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朴, 상호 협조하며 ‘윈-윈 전략’ 이어갈 듯

▲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원장과 안철수 전 공동대표 등 의원들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정책역량강화 워크숍을 마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 원명국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안철수·천정배 의원의 대표직 사퇴 이후 박지원 원내대표가 2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비대위원장으로 만장일치 추대됨으로써 박 원내대표의 당내 입지가 한층 강화됐다.
 
안철수·천정배 전 공동대표 시절만 해도 중도층과 영남 출신까지 아우르는 안 전 대표와 호남 출신을 상징하는 천 전 대표라는 ‘투 톱’ 체제로 가면서 중도적 전국정당 색채를 내세우고자 했다면 이제는 박 원내대표 ‘원 톱’ 체제로 재편되면서 어떤 식으로든 당내 호남계의 영향력이 보다 강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박 원내대표 역시 이런 흐름을 경계하고자 비대위 구성에 있어선 호남에 편중되지 않도록 지역 배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아직 쉽게 예단하기는 이르다.
 
무엇보다도 박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으로서 사실상 당권을 쥐게 되고, 대표직에서 물러난 안 의원은 향후 대권 도전에 집중할 것으로 보여 마치 문재인 전 대표와 김종인 비대위 대표로 ‘대권-당권’ 구도가 분리되어있는 더불어민주당을 연상시키는 모양새가 되면서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특히 더민주에선 김종인 대표가 몇몇 사안을 두고 문 전 대표와의 이견 차를 드러내며 충돌을 한 바 있어 국민의당에서도 앞으로 박 원내대표가 특정 쟁점사안이나 정치·사회적 이슈에 대해 대권주자인 안 전 대표와 입장차를 드러내며 갈등을 빚게 되는 건 아닌지 벌써부터 많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원 톱’된 박지원 “권한 강해진 게 아니라 어깨 무거워져”
 
비대위 체제로 전환된 첫 날인 30일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안 대표의 불참 속에 열린 오전 의원총회에서 ‘김수민 사태’가 아직 마무리되지 못한 점을 의식한 듯 “지금 우리는 위기다. 오늘의 상황을 회피하지 말고 전화위복의 계기로 만들자”며 “당의 시스템과 기풍을 다시 확립하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그러면서도 박 위원장은 전날 물러난 안철수·천정배 전 공동대표를 거론하며 “두 분은 국민의당의 훌륭한 자산”이라 평한 뒤 “안 전 대표의 새정치, 천 전 대표의 유능한 개혁정당 목표는 우리가 이어가야 한다”고 밝혀 기존 기조는 그대로 계승할 뜻을 드러냈다.
 
또 그는 “당내·외부 의견을 수렴해서 비대위를 조속히 출범시키겠다”면서도 “인사를 최소화해서 당직자들의 동요를 막고 소신 있게 일하게 하겠다”고 강조해 임시 지도부라는 비대위의 특성상 전당대회 이전까지 당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데 방점을 뒀음을 내비쳤다.
 
전날 추대 직후에도 박 위원장은 원내대표든 비대위원장이든 세 번째인 자신의 경륜을 소개하며 “질서 있고 신속한 당내 수습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내려 당 안정화에 중점을 두고 있음을 시사했는데, 이를 위해 조속한 시일 내에 15인 이내의 비대위를 구성하겠다는 의사를 거듭 피력했다.
 
그 뿐 아니라 그는 “무억보다 튼튼한 원내 중심의 일을 하겠다. 기강을 확실히 잡아 당직자들이 모범을 보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앞으로 전당대회가 예정돼 있기 때문에 사무총장을 중심으로 한 조강특위와 당직자들이 흔들림 없이 일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아울러 전당대회가 최소한 내년 초 개최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비대위원장의 임기 또한 결코 짧은 건 아니다보니 그 무게감도 작지 않은데 앞으로 국정감사와 정기국회, 예산안 처리는 물론 전대 직전엔 차기 지도부 선출을 위한 경선 룰을 정하는 데에도 비대위원장이 적잖은 영향력을 미칠 수밖에 없어, 크게는 박 위원장의 의중에 따라 19대 대선을 맡게 되는 차기 지도부의 윤곽까지 그려진다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당내 일각에선 박 위원장에게 과도하게 권한이 집중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박 위원장 측은 당장 김수민·박선숙 의원을 둘러싼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에 대한 여파를 감내해야 하는 부담부터 느끼고 있는지 “권한이 강해진 게 아니라 어깨가 무거워졌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 박지원 “김수민 사태, 초기대응 실패 인정”
 
일단 박 위원장은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김수민 사태’에 대해 30일 의총에서 “위기를 극복하는 최선의 길은 있는 그대로 위기를 인정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는 발언 그대로 김수민 사태 초기대응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시인했다.
 
이를 보여주듯 박 위원장은 이날 오전 KBS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솔직히 인정한다”며 ‘검찰에 당의 운명을 맡기지 않겠다’는 그의 발언 역시 문제를 키웠다는 지적에도 “부인하지 않겠다”고 순순히 받아들였다.
 
하지만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이 자신에게도 쏠릴 가능성을 의식했는지 박 위원장은 몇몇 부분에 대해선 분명하게 반박했는데, 그 중에서도 검찰 수사와 상반된 결과를 내놨던 당내 진상조사단과 관련 “진상조사단만 하더라도 저는 반대를 했다”며 “선관위에서 고발해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데 (무엇을 할 수 있나), 진상조사단엔 강제수사권이 없다”고 적극 항변했다.
 
그러면서 그는 “(진상조사단에서)김수민·박선숙 의원과 왕주현 사무부총장도 조사하려 했지만 이미 검찰에서 소환이 임박해오고 있었다”며 “만약 진상조사단에 나와 진술하면 진술내용이 발표되기 때문에 오히려 검찰 수사에 빌미를 제공하는 게 아니냐, 그래서 활동을 중단시켰다”고 해명했다.
 
이밖에 김수민·박선숙 의원에 대한 징계 수위에 대해서도 박 위원장은 “이미 의원총회 등 소정의 당내 기구에서 ‘기소를 하면 당원권 정지를 한다’고 결정됐다”며 “저희가 국민 정서에 부합하지 못해 비난받는 것은 감수하겠다. 일사부재리 원칙에서 정리가 된 것”이라고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이는 김수민 사태가 여전히 당을 뒤흔들고 있는 민감한 사안인데다 아직 검찰 수사도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징계 수준을 다시 논의한다면 당내 논란만 재발될 여지가 큰 만큼 이전 지도부인 안철수·천정배 전 공동대표 체제 하에서 정한 그대로 이어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다만 박 위원장은 김수민·박선숙 의원 개개인에 대해선 전날 국회에서 비대위원장에 임명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의총 등 당 행사에) 그 분들이 참석하는 것을 우리가 제약할 수는 없다”면서도 “스스로 참석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 朴, 갑작스런 ‘손학규 러브콜’…국면 전환 카드?
 
▲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이 30일 돌연 손학규 전 더민주 고문(사진)을 대선후보로 영입하겠다고 밝혔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이런 가운데 박 위원장은 3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강진 토굴에 계신 손학규 전 더민주 고문에게도 안 전 대표나 제가 많이 노크를 했다”며 돌연 손 전 고문에 러브콜을 보내 분위기 전환을 시도했다.
 
그는 “아직 (노크를 해도 문이) 안 열렸다”면서도 “당으로 들어와 활동도 하고 안 전 대표와 경쟁도 하는 구도가 이뤄지길 노력하겠다”고 손 전 고문 영입 의지를 피력했다.
 
그러면서 박 위원장은 “손 전 고문이 당 대표를 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국회의원을 한 번 더 하겠다고 그러는 분이 아니다”라며 “더민주엔 문재인이라는 분이 계시기 때문에 우리 당으로 와서 경쟁하는 것도 좋지 않겠느냐, 이런 생각을 버리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갑작스런 박 위원장의 러브콜에 대해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는데, 손 전 고문이 이 시점에 와서 국민의당을 택할 유인요소가 없는 만큼 실현 가능성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김수민 사태’로부터 관심을 돌리기 위해 급히 내놓은 선언적 성격의 제안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있지만 안철수 대표의 대선가도를 닦아두기 위한 카드로 손 전 고문에 러브콜을 보냈다는 주장도 있다.
 
박 위원장이 기존 안 전 대표 체제에서의 결정을 존중하고 우호관계를 지속할 의사를 밝힌 만큼 손 전 고문을 국민의당 대선후보로 끌어들이려는 시도는 안 전 대표를 압박, 견제하려는 의도보다 현재 문재인 등 다른 정당의 대선후보군에 비해 지지도가 떨어져 있는 안 전 대표를 다시 끌어올리려는 차원에서 ‘대선판 키우기’의 적당한 ‘말’로 손 전 고문을 택했다고 볼 수 있다.
 
당장 박 위원장이 이날 인터뷰에서 안 전 대표에 대해 “안 전 대표가 목표하던 대권가도로서 국민 속으로 들어가는 일을 할 때 아무래도 당 조직을 이용해 활동할 것 아니겠느냐”며 “안 전 대표가 대권 가도로 가는 자체가 (당에도) 다음을 위한 길이기에 그런 의미에서 함께할 것”이라고 대권 협조 의사를 분명히 한 점에 비쳐 봐도 이런 해석을 충분히 뒷받침하고 있다.
 
이를 간파했는지 손 전 고문이 소속되어있던 더민주 측에선 불쾌하다는 반응을 내놨는데, 정장선 더민주 총무본부장은 같은 날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나와 “위기가 생길 때 손 대표를 대안으로 자꾸 거론하는데 나는 그런 것은 순수하다고 보진 않는다”며 “(손 전 고문 같은) 이런 경륜있는 분들이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하고 하는 부분은 좀 더 진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손 전 고문을 국민의당이 영입한다고 해도 현재 당권은 박 위원장이, 대권은 안 전 대표가 실질적으로 분점하고 있는 만큼 손 전 고문이 맡을 만한 역할이나 자리가 딱히 없다는 점도 박 위원장의 ‘손 전 고문 영입’이 허언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반증하고 있다.
 
이에 비쳐 볼 때 앞으로 박 위원장이 ‘손 전 고문’ 관련 발언 외에도 ‘김수민 사태’의 여파를 최소화하기 위한 온갖 선언적 제안을 쏟아낼 가능성이 높은데, 어떤 방식으로 박 위원장 체제가 현재의 위기를 극복해 낼 수 있을 것인지 그 향방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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