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계, 비대위 내 ‘복당 주도자’에 사퇴 압박

▲ 무소속 일괄 복당 결정에 김희옥 비대위원장을 비롯해 친박계까지 반발하고 나서면서 비대위가 사실상 좌초 위기에 처한 가운데 비박계도 맞대응에 나서면서 계파 갈등이 재점화되는 모양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불과 한 주 전 새누리당이 내놨던 ‘계파 해체 선언’이 무색하게 당 혁신비상대책위원회에서 16일 전격 승인한 유승민 의원 등 무소속 의원 복당 조치로 친·비박 간 계파갈등이 또 다시 불거졌다.
 
탈당 무소속 의원들에 대한 전격적인 일괄 복당 발표로 당 화합의 가능성을 보여준 지 반나절도 채 지나지 않아 당초 복당 안건 표결 자체에 부정적이었던 김희옥 혁신비대위원장이 사퇴 가능성까지 포함해 거취를 고심하겠다며 당무거부에 돌입했고 친박계는 이에 즉각 부응해 긴급 대책 회의를 연 데 이어 복당 표결 주도자들에 대한 압박에 들어갔다.
 
일부 친박계 강경 인사들은 복당 안건에 대한 표결을 주저하던 김 위원장을 몰아붙인 정진석 원내대표를 비롯해 표결을 주도했던 비박계 비대위원들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된다고 나서면서 점차 갈등이 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김영우 비대위원 등 비박 측에서도 친박계의 공세에 맞서 기자회견까지 열어 적극 반박하고 나섰는데 양측이 한 치도 물러서지 않으면서 일각에선 이번 사태가 장기화되는 것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야권 역시 이날 20대 국회 초부터 내홍에 휩싸인 집권여당에 한 목소리로 비판을 쏟아내면서 ‘복당 후폭풍’에 휩싸인 정국은 한 치 앞을 알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게 됐다.
 
◆ ‘일괄 복당’에 격분한 친박계, ‘정진석 책임론’까지
 
비대위의 일괄 복당 조치에 대한 친박계의 반발은 발표 하루 뒤인 17일부터 본격화됐다.
 
친박계 중진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유승민 복당 허용’과 관련, “정진석 원내대표가 일정 부분 책임을 느끼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며 “많은 분들이 이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고 또 이 문제를 적극 검토하지 못한 원내대표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원내대표가 잘 감지하지 못하지 않았을까”라고 일침을 가했다.
 
홍 의원은 이어 “당 지도부가 구성되면 그 당 지도부에게 일을 맡기자, 이런 의견들이 대세였는데 갑자기 의장도 넘겨주고 이제는 입당해서 지금 정치적 실익을 얻을 것이 별로 없는데 왜 이렇게 서둘러 (복당 허용)했을까 하는 데 대해 많은 분들이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아마 정진석 원내대표 입장에서도 많은 분들이 그렇게까지 반대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새삼 놀라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고 정 원내대표를 거듭 비판했다.
 
또 그는 유승민 등 일괄 복당으로 결론 난 비대위 표결 결과에 대해서도 “아무리 비대위긴 하지만 의원들의 의견, 이런 것들을 잘 청취해 결정하겠다, 이렇게 생각했었는데 제가 보기에 그 비대위를 구성하고 있는 특별히 조기복당을 주장했던 의원들의 적극적인 입당 주장, 이런 것들을 비대위에서 받아들인 것 아닌가 싶다”며 “사실 그런 의견들이 생각보다 이렇게 많지 않다”고 대표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홍 의원은 “어저께도 제가 몇몇 의원들하고 이런 저런 얘기들 나눴고 오늘도 그 문제에 대해 여러 가지 의견들을 제시할 텐데 그 얘기를 좀 나눠듣고 제가 좀 의원들 중지를 모으는 것이 옳지 않은가 생각하고 있다”며 본격 대응에 나설 뜻을 재확인했다.
 
이를 증명하듯 이날 오후 김진태, 김태흠, 이장우, 조원진, 이완영, 이우현, 박덕흠, 강효상 등 친박계 의원 8명은 국회회관에서 간담회를 열고 긴급 대책 회의에 착수했는데 이들은 정 원내대표는 물론 권성동 사무총장에게까지 맹공을 퍼부었다.
 
3선의 친박 중진인 조원진 의원은 정 원내대표가 전날 비대위 회의에서 ‘복당안 표결’을 거부하는 김 비대위원장을 향해 “뚜렷한 이유 없이 표결을 거부하는 건 중대 범죄와 마찬가지”라고 발언한 부분을 꼬집어 “당이 안정되려는 시점에 왜 이렇게 급하게 비대위원장이 모멸감을 느낄 정도로 몰아붙였느냐”고 정 원내대표를 질타했다.
 
특히 조 의원이 ‘당이 안정되려는 시점’이라 말한 것은 이번 복당 논란으로 계파 갈등이 재발하게 된 게 친박계의 반발에 따른 것이라 비쳐질 것을 우려해 정 원내대표의 책임임을 강조하려는 차원에서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이에 그치지 않고 조 의원은 전날 비대위의 ‘복당 승인’ 결과를 놓고 절차적 문제에 대한 부분도 지적했는데 “복당하려면 신청자 면담을 비롯해 절차적인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그런 부분이 모두 다 생략됐다”며 아직 복당 신청을 하지 않은 주호영, 장제원, 이철규 의원도 복당 허용 대상에 포함시킨 점에 대해서도 “복당 신청 안 한 사람까지 복당을 허용하는 건 말이 안 되는 일로, 정 원내대표가 주도했다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친박계는 정 원내대표 뿐 아니라 권성동 사무총장에게도 칼끝을 겨누었는데 김태흠 의원은 권 사무총장을 겨냥해 “비대위원장을 보좌하는 자리인데 비대위원장과 반대되는 방향으로 몰고 간 데 대해선 큰 책임이 있다”고 비판했고, 이장우 의원은 한 발 더 나아가 “이건 계획된 시나리오에 의해 처리되었다고 파악할 수밖에 없다. 실질적인 실무를 책임진 사무총장은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 친박, 계파 내 ‘자중’ 당부에도 ‘의총 소집’ 결의

이런 와중에 이날 친박계 맏형 서청원 의원이나 친박 중진 한선교 의원 등 친박계 지도부에선 비대위 결정에 따라야 한다는 입장을 내놔 이목을 끌었는데, 19대와 달리 20대 국회에선 친박계가 이미 당내 다수를 점한데다 전당대회도 멀지 않은 만큼 복당 문제로 내홍이 길어져봐야 당 주류인 친박계에 결코 유리할 것이 없다는 현실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강경파 친박계는 이날 열린 간담회를 통해 정 원내대표의 사과 및 권 사무총장의 사퇴를 결의했는데, 이들은 “정 원내대표는 복당 승인 과정에 대해 의원총회를 소집해 상세히 설명하고 소속 의원들에게 공식사과해야 한다”며 “김희옥 혁신비대위원장에게도 사죄하고 어서 모셔와 비대위를 조기 정상화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회동 결과 당초 논의됐던 정 원내대표의 사퇴 대신 권 사무총장의 사퇴 정도로 대응 수위가 낮아졌지만 일부 회의 참석자들은 향후 행보에 따라 정 원대대표 사퇴도 재론될 수 있음을 내비쳤는데, 회동 뒤 김진태 의원은 당 최고의결기구인 비대위에서 복당을 결정한 만큼 번복이 불가능하다는 비박계의 주장에 대해 “법적으로 복당의 효력에 의총이 개입할 여지가 없다고 해도 정치적 책임은 별개”라며 “정 원내대표가 의총에서 해명하고 그게 충분히 이뤄지지 않을 경우 거기에 따른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압박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일부 의원들은 유승민 의원 등에 대한 복당을 아예 불허해야 된다는 입장까지 내놨는데, 이우현 의원은 “유 의원 때문에 이번 총선에서 많은 문제점이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당이 화합해야 하는데 지금 와서 밖에서 박근혜 정부나 당을 분열시킨 의원들이 입당해선 안 된다”고 일축했다.
 
이들은 향후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담은 의총 소집요구서를 의원들에게 돌린 뒤 오는 20일 본회의 직후 의총을 연다는 복안도 내놨는데 이날 열릴 의총에 유 의원 등 복당이 결정된 4명의 의원들도 참석시켜 의견을 들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 정진석 “김희옥에 사과”…비박계 “정진석 사퇴 요구, 절대 안 돼”
 
이 같은 친박계의 압박에 대해 1차 표적이 된 정 원내대표는 물론 비박계 비대위원들도 적극 해명에 나섰는데, 일단 정 원내대표는 전날 비대위에서의 ‘복당 표결’ 당시 김 비대위원장에게 ‘중대범죄’란 표현을 쓴 데 대해 “제가 위원장님에게 거칠게 표현한 것에 대해선 다시 한 번 사과를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이날 오후 자신에 대한 사퇴 요구 등을 논의하기 위해 친박계가 모여 대책 마련 회동을 하는 동안 기자들을 만나 “제가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을 당연히 모든 걸 지겠다”며 “어제 회의 중 상황의 심각성을 말씀드리는 과정에서 거친 표현을 쓴 데 대해 두 차례 사과를 올렸는데 다시 한 번 사과를 드리고 위원장께서 노여움을 푸시고 다시 한 번 당 정상화를 해주셨으면 한다”고 서둘러 수습에 나섰다.
 
▲ 김영우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각에선 비박의 쿠데타라고 비판하고 있지만 어제 혁신 비대위 전 과정은 모든 비대위원들의 자유로운 의사 개진과 토론, 무기명 투표에 의한 민주적 절차 그 자체였다”고 친박계에 항변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비박계 역시 친박계가 ‘정 원내대표’를 표적삼은 것을 우려하며 전날 표결에 아무 문제가 없었다는 점을 누차 주장했는데, 이날 비박계인 김영우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각에선 비박의 쿠데타라고 비판하고 있지만 어제 혁신 비대위 전 과정은 모든 비대위원들의 자유로운 의사 개진과 토론, 무기명 투표에 의한 민주적 절차 그 자체였다”며 “민심을 따르고 양심에 따라 무기명 투표한 행위가 쿠데타라고 한다면 대한민국 헌법과 새누리당 당헌당규는 대체 뭐냐”고 친박계의 ‘비박 쿠데타’ 주장을 맞받아쳤다.
 
또 김 비대위원은 의총을 통해 복당에 대한 의원들의 의견을 들어보자는 친박계의 주장에 대해서도 “(전날 비대위 회의에서) 의원총회를 열어 의원들의 얘기를 들어보자는 얘기도 나왔는데 그 부분에 대해선 김 위원장도 적절치 않다고 했다”며 “복당은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최고위, 지금은 비대위에서 결정하는 것이 당헌당규에 따른 절차”라고 선을 그었다.
 
아울러 그는 친박계가 정 원내대표의 사퇴까지 배제하지 않고 있는 데 대해서도 “제 2, 제 3의 유승민 사태를 또 만드는 불행한 일”이라며 “절대 그래선 안 된다”고 못 박았다.

이처럼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하며 비대위 정상화조차 불투명해진 가운데 전날부터 칩거 중이던 김 비대위원장이 정 원내대표의 사과를 수용할지에 대한 부분도 이번 사태가 확산될지 아니면 수습될지 여부를 결정지을 만한 주요 관건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는데, 정 원내대표가 이날 오후 직접 김 위원장의 논현동 자택을 방문키로 했으나 김 위원장은 “그 누구도 만나지 않겠다”며 여전히 단호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비대위 정상화 또한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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