 있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3년 당시만 하더라도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던 한미협상이 사상 최악의 불평등 조건을 담고 있었다고 밝혀져 상황은 다시 역전되고 말았다. 미군기지 오염복구비용이 문제였다. 정부가 국내 반환 대상 미군기지 59곳 가운데 미국 측이 오염치유가 됐다고 일방적으로 주장한 15개 기지에 대해 사실 확인 작업도 없이 반환해 이들 기지의 환경오염 복구비용 5천억여 원을 우리 측이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 액수는 전문가들마다 견해가 크게 다르다.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의 경우 “반환 예정인 국내 주한미군 기지의 총 면적에 미국 내 환경기준을 대입해 산출한 결과 토양 오염 치유 비용이 최대 12조 3,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의 입장에서는 답이 나올 리 없다. 더욱이 기지 이전에 부담해야 할 비용만 하더라도 5조 원에서 8조 원까지 나올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기지 이전에 따른 국민적 부담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정부가 기지 이전 비용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국민들의 신음소리는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고, 모든 화살은 참여정부로 날아오게 될 것임이 자명하다. 정부는 입지가 좋은 용산기지 터의 개발을 통해 이전 비용을 마련하고, 날아올 화살의 방향을 틀어놓겠다는 계산인 것이다. 이것이 바로 용산공원 주도권을 서울시에 넘길 수 없는 두 번째 주요 이유로 분석된다.
◆ 9월 정기국회 파란 예고 이러한 이유로 현재 용산기지 공원화 조성 문제는 정부와 서울시만의 다툼이 아닌, 정치권의 논쟁으로까지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서울시민과 환경을 볼모로 정부를 압박하려는 서울시 측에 의해 보수단체와 환경단체까지 뭉쳐 세력을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한나라당을 중심으로 한 보수세력의 결집은 용산공원 조성을 통해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한편, 한나라당 진영 의원은 “‘용산 민족 역사공원 조성 및 정비에 관한 특별법’을 대체할 수 있는 특별법을 마련해 9월 정기국회에 제출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당 차원에서 서울시를 지원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정기국회에서 정부가 야당의 공세를 받아 수세에 몰릴 경우 여당이 묵과하지 않을 것임은 당연하다. 결국, 9월 정치권의 최대 쟁점에는 용산공원 조성 문제까지 합세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 계류 중인 민생법안들이 용산공원의 문제로 또 다시 미뤄지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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