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野에 ‘사과’ 요구…野 “협상 거부하며 트집 잡아” 설전

▲ 여야가 ‘협치’는커녕 서로의 협상 태도를 비판하는 데에만 치중하는 등 이전투구 양상으로 접어듦에 따라 원 구성 협상이 사실상 중단 상태에 들어가면서 오는 7일로 다가온 국회의장단 인선 결정부터 시한 내 이뤄지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사진은 3당 원내대표들.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여야가 ‘협치’는커녕 서로의 협상 태도를 비판하는 데에만 치중하는 등 이전투구 양상으로 접어듦에 따라 원 구성 협상이 사실상 중단 상태에 들어가면서 오는 7일로 다가온 국회의장단 인선 결정부터 시한 내 이뤄지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우선 새누리당은 지난달 31일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 3당이 가습기 살균제 진상규명, 어버이연합 게이트 사건 진상조사, 정운호 게이트 사건 등 법조비리 의혹, 백남기 농민에 대한 공권력 남용 책임 규명 등 4가지 사안에 대한 청문회 실시와 함께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기한 연장을 위한 특별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합의한 데 대해 여소야대 구도를 악용한 ‘야합’으로 규정한 뒤 “사과를 받아야 원 구성을 재개할 수 있다”며 협상에 불응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이 같은 협상 파행의 책임은 야권에 있다고 못 박았는데 지난 2일 김도읍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두 야당이 국회의장을 표결로 강행 처리하자고 야합을 해버려 파행된 것”이라며 지난달 31일 더민주와 국민의당 원내수석부대표가 함께 회동한 뒤 본회의 자유튜표를 통해 의장단을 선출하겠다고 새누리당을 압박했던 부분을 꼬집었다.
 
또 새누리당은 더민주 측이 의장을 가져가는 대신 법사위를 주겠다고 제안하고 있지만, 여기에 운영위와 정무위까지 달라고 요구한다면서 마치 크게 양보한 것인 양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반면 국민의당 등 야권은 이 같은 새누리당의 태도에 대해 “사과할 일인지 되묻고 싶다”고 반문하며 “5~6일 밤을 새서라도 해야 한다”고 협상 재개를 촉구했지만 국회의장직은 물론 법사위·운영위·예결위 등 핵심 상임위에 대해서도 전혀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20대 국회 임기 개시일 이후 나흘째 평행선을 달렸다.
 
여기에 더민주는 정갑윤 새누리당 의원의 국회해산 발언을 문제 삼아 국민 앞에서 이에 대해 사과하라며 새누리당에 거꾸로 맞불 공세를 편 데 이어 청와대 배후설까지 펼치면서 여당을 강하게 압박했는데, 이처럼 첨예한 대치 분위기 때문인지 이날 여야 3당이 공동 명의로 첫 임시국회 소집요구서를 제출했음에도 불구하고 법정 기한 내 여야 간 원 구성에 합의를 이룰 가능성은 희박할 것으로 보여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與野, ‘사과 요구’ 앞세워 주도권 쟁탈에만 몰두
 
지난달 10일 3당 원내수석이 처음 만나 화합을 다짐한 이래 근 한 달 가까이 원 구성에 대한 논의가 이어져왔지만 법정시한이 목전까지 다가온 지금에 와선 서로 기선을 제압해 협상력을 높이려는 차원에서 협상 내용과는 별개의 사안을 놓고 사과만 요구하며 기 싸움을 벌이고 있다.
 
김도읍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3일 국회에서 가진 기자간담회를 통해 “결자해지 차원에서 (야 3당이) 야합에 대해 진정어린 사과를 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해야 원 구성 협상에 나설 수 있다”고 입장을 내놨다.
 
특히 김 수석부대표는 야권의 압승으로 끝난 20대 총선 결과에 대해서도 “국민이 3당 체제를 출범시키며 어느 당에게도 과반을 허용하지 않은 건 여야가 대화와 타협을 통해 일하는 국회를 만드라는 뜻”이라며 여당과의 타협 없이 야권이 의회를 장악하란 의미에서 유권자들이 여소야대 구도를 만들어 준 건 아니라고 해석했다.
 
또 김 수석부대표는 지난 2일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가 국회의장직을 요구하는 새누리당에게 법사위원장직을 양보하는 대신 국회의장은 자신들이 가져가겠다고 한 데 대해선 “기만이자 꼼수”라고 혹평하며 “지난달 30일 3당의 수석부대표가 만났을 때, 당시 더민주에서 법사위원장을 새누리당에 줄 테니 국회의장, 정무위원장, 운영위원장, 기재위원장을 달라고 요구했다”고 협상 내막을 공개했다.
 
즉, 새누리당은 더민주가 협상 주도권을 잡기 위해 비공개 협상에서 이미 논의됐던 내용이었음에도 마치 시혜를 베푸는 것처럼 언론에 자신들만 양보하고 새누리당은 욕심만 부리는 이미지를 덧씌우는 식으로 여론전을 펴고 있다고 본 것이다.
 
여당의 이 같은 공세에 직면한 야권은 한 목소리로 여당의 사과 요구를 일축하고 나섰는데, 박완주 더민주 원내수석은 이날 “국민의당이 상임위원회 2개를 가지기 때문에 (새누리당이) 법사위를 가지면 3개를 내놔야 한다”며 “사과를 하면 협상을 할 수 있다는 건 도가 지나치다”고 비판했다.
 
김관영 국민의당 원내수석도 새누리당을 겨냥해 “김도읍 수석이 이상한 얘기를 하면서 안 만나고 있는데 안 만나는 이유가 엊그제 야3당이 합의 발표한 걸 사과하라는 것”이라며 “누가 봐도 이해할 수 없다”고 더민주와 발맞춰 직격탄을 날렸다.
 
다만 김 수석은 향후 협상 전망과 관련, “5일 대통령이 (해외순방을 마치고) 들어오기 때문에 압박도 되고 지금보다는 원활하지 않을까”라며 “가닥만 잡히면 1시간 만에 할 수 있다”고 주장해 현재 협상 진척이 이뤄지지 않는 것이 여당 탓임을 우회적으로 강조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야당 역시 새누리당에 똑같이 ‘사과’를 요구하며 맞대응에 나섰는데, 더민주는 이날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정갑윤 새누리당 의원이 “(협상)하다 안 되면 결국 국회 해산해버리든지 해야죠”라고 발언한 것과 관련, 이재경 대변인 논평을 통해 “정 의원은 즉시 발언을 취소하고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변인은 “원 구성 협상이 조금 지연된다고 아예 국회를 해산해야 한다니 이게 가당키나 한 말인가. 헌법에 대한 정면 도전이고 의회민주주의에 대한 부정”이라며 “최근 20대 국회 원 구성 과정에서 청와대 개입설이 불거지고 있어 정 의원의 발언이 한 개인의 발언이라고 믿기질 않으니 새누리당은 정 의원의 발언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청와대 배후설까지 제기했다.
 
◆ 野 청와대 배후설로 與 압박…실력행사 움직임도
 
▲ 김관영 국민의당 원내수석부대표는 3일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 나와 최근 새누리당이 ‘국회의장직 확보’로 입장을 바꾼 데 대해 “당초 (정진석) 원내대표는 양보할 생각이 있었는데 아무래도 누군가가..”라며 청와대 배후설에 힘을 실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이 같은 청와대 배후설은 비단 더민주에서만 제기한 게 아니라 국민의당까지 거들면서 확산시켰는데, 김관영 국민의당 원내수석부대표는 3일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 나와 최근 새누리당이 ‘국회의장직 확보’로 입장을 바꾼 데 대해 “당초 (정진석) 원내대표는 양보할 생각이 있었는데 아무래도 누군가가..”라며 청와대 배후설에 힘을 실었다.
 
김 원내수석은 ‘누군가’가 누구를 칭하는지 사회자로부터 채근 당하자 “통상적으로 청와대라고 생각을 많이 한다”며 “확증은 없지만 여당이란 것이 근본적으로 청와대와 계속 업무협조 관계를 유지하는 건 필수불가결한 상황”이라고 강변했다.
 
그러면서 그는 “총선을 치르며 청와대가 바뀌는 것이 중요한데, 지금은 과거 행태를 답습하고 있지 않냐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라며 “새누리당의 입장이 갑자기 선회된 배경에는 아무래도 원내대표 본인의 독자적인 생각만은 아니지 않은가”라고 거듭 의혹을 제기했다.
 
이런 분위기에 맞춰 더민주도 ‘청와대 배후설’에 힘을 실어 여당을 압박했는데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김도읍 새누리당 수석은 ‘집권여당으로서 청와대의 의견을 듣지 않을 수 없는 것’이라며 청와대와 상시적으로 접촉했음을 자인했다”면서 “의회 고유의 권한인 원 구성 문제까지 청와대의 지침을 받아야 하느냐. 청와대는 원 구성 협상에서 손을 떼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런 야권의 압박을 받자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여소야대에서는 청와대와 대통령이 마음먹은 대로 일이 되지 않는다”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정 원내대표는 “청와대와 당이 긴밀히 여러 정책사항을 협의하는 건 온당한 것”이라면서도 “제가 수평적 당청관계 수립을 약속했는데 지키기 위해 보이지 않게 부단히 노력했다”며 “(정 원내대표 체제) 한 달 동안 청와대의 체질도 분명히 바뀐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정 원내대표는 야권에 청와대 배후설의 원인을 제공한 ‘의장직 입장 선회’에 대해서도 “우리가 왜 입장을 바꿨느냐고 하는데 무슨 입장이 정해진 게 있느냐. 아무 것도 정해진 바 없는데 마치 우리가 태도와 원칙을 바꾼 것처럼 등식화하고 있다”고 맞받아쳤다.
 
이는 사실상 더민주가 국회의장직을 차지한다는 것에 한 번도 동의한 적이 없다는 뜻인데, 의장직 확보는 당연시하면서 핵심 상임위원장직까지 노리는 야권에 대해 거꾸로 의장직을 놓고 ‘벼랑 끝 전술’을 펴 야권이 정치적 부담이 큰 본회의 표결이란 실력행사나 여당과의 타협 중 양자택일하도록 압박하려는 전략을 펴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럼에도 만일 20대 국회 초부터 야권이 의장직을 가지기 위해 무리하게 여소야대 국면을 활용한 실력행사에 들어가게 된다면 총선 이후에도 계속된 계파 갈등과 비대위 구성 과정에서의 분란 등으로 악화됐었던 여당에 대한 민심이 다시금 돌아서고 야권이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이를 의식했는지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도 이날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에게 ‘야당 단독으로 국회의장을 선출할 가능성’에 대해 질문받자 “우 원내대표에게 ‘자유표결할 것이냐’ 했더니 ‘그건 아니다’라고 했다”며 “야당이 자유투표를 해서 국회의장과 3개 상임위원장을 독차지할 것이라 생각하는 건 잘못된 판단”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 때문인지 일단 새누리당에서도 오는 7일 본회의가 열리더라도 국회의장을 선출할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는데, 다만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가 이날 소속 의원들에게 “6월 7일 국회 주변에 있으면서 긴급 상황에 대비할 수 있도록 준비해주기 바란다”고 문자메시지를 보내면서 원 구성 협상 진척 수준에 따라 자유투표라는 실력행사 가능성도 여전히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비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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