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말을 기점으로 대출 태도를 점차 보수화

외형 확대를 위해 출혈경쟁도 불사할 만큼 적극성을 보였던 시중은행들이 상반기 말을 기점으로 대출 태도를 점차 보수화하고 있다. 은행 대출은 통상적으로 경기에 후행하는 지표라는 점에서 경기가 이미 정점을 지나 하강곡선으로 접어든 것 아니냐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2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7월 중 예금은행의 원화대출금은 642조3천억원으로 전월대비 4조3천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예금은행의 월별 원화대출금 증가액은 1월 3조9천억원을 시작으로 상승곡선을 그리기 시작해 4월 9조3천억원으로 피크를 만든 이후 5월 7조5천억원, 6월 7조6천억원, 7월 4조3천억원으로 감소세를 이어갔다. 은행권 대출의 양대축인 기업대출과 가계대출 모두 4월과 5월을 정점으로 증가세가 꺾이는 분위기다. 기업대출은 4월에 4조8천억원 증가한 이후 5월 3조5천억원, 6월 3조원, 7월에는 2조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금융감독당국의 규제가 강하게 부과된 데다 부동산 시장도 냉각되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해석된다. 가계대출도 5월에 4조6천억원으로 정점을 기록한 이후 6월 4조3천억원, 7월 2조5천억원으로 둔화세가 점차 두드러지고 있다. 이 같은 수치는 경기가 이미 정점을 통과해 하강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는 시점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의 '최근 우리나라 경기변동의 특징에 대한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의 성장률 순환 분석을 통해 볼 때 가장 최근의 잠정 정점은 지난해 4.4분기로 나타났다. 삼성경제연구소 박현수 수석연구원은 "기업은 상품이 잘 팔리면 투자에 나서기 때문에 은행 대출은 경기에 다소 후행하는 것이 보통"이라며 "최근 대출 둔화세는 은행들의 대출 태도 보수화와 기업들의 자금 수요 감소가 동시에 맞물리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말했다. 한은 관계자는 "최근 경기 리스크가 커지면서 은행들이 기업대출에 대해 좀 더 보수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며 "그러나 현재 상황에서 은행들의 대출 태도가 꺾였는지 여부를 판단하기에는 다소 이르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은행 주최로 열린 금융협의회에 참석한 시중은행장들은 은행의 대출태도가 다소 신중해지고는 있지만 기업의 자금사정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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