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 복당 후폭풍 불구 유승민·윤상현 등 정치행보 본격화

▲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이 22일 복당 이후 처음 참석한 당 공식 회의석상인 신공항 관련 5개 시·도 중진의원 간담회에서 자신의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 원명국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지난 16일 비대위의 일괄복당 조치로 즉각 당적을 회복한 유승민 의원 등 무소속 4명과 달리 그간 새누리당에 복당 신청을 하지 않은 채 미뤄왔던 ‘탈당파 무소속 3인방’은 지난 20일 장제원 의원이 가장 먼저 복당 신청한 데 이어 주호영, 이철규 의원이 22일 복당 신청을 마치면서 23일 혁신비상대책위 회의에서 의결 되는대로 무소속 의원들의 복당 문제는 완전히 마무리될 전망이다.
 
비대위에서의 무소속 일괄 복당 결정으로 재발된 당 내홍은 권성동 사무총장의 사퇴 문제로 여전히 이어지고 있지만 무소속 의원들의 복당에 대해선 친박계에서도 더 이상 재론할 뜻을 접은 만큼 복당 의원들은 처음의 조심스러웠던 모습을 거두고 점점 과감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 중에서도 친박계가 노골적으로 반감을 드러냈던 유승민 의원과 비박계가 복당을 꺼리던 윤상현 의원의 최근 행보에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는데, 유 의원에 대해선 차기 전당대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벌써부터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이고 윤 의원에 대해선 친박계의 ‘충청대망론’ 핵심 역할로 다시 나서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 유승민, 영남권 신공항 문제로 정치 행보 재개하나
 
지난 20일 친박계는 조원진, 김태흠 등 강경 소장파의 주도로 국회에서 친박계 의원들 모임을 열어 무소속 일괄복당 문제를 다시 논의하기 위한 의원총회 개최 및 유승민 의원의 사과를 받아내는 데 뜻을 모으기로 했는데 전체 친박계 의원 수가 70~80명이나 되는데도 불구하고 이날 겨우 26명만 참석해 비박계와 유 의원을 견제하기 위한 여론 조성에 실패했다.
 
또 당내 다수인 친박계에 속수무책으로 밀리던 비박계가 이번에 무소속 복당을 끝까지 관철시켜 사실상 친박계에 판정승을 거두고 국면 전환에 성공하면서 그간 숨죽이고 있던 유 의원 역시 다시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됐다.
 
일단 복당이 번복될 가능성이 희박해지자 유 의원은 전날 발표됐던 영남권 신공항 백지화부터 문제 삼으며 정부를 향해 날을 세웠다.
 
유 의원은 22일 복당 이후 처음 참석한 당 공식 회의석상인 신공항 관련 5개 시·도 중진의원 간담회에서 “이번에 정부에서 결론을 내린 만큼 지역 간 갈등이 해소되길 바란다”면서도 “김해공항 확장 문제에 대해 일관되게 오랫동안 안전문제나 여러 문제를 들어 영남권에 공항으로 쓰기에 불가능하다고 이렇게 우리 정부 스스로도 오랫동안 얘기했다”고 곧바로 일침을 가했다.
 
그는 “이제껏 아주 오랫동안 확장 불가라고 해놓고, 갑자기 확장이 최선의 대안이다, 이러니까 이 점에 대해 부산은 물론 대구도 뭐랄까 주민들께서 납득 못 하는 것”이라며 “김해공항 확장과 관련된 여러 주변철도 고속도로 인프라 구축에 6천억 원이 든다고 해왔는데 이 부분도 과연 충분한 예산인지 철도나 고속도로 예산이 달라지면 (김해공항 확장) 예산이 완전히 달라지는 거니까 이런 부분도 설명이 좀 필요하다”고 정부를 압박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유 의원은 “김해공항 확장에 대해 제가 아까 말한 대로 그간 계속 불가하다고 하다가 갑자기 이게 최선의 대안이라고 하니까 전부 어안이 벙벙한 상태”라며 “이 점에 대해 국토부 차관이 말할 수 있으면 해 달라”고 몰아붙였다.
 
반면 유 의원의 발언에 맞불을 놓듯 친박계 좌장 최경환 의원은 이 자리에서 “국제적인 전문 관련 용역업체에서 경제성이나 타당성 이런 것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했다”며 “이것이 최적의 대안이라는 결론이 났기 때문에 우리가 대승적으로 수용해야 한다”고 못을 박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 의원은 간담회 직후엔 기자들에게 “상식적 납득이란 게 이제까지 도저히 불가능하다는 게 최선의 대안이 되니까 그 점에 대해 해명하라고 했는데 정부가 설명을 제대로 못한 것 같다”며 아직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 같은 유 의원의 발언은 대구가 지역구인 관계로 밀양에 신공항을 유치하려던 지역 민심을 마냥 도외시할 수도 없다는 데 따른 것이기도 하겠지만 정치권에서도 신공항 사안은 주요 이슈로 꼽히는 만큼 이를 기회로 삼아 박근혜 정부와 차별화된 자신만의 색채를 드러내려는 뜻도 포함된 것으로 풀이된다.
 
무엇보다 지난 21일 신공항 백지화 결정이 발표된 직후엔 신공항 백지화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도 “아마 정부도 용역 결과 그대로 수용한 거 같은데 앞으로 어떤 결론인지 조금 검토해보는 과정은 남은 거 같다. 그런 걸 검토해보고 대구시하고도 의논해보겠다”며 상당히 신중한 모습을 보였던 유 의원이 불과 하루만에 ‘어안이 벙벙하다’는 등 원색적 표현을 써가며 정부를 압박한 데에는 지역 민심 등을 확인한 뒤 어느 정도의 자신감을 얻어 나온 행동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또 최근 일부 여론조사 결과 차기 대선주자로서 유 의원의 여권 내 지지율이 급상승했다는 점과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유 의원 복당 여부에 따라 출렁였다는 부분도 유 의원이 복당하자마자 과감한 발언을 쏟아낼 수 있었던 원인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13~14일 양일간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113명을 대상으로 무선전화(61%)와 유선전화(39%) 병행 임의걸기(RDD) 자동응답 방식(표집오차 95% 신뢰수준에서 ±2.9%p, 응답률 5.6%)을 통해 조사한 여권 내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에 따르면 22.5%로 1위를 기록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에 이어 유 의원이 15.7%로 2위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의원이 이런 자신감을 등에 업고 지속적으로 보폭을 넓혀갈 경우 오는 8월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쥐려는 친박계의 계획에도 상당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 복당 윤상현, ‘충청대망론’ 부채질할까
 
▲ 새누리당에 복당한 윤상현 의원이 지난 2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정진석 원내대표와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이처럼 유 의원이 당내 차기 대권주자 중 비박계 선두를 달리는 가운데 여권주자들 중 이를 앞서고 있는 유일한 인물은 친박계가 적극 힘을 쏟고 있는 ‘충청대망론’의 주인공인 반기문 사무총장인데 이번에 복당한 윤상현 의원이 나선 첫 공식 활동도 이 ‘충청대망론’과 연관이 깊다.
 
김무성 전 대표에 대한 막말 파문으로 공천 탈락하게 되자 자신의 지역구인 ‘인천’에서 무소속 출마했던 윤상현 의원이 충청대망론과 어떤 상관관계가 있느냐는 생각도 일견 들겠지만 윤 의원은 충남 청양이 고향인데다 충청포럼 회장으로서 그간 ‘충청대망론’에 불을 지펴왔고 청와대 정무특보까지 지낸 친박계 핵심이란 점에서 누구보다 ‘반기문 대망론’의 열렬한 지지자다.
 
청와대 입장에선 야권후보는 물론이고 간간이 반기를 드는 비박계 유력 대선후보들에게도 차기 대권을 넘길 생각이 없는 만큼 현재 뚜렷한 친박계 대선주자가 없는 상황을 감안해 중립적 성향의 반 총장을 차기 대권주자로 세우는 데 힘을 기울이고 있었는데 이 과정에서 윤 의원의 역할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간 박 대통령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친박계 측근들 간 상호 경쟁 속에서도 윤 의원은 대통령에 ‘누님’이라 부를 정도로 두각을 드러낸 최측근이었지만 ‘김무성 막말 파동’으로 청와대에까지 물의를 끼치자 당에서 입지를 잃고 하루아침에 밀려나버렸는데, 이번 복당을 통해 재기를 노리는 윤 의원이 국무총리와 9선 의원을 지낸 정치 거물이자 충청권 맹주인 김종필 전 총리 방문을 첫 행보로 꼽았다는 점은 자신의 지위 회복에 ‘충청대망론’을 적극 활용하려는 뜻으로 비쳐진다.
 
비대위의 복당 승인 나흘만인 지난 20일 윤 의원은 “제가 올해 초 충청포럼 중앙회장에 취임하고 찾아 뵈려고 했는데 바로 총선체제에 들어가 찾아 뵙지 못하다가 이제 다시 복당을 기회로 정치를 재개하면서 찾아뵙게 된 것”이라고 말해 ‘충청포럼 회장’ 자격으로 김 전 총리를 찾았다는 부분을 분명히 했다.
 
윤 의원은 지난번 반 총장 방한 당시 김 전 총리와 반 총장이 비공식 회동을 갖고도 그 내용이 공개되지 않아 ‘반기문 대선 출마’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는 상황을 의식한 듯 “총리께서는 반 총장께서 마음을 많이 굳힌 것 같다는 말씀이 있으셨다”고 언질을 줘 ‘충청대망론’에 있어 자신의 위치와 존재감을 한껏 부각시켰다.
 
한 발 더 나아가 이 기세를 타고 입지 확대에 본격 나서려는지 윤 의원은 “충청포럼 중앙회에서 김 전 총리에게 초청 강연을 요청했고 그렇게 하시겠다고 말씀하셔서 7월에 초청 강연을 하기로 했다”고도 덧붙였다.
 
다만 22일 20대 국회 들어 정진석 원내대표를 위시한 새누리당 내 충청권 의원들의 오찬 회동이 처음 열렸지만 지역구가 인천이라는 점 때문인지 충청포럼 회장이면서도 윤 의원은 이날 참석자에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하지만 윤 의원이 본래 충청 출신이라는 점과 정진석 원내대표 등 충청권 인사들이 당 요직에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은 윤 의원이 탈당 이전의 지위를 회복하는 데 적잖이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비쳐지고 있다.
 
그러면서도 일부 껄끄러운 부분이 있다면 윤 의원과 마찬가지로 최근에야 침묵을 깨고 공식 활동에 나선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와의 관계인데, 두 사람은 욕설 파문 107일 만인 22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부득이 조우하게 됐다.
 
이 자리에서 윤 의원이 김 전 대표에게 먼저 악수를 건네며 “내가 외통위에 붙박이로 있었는데 환영한다”고 인사를 건넸지만 김 전 대표는 웃으면서도 “니가 주인이냐”고 말해 여전히 두 사람 사이의 불편한 모습은 감추지 못했다.
 
이렇듯 각각 친박과 비박에 속해있는 윤상현, 유승민 의원의 정치 행보가 재개되면서 이들 복당 의원들의 일거수일투족이 향후 당의 앞길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놓고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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