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물살을 가른 ‘박태환’

‘한국수영의 희망’ 박태환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항상 수영 변방이라는 소리를 들었던 한국 수영 역사에 박태환이 역사를 새롭게 장식하고 있다. 21일(한국시간)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빅토리아에서 끝난 2006 범태평양수영대회에서 박태환은 남자 자유형 400m와 1500m에 서 금메달을 따냈고 자유형 200m에서는 은메달을 목에 거는 쾌거를 이룩했다. 한국수영은 세계대회에서 메달을 따본 적이 없는 그야말로 수영의 변방에 있는 나라였다. 아시안게임에서 스포츠 강국 중국을 견재할 유일한 나라고, 올림픽에서는 언제나 세계 10위권의 실력을 갖춘 저력의 나라지만 언제나 수영은 남의 나라 이야기였다. 올림픽이나 세계 선수권에서 한국 선수들이 결선에만 올라도 금메달이라도 목에 건 것처럼 한국 수영계는 기뻐했다. 이런 대한민국 수영 역사에 박태환이 금메달을 하나도 아닌 두 개나 목에 걸면서 한국 수영도 세계를 향해 나가게 된 계기가 됐다. 박태환이 북경 올림픽에서 목에 메달을 걸고 시상식에서 웃는 모습을 상상이 아닌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한국 수영의 역사를 새롭게 적고 있는 박태환. 그를 해부해 봤다. ◆1%의 재능과 99%의 노력 박태환은 수영선수로 천부적으로 능력을 가지고 태어났다. 그는 부력과 유연성이 세계에서도 놀랄만큼 뛰어나다. 물살을 헤칠 때 고속정의 뱃머리를 연상시키듯 상체가 살짝 들리며 물의 저항을 최소화하는 하늘이 준 능력을 지녔다. 다섯살 때 천식 치료에 좋다는 의사의 권유로 수영을 시작한 박태환은 지난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 중 최연소 대표로 발탁되면서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박태환은 청운의 꿈을 품고 출전한 아테네대회에서 부정 출발로 실격을 당해 제대로 레이스를 펼쳐보지도 못한 채 귀국해야 했다. 하지만 박태환은 좌절하지 않았다. 2004년 11월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국제수영연맹(FINA) 경영월드컵 2차대회 자유형 1천500m에서 은메달을 따내며 세계 무대에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이후 박태환은 국제대회에 잇따라 출전하며 소중한 경험을 차곡차곡 쌓았고 동아수영과 전국체전 등 국내대회에서는 메달을 싹쓸이하며 국내 1인자 자리를 꿰찼다. 또한 박태환은 단거리와 장거리를 동시에 능한 돌연변이다. 대부분 세계의 유명 선수들은 자신의 주 종목만을 신경 쓰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천부적인 능력을 앞세워 단. 장거리에서 모두 메달을 딸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번 범태평양 대회에서도 박태환은 200m, 400m와 1500m 등 단. 장거리 모든 종목에서 메달을 목에 걸면서 이런 사실을 증명했다. 그러나 이런 천부적인 능력만으로는 세계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가 없다. 하지만 박태환은 이런 능력에 노력을 더했다. 그가 훈련하는 모습을 보면 훈련에 미친 사람 같이 보인다. 하루에 18km를 헤엄치는 강훈을 이겨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또한 수영은 심장의 박동소리를 친구로 삼고 풀장 밑바닥만 바라보는 고독한 자기 싸움을 벌여야 하는 운동이다. 그러나 박태환은 이런 고독을 즐기며 땀을 사랑한다. 박태환은 천재이기 전에 땀의 소중함을 알고 있는 소년이다. ◆강한 승부욕과 노련한 경기운영 능력
곱상한 외모와 왜소한 체구에도 불구하고 박태환은 강한 승부근성을 가지고 있다. 지기 싫은 성격이 지금의 그를 있게 만들었다. 대표팀 우원기 코치는 “(박)태환이는 지는 것을 죽기보다 싫어한다”며 그의 승부근성을 높이 평가했다. 이런 그의 승부근성은 고독한 자기 사움인 수영이라는 운동에 가장 필요한 부분이다. 승부근성 말고 박태환의 또 다른 강점은 노련한 경기운영이다. 그가 보여주는 경기력은 노련한 배테랑들을 보고 있는 느낌이 든다. 아직 17살의 소년이라는게 믿기 어려울 정도다. 자유형 400m와 1500m는 수영에서 중. 장거리다. 따라서 경기운영 능력이 큰 비중을 차지할 수 밖에 없다. 상대의 허를 찌르는 대시나 경기 막판 불같은 스피드는 가히 폭발적이다. 이번 대회에서 메달을 딴 후 박태환은 “중반까지 선두권을 유지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막판에 힘이 남아 스퍼트를 한게 주효했다”고 말했다. 또한 박태환은 자신의 체격적 열쇠도 변칙 수영으로 대체를 하고 있다. 허리중심선을 고정시키지 않고 호흡할 때 물을 강하게 눌러주며 팔 스윙을 크게 돌리는 방식이다. 체력안배를 위해 고안한 박태환의 비장의 무기다. 종전에는 600~1200m 구간에서 이러한 변칙수영을 구사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800~1200m 구간에서 변칙수영으로 헤엄친다. 그만큼 힘이 붙었다는 증거다. ◆박태환, 약점을 극복해라 박태환의 체격은 181cm, 71kg이다. 소프(195cm, 96kg)나 해킷(197cm, 88kg) 등 세계적인 선수들을 상대하기에는 왜소하다. 이 때문에 주당 5번의 웨이트트레이닝으로 몸집 불리기를 하고 있다. 지난 한 해 키가 4cm 컸고 몸무게도 10kg가량 늘어 이런 추세라면 체격에서도 조만간 경쟁력을 갖출 전망. 요즘은 스타트와 턴을 다듬고 있다. 최근 박태환은 많이 달라졌다. 힘이 부쩍 붙어 스퍼트 실력이 몰라보게 향상됐다. 주 종목인 자유형 800m 1500m 외에 이번대회 200m에서도 아시아신기록을 경신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스타트 능력도 보완했다. 기록 상승세의 또 다른 비결이다. 이번 400m 결승에서도 출발반응속도에서 8명 가운데 가장 빨랐다. 물론 약점도 있다. 주종목인 1500m에서 생명이나 다름없는 턴 기술은 여전한 숙제다. 정상급 선수들이 턴을 하고 난 뒤 구사하는 돌핀킥을 아직 제대로 익히지 못했다. 턴을 하고 난 다음의 돌핀 킥은 강한 추진력을 얻기 위해 필수적이다. 박태환은 이번 대회에서 세계무대에 자신의 이름을 확실히 알리는 데 성공했지만 갈 길은 멀다. 12월에 카타르 도하아시안게임, 내년 3월에는 호주 멜버른 세계수영선수권대회가 있다. 유럽의 강호들이 모두 출전하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박태환은 ‘진짜 실력’을 보여줘야 한다. 앞으로 7개월 후, 18살 박태환이 또 어떤 신화를 만들어낼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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