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비자의 기대가 갈수록 비관적인 것으로 나타나

미 경제의 앞날에 대한 월가와 미국 일반 소비자의 기대가 갈수록 비관적인 것으로 28일(이하 현지시각) 나타났다. 로이터가 전한 UBS/갤럽 일반투자자 경기낙관지수 8월분은 53으로 전달의 55에서 하락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이후 가장 낮은 것이며 올들어서만 무려 40포인트 하락했다. 지난 96년 10월 처음 지수가 산정될 당시 수치는 124였다. UBS와 갤럽은 1만달러 이상을 투자하고 있는 미국인 800여 가구를 추출해 8월 수치를 냈다. 미국인 가구 가운데 1만달러 이상을 투자하고 있는 케이스는 근 40%인 것으로 집계됐다. 응답자의 70%는 부동산 경기가 더 나빠질 것으로 전망해 지난 6월의 63%보다 더 비관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95%는 고유가가 투자 환경을 계속 저해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정학적 불안이 투자를 위축시킬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85%였으며 75%는 미국의 심각한 재정적자를 우려했다. 72%는 인플레 가중을 걱정했다. 미 경제의 핵심인 소비와 관련해 응답자의 3분의 1 만이 자녀들의 9월 신학기 쇼핑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36%는 지난해보다 지출을 늘릴 것이라고 응답한 반면 11%는 덜 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로이터는 신학기가 미국 소매업계에는 성탄절 다음의 특수 임을 상기시키면서 따라서 이 같은 소비 둔화가 타격이 아닐 수 없다고 분석했다. 월가에서도 경기 비관론 확산 추세가 완연하다. 리먼 브라더스의 에탄 해리스 애널리스트는 AFP에 "주택시장 위축이 고유가와 함께 경기 (추가) 하강을 예고하는 중요한 신호"라면서 현 3.4분기를 포함해 향후 3분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가 평균 2.5% 수준 미만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지난 2.4분기는 당초 예상보다 다소 높은 3% 수준이 달성됐을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의 분기성장 실적은 30일 발표된다. 월가 관계자들은 29일 나오는 소비자신뢰지수와 31일 공개되는 가처분소득 통계 및 소비와 공장주문 지표들이 모두 밝지 않게 나올 것으로 내다봤다. 8월 컨퍼런스보드 소비자신뢰지수는 올들어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블룸버그가 전망했다. 지난 7월 지수는 106.5였다. 또 금주 나오는 비농업부문 신규고용지수 예상치도 8월분이 12만5천명으로 전달보다는 다소 나을 것이나 역시 암울한 경기를 반영하는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AFP는 미 경제가 경착륙하거나 침체로 빠질 것이라는 관측이 아직은 소수 견해이지만 몇주 전에 비해서는 경기 낙관론이 완연히 가라앉은 상태라고 지적했다. 전미실물경제학회(NABE) 조사도 암울한 경기 전망을 뒷받침했다. 실물경제학자 19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미 경제에 단기적인 충격을 가하는 변수들로 테러가 가장 많이 지적됐으며 고유가와 인플레가 뒤를 이었다. 테러를 걱정한 비율은 34%로 지난 3월 조사 때의 26%보다 늘었다. 에너지 가격을 걱정한 비율도 앞서 조사 때보다 6%포인트 늘어난 29%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71%는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이달초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2년여 만에 처음으로 금리를 동결한 것이 바람직했다는 입장을 취했다. 반면 내달 20일 차기회동 때의 금리 정책에 대한 전망은 엇갈려 53%가 '계속 동결'을 지지한데 반해 29%는 '다시 인상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했다. 17%는 '금리를 내려야 한다'고 응답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낸 연례 보고서에서 미 경제가 연착륙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부동산 시장 과열과 고유가, 그리고 인플레가 여전히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이후 경기 지표들이 더 암울하게 나오면서 월가에서는 '연착륙은 물건너 간게 아니냐'는 비관론이 확산되고 있다고 AFP는 분석했다. PNC 파이낸셜 서비스의 스튜워트 호프먼 수석애널리스트는 AFP에 29일 공개되는 FOMC 8월 회의록에 월가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면서 FRB의 금리동결 지속 혹은 금리인하 여부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기 비관론이 확산됨에 따라 "내년초 FRB가 금리를 내릴지 모른다는 관측도 나오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