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합·협치’ 강조 속 계파 갈등·당청관계 재설정 등 현안 산적

▲ 3일 치러진 새누리당 원내지도부 경선에서 새 원내대표에 정진석 당선인이, 정책위의장엔 김광림 의원이 당선됐다. 시사포커스 / 원명국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3일 치러진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정진석 당선인이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이번 선거에는 정진석(충남 공주·부여·청양)·김광림 의원(경북 안동), 나경원(서울 동작을)·김재경 의원(경남 진주을), 유기준(부산 서구·동구)·이명수 의원(충남 아산) 등 각각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으로 구성된 3개 후보조가 출마한 가운데 전체 119표 중 정 당선인 69표, 나 의원 43표, 유 의원 7표를 얻어 정 당선인이 과반 득표로 결선 없이 당선 확정됐다.
 
또 정 당선인과 러닝메이트를 이룬 ‘경제통’ 김광림 의원도 차기 정책위의장에 올라 정 당선인과 함께 원내 지도부를 이끌게 됐다.
 
여당 사상 최초로 원외 정치인이 원내대표가 되는 진기록이 나온 가운데 이번 ‘충청권’ 출신의 새 원내사령탑 선출로 새누리당 내 권력구도에 어떤 변화가 있을 것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또 당장 국회 원 구성부터 주요 쟁점법안 처리 등 여야 간 협상과제가 산적해 있는데다 총선 패배의 원인으로 꼽히며 최우선 해결과제인 계파 갈등 문제에 대해서도 정 당선인이 잘 극복해 낼 수 있을 것인지 벌써부터 적지 않은 이목이 쏠리고 있다.
 
◆ 친박·충청 몰표 속 정진석 압승…나경원, 비박 지지 그쳐
 
이번 경선은 표면상 탈계파를 표방하더라도 사실상 친박계인 유 의원과 비박계인 나 의원, 그리고 범친박이지만 충남 공주 출신에 본래 자민련을 통해 정계에 입문했을 만큼 충청권이라는 지역색이 더 강한 정 당선인이란 3파전으로 치러졌는데, 참패했던 20대 총선 이후 새로이 구성되는 원내 지도부이기에 이번 경선에서의 화두는 무엇보다도 계파 갈등 해소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박 후보 측은 총선 패배에 대한 책임론을 언급하며 친박 압박에 나섰고, 친박 후보 측에선 더는 계파 갈등을 일으켜선 안 된다며 논란이 되는 ‘총선 패배 책임론’조차 덮고 가려는 경향을 보이면서 또 다른 신경전을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중립적 입장을 내세웠던 정 당선인의 경우 범친박이면서도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변화를 촉구하는 한편 계파를 청산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쳐 적잖은 지지를 얻었다.
 
이날 경선 투표에 앞서 가진 정견 발표에서도 정 당선인은 이 같은 입장을 재확인했는데 “우리 당은 더 이상 친박, 비박으로 나눠 싸우면 안 된다. 계파 타령하는 건 절반에 못 미치는 정당을 반토막 내자는 것”이라며 “전면 소통하고 단결하는 데 앞장서겠다. 유일한 탈출구는 협치와 혁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모두가 청와대 간섭을 배제하겠다, 쌍방향 소통을 하겠다며 혁신과 쇄신을 얘기하지만 이게 말로만 되느냐”며 “여권의 한 축인 대통령과 청와대의 변화가 필요하다. 정진석의 용기와 배짱, 뚝심만이 감당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정 당선인의 호소는 물론 범친박계 4선 중진이면서도 계파색이 옅다는 점은 향후 계파 갈등으로 분열된 당을 봉합해 이끄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라 판단한 의원들이 정 당선인에 대거 몰표를 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표결에 참석한 20대 당선인들 중 대다수가 친박계로 구성되어 있는 만큼 친박계의 표를 얼마나 얻느냐 역시 이번 경선 승리의 관건으로 꼽혔는데, 친박계에선 총선 패배 책임론을 의식해 친박계 후보를 지원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지만 그렇다고 여소야대 구도로 그 역할과 중요성이 더 증대될 차기 원내대표직을 그저 비박계에 넘기기도 마뜩잖은 상황이었다.
 
이 때문에 차기 당권을 노린 최경환, 서청원 등 친박계 좌장들은 원내대표에 이어 당 대표까지 친박이 독식할 경우 당내 반발이 심화될 것을 우려해 일찌감치 원내대표직에 친박 후보의 불출마를 촉구한 바 있다.
 
하지만 친박계 유기준 의원이 이를 무시하고 원내대표 경선 출마를 강행함에 따라 친박 내에서도 분열 조짐이 일어나 이날 경선에서 유 의원은 결국 친박 주류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고배를 마시게 됐다.
 
대신 비박계는 아니면서도 ‘충청권’ 의원으로 차기 대선에서 새누리당 대선 후보에 충청 표심을 유도하는 데에도 적합한 정 당선인에게 친박 주류 진영의 표가 쏠리게 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충청권 출신의 친박계 맏형 서청원 전 최고위원이 정 당선인을 적극 지지하면서 친박계와 충청권 의원들의 표심이 모두 그에게로 기울어졌으며 러닝메이트인 김광림 의원도 경북 안동이 지역구라는 점에서 대구·경북 출신 의원들까지 이런 분위기에 가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정 당선인은 범친박이지만 지난 2010년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내는 등 비박 측과도 관계를 갖고 있고, 그 해 세종시 문제로 한나라당이 내분을 겪었을 땐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당시 전 한나라당 대표 간 회동을 주선하는 등 중재에 능하고 ‘관리형 인재’에 걸맞다는 평가를 받아온 점도 이번 당선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한 나경원 의원(좌)과 러닝메이트로 나선 김재경 의원(우) 조는 43표를 얻는 데 그치며 당내 소수로 전락한 비박계의 한계를 절감했다. 시사포커스 / 원명국 기자

반면 정 당선인과 26표나 격차가 벌어지며 완패한 나 의원은 43표를 얻는 데 그쳐 당내 비박계 의원들의 지지만 얻은 것으로 관측된다.
 
이런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일찍이 나 의원도 러닝메이트로 경북 출신인 김광림 의원을 끌어들이고자 노력했으나 결국 실패했다는 점도 이번 패배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 ‘수평적 당청관계’ 내세운 정진석, 與 위기 돌파할까
 
한편 정 당선인은 이날 당선 소감에서 “협치와 혁신을 통해 우리의 새로운 활로를 열겠다”며 “그러기 위해선 뭉쳐야 한다. 대동단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계파 갈등으로 얼룩진 당 상황을 꿰뚫어 본 그가 가장 먼저 주문한 것은 ‘화합’이었는데 “한분 한분이 한 배를 탔다는 공동운명체라는 공적사명감으로 뭉쳐 달라”며 “저 혼자는 어렵다. 우리가 다 함께 고단한 여정을 함께 해야 한다”고 거듭 호소했다.
 
그러면서 그는 차기 대권을 야당에 넘겨주지 않겠다는 듯 “우리에겐 18개월이라는 시간이 남아있다”며 “새누리당의 마무리 투수 겸 선발 투수를 해 박근혜 정부를 잘 마무리하고 새 정권의 선발 투수가 되겠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앞서 그가 이날 당선 전 정견 발표에서 박 대통령의 변화도 촉구했다는 점에서 향후 당청 관계 역시 과거처럼 일방통행식으로만 이뤄지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 이런 차원에서 당정청 고위회동의 정례화, 여야정 정책협의체 상시 가동 등을 내세웠던 만큼 청와대의 뜻을 그대로 수명하는 것을 우선으로 뒀던 이전 원내지도부의 모습과는 달라질 가능성이 엿보인다.
 
문제는 정 당선인의 의지와 달리 움직일 수 있는 청와대와 야당의 태도인데, 과거 김무성 전 대표와 유승민 전 원내대표도 정 당선인처럼 수평적 당청관계를 내세웠다가 박 대통령과의 마찰 끝에 ‘배신의 정치’로 낙인찍힌 만큼 총선 패배란 충격이 있었더라도 과거와 다른 당청관계를 설정하기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고 야권 역시 노동법, 서비스법 등 주요 쟁점법안에 대해 더민주와 국민의당이 새누리당에 맞서 공조할 뜻을 보이면서 순조롭게 풀리기는 벌써부터 난망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아울러 중립적 성향인 정 당선인이 원내대표직에 올라 당장 당내 계파 갈등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더라도 무소속 의원 복당 문제, 비대위원장 선임 등 여러 쟁점 현안이 산적해 있어 이를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계파 갈등이 재발할지 어떨지는 정 당선인의 협상·설득력에 달렸다고도 할 수 있다.
 
이와 관련, 정 당선인은 이날 오후 당선 뒤 기자들의 질의가 이어지자 “당선인들의 중지를 모아 결정하겠다”며 이달 안으로 당선인 연찬회를 개최해 비대위, 무소속 당선인 복당 등에 대한 문제를 논의할 뜻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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