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마 시 대선후보 지지율, 압도적 1위…野 불안감 증폭

▲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대권 도전 가능성으로 인해 기존 대선 구도에 지각 변동이 일고 있다. 시사포커스 / 원명국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6일 간 이뤄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방한을 계기로 차기 대선 판도가 벌써부터 크게 요동치고 있다.
 
고작 엿새 동안의 방한 일정이었지만 유엔 사무총장 임기를 올해로 마무리 짓는데다 내년 말 19대 대선이 예정돼 있어 차기 대권 도전과 관련해 반 총장의 일거수일투족에 정치권은 물론 언론의 관심이 집중됐다.
 
무엇보다 그가 작년 방한 당시 송도 기자회견에서 “나를 대선 주자 여론조사 대상에서 빼달라”며 국내 정치와 거리를 두려던 모습과 달리 이번엔 방한 첫 날인 지난 25일 제주 서귀포시에서 가진 관훈클럽 포럼 도중 대선 출마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받자 “10년간 유엔 사무총장을 했으니 기대가 있다는 걸 염두에 두겠다”고 발언하는 등 대권 도전을 암시하는 발언을 내놔 정치권을 뒤흔들었다.
 
이에 따라 지난 28일 있었던 반 총장의 김종필 전 국무총리 예방은 ‘충청대망론’에 불을 붙이는 신호탄으로 풀이됐고, 다음날인 29일 있었던 경북 안동 방문 일정에 대해선 현재 ‘반기문 대망론’을 적극 후원하는 새누리당 친박계의 주요 지지 기반인 TK 지역 민심을 그가 직접 확인하기 위한 행보였다는 해석까지 나왔다.
 
이처럼 갖가지 추측이 확산되며 논란이 일파만파 퍼져나가자 반 총장은 방한 마지막 날인 30일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66차 유엔 NGP 콘퍼런스 개회식 직후 가진 기자회견 질의응답을 통해 “이번 방한 목적은 그야말로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회원국을 방문하는 공식 일정의 일환”이라며 자신을 둘러싼 대권 관련 해석을 일축했다.
 
특히 반 총장은 대선 출마를 시사한 것으로 비쳐졌던 자신의 방한 첫 날 관훈클럽 토론회의 발언을 의식했는지 “관훈클럽에서 비공개로 얘기했는데 과대, 확대, 증폭된 면이 있어 당혹스럽게 생각한다”며 “국내에서의 행동에 대해 과대 해석하거나 추측하는 건 자제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제가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이냐는 데 대해 많이 추측하고 보도하는데, 제가 무슨 일을 할 것인지는 제가 잘 알고, 제가 결정해야 한다”고 말해 대선 출마 가능성을 완전히 닫아 두지는 않았는데, 이로 인해 한동안 ‘반기문 방한 후폭풍’이 대선 판도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 潘 대선 출마 시 文-安 크게 제치며 압도적 1위 등극
 
당장 이번 반 총장의 방한 기간 동안 진행된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 여론조사에서 이런 경향이 뚜렷이 나타났는데, 그간 문재인-안철수 간 경쟁 구도로 점철되며 여당에 줄곧 불리했던 차기 대선 판세가 반기문 출마 가능성으로 인해 일거에 형세가 뒤집힌 것만 봐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중앙일보가 지난 27~28일 양일간 전국 성인남녀 1000명(유선 415명, 무선 585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30일 발표한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결과(RDD 전화면접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최대 ±3.1%P, 응답률 19.4%)에 따르면 반 총장의 대선후보 지지율은 28.4%로, 16.2%의 지지율을 얻은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11.9%를 기록한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를 큰 격차로 제치고 1위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반 총장은 문 전 대표와 안 대표가 모두 출마하는 3자 구도 속에선 문 전 대표와 안 대표가 각각 24.6%와 20.1%의 지지율에 그친 데 반해 반 총장 홀로 45.7%의 압도적 지지율을 보여 야권이 분열될 경우 전혀 승산이 없음을 확인시켜줬다.
 
하지만 3자가 아닌 반 총장과 야권 단일후보의 양자 대결로 간다고 해도 격차만 약간 좁혀질 뿐 반 총장이 앞선다는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는데, 반 총장과 문 전 대표가 일대일로 맞붙을 경우 반 총장이 57.2%를 기록해 32.5%의 문 전 대표를 크게 제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 대표 역시 반 총장과의 양자 대결에서 32.2%의 지지율을 얻는 데 그치며 56.1%의 반 총장에 크게 압도돼 현 시점에선 반 총장 출마 여부 자체가 여야 간 희비를 가르게 될 것으로 전망됐다.
 
이번 조사 결과 중 흥미로운 점은 반 총장을 지지한 계층에 대한 부분인데, 반 총장은 보수층에서 40.2%를 얻은 것은 물론 중도층에서도 25.4%로 가장 높은 지지율을 얻었으며 국민의당 지지층 중 무려 19.6%는 안 대표가 아닌 반 총장 지지로 돌아선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진보 성향 유권자층에서만 반 총장이 14.4%로 문 전 대표(28.4%)와 안 대표(14.6%)에 밀리며 약세를 보였고, 반 총장과 야권 단일 후보 간 양자대결에서도 진보 성향인 더민주가 중도 성향인 국민의당보다 지지층 이탈이 좀 더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 지지율 역시 몇몇 특이점이 눈에 띄었는데 반 총장의 고향인 충청권에서 30.6%를 얻은데 반해 여권 강세 지역인 대구·경북(TK) 지역에선 45.1%를 기록한데다 반기문·문재인·안철수 간 ‘가상 3자대결’에서도 61.3%로 60%를 넘는 지지율을 반 총장에게 보낸 곳은 TK지역이 유일해 명실공히 새누리당 내 친박계의 지지를 받고 있는 후보임을 입증했다.
 
이에 반해 반 총장의 지지율이 전국에서 가장 낮게 나타난 곳은 18%에 머무른 호남 지역으로, 이 지역에선 야권 단일 후보로 문 전 대표가 나오는 경우를 제외하면 ‘3자 대결’ 구도로 가든 안 대표가 야권 단일 후보로 나서든 모두 안 대표가 반 총장을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 안 대표가 여전히 강세임을 보여줬다.
 
이밖에 대선 출마와 관련해 반 총장의 이미지에 대해서도 조사한 결과 ‘대선 발언 전보다 싫어졌다’는 응답이 26.8%로 ‘좋아졌다’는 답변(19.2%)을 웃돌았음에도 불구하고 ‘이전과 같다’는 응답이 절반을 넘는 50.9%로 나타나 반 총장의 대권 도전이 이미지 변화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조사에 대해 보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 발등 불 떨어진 野 ‘반기문 경계’ 분위기 확산
 
이처럼 차기 대권을 놓고 민심의 향방이 반 총장에게로 쏠리는 기류가 흐르는 가운데 갑자기 대선가도에 비상이 걸린 야권은 애써 이 같은 결과를 외면하며 ‘반기문 대망론’을 누그러뜨리는 데 부심했다.
 
우원식 더민주 의원은 30일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반 총장의 이번 방한 중 보여준 대권 암시 행보에 대해 “(유엔 사무총장) 임기 7개월이 남은 상태에서 박 대통령과 친박의 조급증이 너무 빨리 불러내는 건 아닌가 이렇게 보인다”며 “이렇게 지금 하는 건 전혀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고 혹평했다.
 
우 의원은 이어 “유엔헌장 100조에 국제공무원으로서 행실이 규정돼 있는데 그렇게 규정돼 있는 반 총장에게도 (최근 보여준 행태는) 부담이 될 것”이라며 “각국의 내밀한 정보까지 알게 되는 유엔 사무총장이 다른 나라의 이익을 지켜야 하는 대통령 후보가 된다고 하면 어느 나라가 협조하겠느냐”고 꼬집었다.
 
6선의 범친노 중진인 정세균 더민주 의원 역시 같은 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반기문 대망론’과 관련, “이 분이 대한민국을 책임질 분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며 “대통령이 되기 위해선 국가를 위해 자신의 목숨도 바칠 자세가 돼 있어야 된다고 보는데 그런 건 느끼지 못했다”고 깎아내렸다.
 
그러면서 정 의원은 “반 총장은 대한민국의 정치인도 아니고 UN의 수장이자 UN을 책임지고 있는 분”이라며 “대권행보를 하는 건 적절치 않다. (유엔사무)총장으로 남는 것이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이고 국가에 기여하는 길”이라고 쓴 소리를 던졌다.
 
한 발 더 나아가 이종걸 더민주 의원은 지난 29일 원내대표 퇴임 기자회견에서 반 총장을 향해 “(대선 출마 시)국민들이 시궁창에 버리는 이름이 될지 모른다”고 극언을 퍼부으며 반기문 대망론을 ‘재앙’이라고까지 표현해 빈축을 샀다.
 
▲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는 반 총장을 경계하는 속내를 은연중에 내비쳤는데, 30일 낮 오찬 뒤 기자들과 만나 “반 총장이 실제로 본격적으로 나오면 그 피해를 안철수 대표가 제일 크게 볼 수 밖에 없다”며 국민의당에 반 총장 견제를 위해 공조하자는 뜻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시사포커스 / 원명국 기자

이 같은 발언에 여권이 반발한 것은 물론 여론까지 악화될 조짐을 보이자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까지 30일 KBS라디오에 출연해 이종걸 의원을 겨냥 “(반 총장에 대해)너무 심하게 얘기할 문제는 아니었다”며 “(이 의원이) 실수한 것 같다”고 에둘러 비판했다.
 
하지만 우 원내대표 역시 반 총장을 경계하는 속내를 은연중에 내비쳤는데, 이날 낮 오찬 뒤 기자들과 만나 “반 총장이 실제로 본격적으로 나오면 그 피해를 안철수 대표가 제일 크게 볼 수 밖에 없다”며 국민의당에 반 총장 견제를 위해 공조하자는 뜻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이런 더민주의 충고에도 불구하고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에게 “새로운 후보가 나오면 (지지율이) 잠식당할 수도 있고 또 반대로 올라갈 수도 있다”며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내놔 적어도 외형상 ‘반기문 대망론’에 개의치 않겠다는 듯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초조한 속내를 완전히 감출 수는 없었는지 국민의당은 이날 김성식 정책위의장이 KBS라디오와 가진 인터뷰를 통해 “(반 총장을 대권 후보로 내세워) 나라를 실험장으로 만들기에는 지금 대한민국이 너무 절박하고 향후 5년이 너무 소중하지 않느냐”며 “우리 국민들은 더 이상 신기루를 좇지 않을 것”이라고 경계심을 드러냈다.
 
우선 반 총장은 이날을 끝으로 방한일정을 마치고 다시 유엔본부가 있는 미국 뉴욕으로 돌아갔지만 그가 이번 6일 간 보여준 행보는 본인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차기 대권 구도에 상당한 파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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