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주행’ 설기현의 새로운 발견

"무엇보다 자신감이 가장 큰 자산이다. 하지만 상대 팀의 마크가 점점 심해질 것이다. 지금부터 적응이 관건이다" 잉글랜드 축구에 정통한 서형욱 MBC 해설위원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데뷔와 동시에 두 경기 연속 엄청난 활약을 펼치고 있는 설기현(27.레딩 FC)의 플레이에 대해 이런 단기 전망을 내놓았다. 설기현의 이런 활약에 다들 놀라고 있다. 비록 전체 일정의 두 경기 뿐이지만 설기현이 이렇게 빨리 프리미어리그에 적응을 할지에 대해서는 말들이 많았다. 사실 뚜껑을 열기 전까지 설기현의 시즌 전망은 '기대 반, 우려 반'이었다. 소속 팀 레딩이 창단 135년 만에 처음 프리미어리그에 입성한 신출내기인데다 설기현도 전 소속팀 울버햄프턴과 대표팀에서 그다지 안정적인 플레이를 보여주진 못했기 때문이다. 독일월드컵 직전인 지난 5월 세네갈과 평가전에서 일어난 소위 '역주행' 사건으로 마음 고생이 심했던 설기현은 요즘 TV를 통해 플레이를 접하는 국내 팬들 사이에서 '어, 저런 면도 있었나'라는 반응을 불러일으킬 만큼 빼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다. 레딩이 1승1패로 전반 초기 만족할 만한 성적을 내고 있는 가운데 설기현은 어시스트 2개로 공동 1위(9명), 크로스 성공은 8개로 공동 4위에 올라있다. 개막 첫 주에 '주간 베스트 11'에 뽑혔고 두 경기 연속 양팀 최고 평점을 받았다. 24일(한국시간) 아스톤 빌라전에서 나온 선제골 크로스는 백미였다. 수비수 루크 무어의 가랑이 사이로 볼을 뺀 뒤 쉽지 않은 위치에서 자로 잰 듯한 롱 센터링을 케빈 도일의 머리에 정확히 연결했다. 이 경기 직후 영국 스포츠 채널들은 설기현의 활약에 대해 빼어난 활약을 했다며 양팀 통틀어 최고인 평점 8점을 부여했고, 경기 MVP에도 뽑혔다. '프리미어리거 선배' 박지성(25.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영표(29.토튼햄)도 각자 팀에서 제 역할을 해내고 있지만 설기현의 활약에 오히려 빛을 잃고 있을 정도다. 이렇게 뛰어난 활약을 하고 있는 설기현이 플레이를 업그레이드한 원동력은 우선 자신감에서 찾을 수 있다. 서형욱 위원은 "자신감이 붙어 한 템포 빠른 크로스와 과감한 슈팅이 가능해졌다. 예전엔 머뭇거렸던 상황에서도 공간이 열리면 거침없이 크로스를 올린다. 레딩이 소도시 팀이라 구단 분위기가 편안하고 스티브 코펠 감독도 믿고 맡기는 스타일이어서 설기현이 쉽게 적응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그동안 약점으로 지적되던 측면 미드필더로서의 수비 가담 능력도 향상됐다. 상대 패스 길목을 차단하는 장면이 자주 나오고 있다. 팀에서 당분간 주전 자리를 굳혔다고 보면 데뷔골을 비롯해 공격 포인트를 쌓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하지만 극복해야 할 과제도 있다. 서 위원은 "설기현은 큰 동작으로 방향 전환을 해 수비를 따돌린다. 그러나 상대 팀에 페인팅의 흐름이 읽히기 시작하면 마크를 당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체력 부담도 극복해야 한다. 설기현은 국내에 다녀간 뒤 컨디션이 나빠졌던 적이 많다. 따라서 다음 달 2일과 6일 국내에서 열리는 아시안컵 예선 이란, 대만전에 출전한 뒤 컨디션을 조절하는 게 단기적으로는 중요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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