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서 국회의원·국민 과반 ‘개헌 찬성’…관건은 청와대

▲ 여론조사 결과 개헌 필요성에 대해 국회의원은 물론 국민들도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그 어느 때보다 개헌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애써 침묵을 지키고 있는 청와대를 제외하면 원내에선 여야 모두 개헌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뿐 아니라 대다수 국민들도 의원들 못지않게 개헌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20대 국회에서 개헌이 단행될 수 있을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개헌 필요성과는 별개로 개헌이 이뤄질 시점 등 세부적인 면에선 국민들과 의원들 사이에 상당한 간극이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나 이 역시 향후 실제 개헌 논의과정에서 또 다른 논란거리가 될 여지도 없지 않다.
 
◆ 개헌 찬성엔 대다수 의원 공감…개헌 정족수 넘겨

 
지난 23일 중앙일보가 한국정치학회와 함께 20대 국회의원 대상으로 개헌 찬반을 두고 설문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는데, 응답한 217명 중 94%인 203명이 개헌 필요성에 공감한 것으로 나타나 여야를 막론하고 개헌에 찬성하는 의원들이 상당하다는 점을 확인시켰다.
 
특히 총원 300명 중 217명만 답한 것에 불과한데도 개헌 찬성에 손을 들어준 의원의 수가 개헌에 필요한 의결 정족수인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200명)을 웃돌았다는 점에서 현재 정치권이 개헌에 얼마나 목말라 하고 있는지를 반증하고 있다.
 
이런 기류를 느꼈는지 정세균 의장이 20대 국회 개회사부터 개헌 논의할 의사를 밝힌 데 대해 야권부터 환영의 뜻을 나타낸 것은 물론 여권도 일부 인사들을 중심으로 이원집정부제 등 개헌을 통해 정립할 새로운 통치형태에 대한 견해를 내비치기도 했다.
 
여기에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1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현행 5년 단임제에 대해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력이 여러 가지 부작용을 낳고, 승자독식의 권력구조는 대립과 갈등으로 정치혼란을 초래했다”며 “경제적인 측면만 보더라도 중장기 경제정책을 수립하는 데 큰 어려움이 있다”고 본격적으로 문제 삼으면서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설치를 제안한 점도 개헌을 향한 움직임에 한층 박차를 가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다만 20대 국회 초부터 개헌 논의가 이뤄지게 되면 구조조정 등 주요 국정 현안 해결을 위한 입법 활동에 지장이 생길 것으로 생각하는 청와대는 여전히 묵묵부답으로 ‘시기상조’라는 속내를 내비치고 있고 이를 의식했는지 여당 원내대표인 정진석 새누리당 의원도 “개헌 특위가 필요한지는 조금 더 생각을 해봐야 할 것”이라며 유보적 입장을 표하고 있어 순탄치만은 않아 보인다.
 
그럼에도 야권에선 벌써 개헌특위 설치에 시동을 건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김부겸 더민주 의원은 21일 개헌특위 설치 주장에 대해 “국회의장이 제안하고 김 대표가 답했던 것을 보면 그 정도는 이뤄지지 않겠나”라며 “토론을 시작해봐야 할 것 같다”고 긍정적 반응을 드러냈다.
 
이 뿐 아니라 대표적 개헌론자인 우윤근 국회 사무총장도 같은 날 사무총장직 취임사를 통해 “대다수 국민이 개헌에 동의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에서 제도 개혁은 할 수 있을 때 해야 한다”고 개헌에 힘을 실었다.
 
우 사무총장의 말대로 대다수 국민이 개헌이 동의하는지에 대해 중앙일보와 한국정치학회가 지난달 3~5일 사흘간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상대로 전화면접 방식을 통해 의견을 물은 결과, 무려 74.2%가 개헌이 필요하다고 답한 것으로 나와 원내와 원외를 막론하고 대체로 개헌에 찬성하는 입장이 많다는 점은 분명해졌다.
 
다만 이 때 조사에서 실제 20대 국회에서 개헌이 가능할 것인지에 대해선 의원들과 국민들 간 상당한 인식차가 생겼는데 설문에 응답한 국회의원의 72.4%가 가능할 것이라 전망한 반면 국민들의 경우 불과 38.6%만 가능하다고 생각했을 뿐 48.9%가 불가능할 것이라 관측했다.
 
◆ 개헌 여부, 청와대가 ‘키’ 쥐고 있어
 
20대 국회가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임에도 벌써부터 ‘여소야대’ 국회에 대한 불신을 드러낸 것인데 더민주와 국민의당 모두 일단 개헌에 반대 의사를 드러내고 있진 않는 만큼 청와대와 여당 일부의 변화가 20대 국회 내 개헌 여부를 좌우할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원혜영 더민주 의원은 23일 YTN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개헌의 주체는 국회다. 국회에서 국회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또 기구로서 개헌특위를 만들어서 추진하면 되는 것”이라며 “청와대는 반대만 하지 않으면 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이 때문인지 야당 역시 청와대를 향해 개헌에 대한 태도 변화를 거듭 촉구하고 있는데 원혜영 더민주 의원은 23일 YTN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개헌의 주체는 국회다. 국회에서 국회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또 기구로서 개헌특위를 만들어서 추진하면 되는 것”이라며 “청와대는 반대만 하지 않으면 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면서도 원 의원은 “청와대 분위기도 조금은 달라지는 것 같다”며 “친박이라고 불리는 분들이 이전과 명확하게 태도를 달리하고 있어 크게는 청와대 태도가 조금씩 변화하고 있는 것 아닌가 이렇게 보는 게 맞을 것”이라고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기도 했다.
 
또 원 의원은 개헌 방향에 대해선 “10년 전엔 책임정치를 구현하기 위해 4년 중임제 원포인트 개헌을 주장한 바 있지만 지금은 권력구조를 분권화하는 데에 가장 최적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보고 있다”고 밝혀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시키는 이원집정부제 등에도 관심이 있음을 시사했다.
 
하지만 중앙일보가 실제 여론조사한 결과에선 응답 의원의 과반이 대통령 중임제 쪽에 지지를 보냈는데, 김무성 전 대표 등 새누리당 일부에서 주장한 이원집정부제는 16.1%의 지지를 얻은 반면 야권이 선호하고 있는 대통령 중임제는 62.2%를 기록해 압도적인 격차를 보였다.
 
흥미로운 점은 국민들에게 있어서도 마찬가지로 대통령 중임제가 34.2%로 가장 선호되는 권력구조로 꼽혔으나 현행 5년 단임제도 30.5%로 바로 그 뒤를 이을 만큼 상당한 지지를 받았다는 건데 응답한 국민들 중 개헌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70%를 넘었다는 점에 비쳐 볼 때 개헌을 하지 않고 현행 제도를 지지하는 의견이 이 정도에 이른다는 건 모순된 부분이 없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이렇듯 의원들과 국민들 간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 부분도 일부 있지만 대통령 중임제가 가장 선호되고 있다는 점만은 일치되고 있어 추후 개헌 논의가 이뤄진다면 결국 중임제 논의로 흐를 가능성이 적지 않은데 특히 대통령 중임제에 대해 초선 의원은 74%, 3선 이상도 52%의 지지를 보냈다는 점은 이런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
 
하지만 개헌 논의 시점이 문제인데 원내 두 거대정당의 새 지도부를 구성하는 전당대회가 8월 초와 말에 각각 치러지는 데다 정부의 조선·해운 산업 구조조정에 따른 정치권의 입법 논쟁까지 벌어진다면 빨라도 내녀 초에나 개헌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발의부터 공표까지 최대 110일 이상 소요된다는 점에 비쳐볼 때 내년 초 발의된다고 해도 내년 여름쯤에야 개헌이 완료될 수 있다는 점에서 내년 12월 예정된 대선까지 감안하면 상당히 촉박하다.
 
이 때문인지 개헌을 목표로 중도 신당을 추진 중인 이재오 전 의원은 지난 22일 TBS라디오에 출연해 “내년 4월 재보궐 선거 때 국민투표로 개헌안을 확정하고 그 안에 따라 12월에 대선을 치르는 것이 최선”이라고 주장하기도 하는데, 현재로선 여당이 새 지도부를 구성하고 개헌을 촉구하는 야권에 통일된 대답을 내놓는 것이 순서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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