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1탄 - 세금, 이대로는 안 된다, 대한민국 ‘세금공화국(?)’

작년 9월 27일 청와대. 그러니까 정부가 소주 세율과 액화천연가스(LNG)세를 올리려고 발버둥치다가 빗발친 여론의 반대에 힘입어(?) 좌절되고 비틀거리고 있을 무렵. 노무현 대통령은 각 언론사 경제부장들과의 미팅에서 이런 말을 했다. “관념의 차이인지 모르지만 소주 한 병에 96원이 오른다고 하니까 ‘아니, 뭘 그걸 가지고…’ 하는 생각이 들고, 소주 사먹는 사람은 실제로 96원에 인생이 흔들리는지 모르겠지만, 솔직히 말씀드려서 아직까지도 감각은 잘 안 와요. 거기에 민심을 딱 업고 나와버리니까 할 말 없게 된 거죠. 정책적으로는 정부안이 맞는데, 정치적으로 그것을 관철하기가 쉽질 않겠다고 그리 얘기를 했죠.” 현 정부의 세금에 관한 ‘아쉬운’ 의식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아닌가싶다. 과연 소주값 ‘96원’ 인상이 단순히 현금 ‘96원’ 인상만을 의미하는 것일까? 그리고 다른 여러 가지 파생적인 세금에 관한 논쟁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8·31 부동산종합대책의 실행과 관련해 최대 쟁점으로 떠오른 것은 종합부동산세의 과세대상 범위와 실효세율이다. 정부와 여당은 공시가격이 6억원이 넘는 주택을 종부세 과세대상으로 잡고 보유세(종부세+재산세)의 실효세율을 2009년까지 1%로 높이기로 최종 결정했다.
부동산 보유세 1% 가능할까 이 경우 종부세 과세대상은 전체의 1.6%, 16만 가구에 이른다. 재산세만 내는 나머지 98.4%의 중산층과 서민들의 보유세 실효세율은 2017년까지 단계적으로 0.5%까지 높이기로 했다. 결국 전체 주택보유자의 평균 보유세 실효세율은 2009년 기준으로 0.36%, 2017년 기준으로는 0.61% 수준까지 올라갈 전망이다. 그러나 이런 계획은 평균 보유세율을 1%로 높이겠다는 5·4 부동산대책에서 크게 후퇴한 셈이다. 이를 두고 한나라당에서는 "정부가 한나라당의 주장을 받아들여 보유세 1% 방안을 철회했다"고 평가했고 정부는 "애초부터 1%는 종부세 대상자들만 한정한 목표였다"고 둘러댔다. 한나라 당은 그동안 보유세 실효세율을 최대 0.5% 수준으로 한정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는데 정부가 목표를 1%에서 0.61%로 낮춰잡으면서 그 차이가 크게 좁혀들었다. 이 정도면 원만한 합의를 기대할 수도 있게 됐다. 다만 열린우리당은 종부세 과세대상 범위를 6억원 이상으로 낮추려고 하는 반면 한나라당은 현행대로 9억원 이상으로 유지하자는 입장이다. 가구별 합산이나 1가구 2주택에 대한 양도세 중과 등의 부분에는 합의가 끝난 상태다. 한국은행의 조사자료에 따르면 2003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부동산 보유세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0.6%로 영국(3.3%)이나 미국(2.8%), 일본(2.1%)에 비해 크게 낮았다. 이에 반해 국내총생산 대비 거래세 비율은 1.9%로 미국, 일본(이상 0.1%), 영국(0.5%)에 비해 월등히 높아 커다란 불균형을 보여줬다. 다른 나라는 보유세와 거래세의 비중이 9대 1 정도로 보유세가 월등히 높은 데 반해 우리나라는 그 비율이 2대 8로 거래세 비중이 더 높다. 누진세 성격의 보유세는 빈익빈부익부 완화와 부의 재분배 효과가 있다. 한국은행의 자료는 우리나라의 보유세가 외국에 비해 결코 높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거래세를 줄이고 보유세를 높이자는 정부와 여당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부분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의 부동산 세금정책에 대해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 자체로서 세금을 인상시키는 것이 과연 부동산 정책으로 바람직한 것인지에 대해 여러 가지 논란이 많다. 정부의 보유세 인상은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수요억제 대책이기 때문에 부동산 공급측면에서 부동산시장을 안정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정책론자들은 ‘보유세는 양도세와 달리 투기이익을 환수할 수 있는 방법이 되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보유세가 과다하다고 생각되면 보유 주택을 팔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는 듯 하다. 그러나 ‘부동산을 팔아야 할 정도로 보유세가 부담스럽다’라고 느끼는 정도는 소득수준이 높을수록, 또 부동산 투기 능력이 뛰어날수록 적다는 모순이 있다. 지난 6월 유력 대선 주자인 고건 전 국무총리가 “정부가 부동산 시장의 퇴로를 차단하고 보유세를 올리는 바람에 국민들 가운데 고통 받는 사람이 없지 않다. 외국에 비해 낮은 보유세를 올리고 거래세를 인하하는 방향은 옳지만 정부가 보유세를 올리면서 거래세는 내리지 않는 결과를 초래한 것은 이상하다”며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강하게 비판한 부분을 다시 생각해 봐야 할 때다. 무심코 던진(?)세금에... 정부가 추진하는 보유세 강화 정책은 많은 부동산을 소유한 사람이나 부동산 투기 세력들에는 효과적인 대책에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부동산 실 수요자나 중산층에 대한 부담을 과중시키면 안 되기 때문에 실 수요자나 중산층을 위한 보완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 엉뚱한 사람들만 피해를 본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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