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한국판 양적완화' 추진

▲ 청와대가 한국은행에 ‘한국판 양적완화’ 적극주문, 마음고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사진/ 시사포커스 DB
[시사포커스 / 강민욱 기자]최근 청와대가 한국은행에 ‘한국판 양적완화’ 조치를 적극 주문하면서 한국은행이 마음고생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28일 청와대에서 열린 영상국무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미국 · 유럽 · 일본식의 양적완화정책이 아닌 ‘선별적 양적완화’ 방식으로 검토될 필요가 있음을 언급하고 정부 및 관계 기관들이 긴밀히 협의해줄 것을 주문한 바 있다.
 
양적완화(Quantitative Easing)란 무엇인가. 쉽게 말하자면 중앙은행(=한국은행)이 시중에 돈을 ‘푼다(공급을 늘린다)’라고 보면 될 것이다. 그럼 돈을 어떻게 푸는가? 물론 그냥 주는 것이 아니라 적법한 방법으로 풀게 된다. 중앙은행은 돈을 찍어낼 수 있으며 이러한 발권력(돈)으로 시중의 각종 채권, 증권(혹은 주식) 등을 사들일 수 있다. 이러한 방식으로 시중에 돈을 ‘풀게’ 된다. 이렇게 시중에 돈의 공급을 늘리는 것을 양적완화라고 부른다. 즉 한국은행은 이렇게 시중에 유통되는 화폐량을 조절하는 ‘통화정책’으로 경제를 조절할 수 있다.
 
다만 본 글에서는 청와대와 한국은행 서로간의 입장 및 역학관계 등의 이야기보다 해외에서 추진된 정책 및 이론들을 분석해 교훈을 얻고자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미국과 일본의 ‘양적완화’ 역사
미국은 98년 금융위기 뒤 연0~0.25%로 낮아진 금리(이자율) 때문에 더 이상 추가적으로 금리 조절을 통해서 경제를 컨트롤 할 수 없게 된다. 더구나 2008년 금융위기(리먼브라더스 사태)가 미국 경제를 강타하자 미 중앙은행은 더 이상 금리로 경기를 부양할 수 없게 된 상황에서 시중에 있는 증권(주로채권상품)을 매입하는 식으로 소위 ‘양적완화’를 개시하게 된 것이다.
 
양적완화는 1, 2, 3차로 6년간 진행되었으며 이 기간 동안 풀린 돈은 총 4조달러에 이른다고 알려진다. 주목할 만한 조치는 3차 양적완화로서 미국 중앙은행이 발표한 2012년 9월 13일자 양적완화조치다. 구체적 방식은 모기지담보증권(MBS)을 시장에서 사들이는 것이었다.
 
일본의 사례도 보자. 1990년대 일본경제는 물가가 하락하고 경제 활동이 침체되는 디플레이션 현상이 극심해 일본중앙은행은 1999년까지 금리를 0%로 맞추는 ‘제로금리’ 정책을 실시했으나 해당 현상을 해결하지 못했다.
 
때문에 2000년대 들어서서는 더욱 강력한 유동성완화를 위해 중앙은행이 각종 자산(채권)매입을 통해 유동성을 공급하는 통화정책이 대두됐다. 일본중앙은행의 양적금융완화는 2001년 3월 시작돼 5년간 실시됐지만 경기부양의 효과가 낮았다는 평가를 일본 내에서 다수 받았다.  
 
▲ 최근 정부의 양적완화 조치 요청에 한국은행이 속앓이가 심하다고 알려진다. 시사포커스 / 강민욱 기자

양적완화의 빛과 '그림자'는? '계획대로 잘 안돼'
양적완화(돈을 푸는 것)는 금리 및 이자율이 0에 가까운 국가에게 있어서는 경기부양 및 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거의 유일한 수단이라는 점에서 장점 혹은 좋은 카드라고 부를 수 있다. 다시 말해 장점의 성격도 있지만 궁지(경제위기)에 몰렸을 때의 처방, 최후의 수단적 성격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양적완화 정책의 옹호론자를 소개한다. 대표적인 인사가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다. 지난해 초 그는 ECB와 유럽 각국 중앙은행이 올해 9월까지 매달 600억 유로 규모의 채권을 매입하는 미국식 양적완화를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밖에 드라기 총재는 양적완화 정책을 통해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 유럽 경제를 부양시키겠다는 의지를 재천명했다.
 
한편 올해 1월 25일, 드라기 총재는 양적완화를 통해 제로금리 상황에서도 이자율을 조절하는 수단 외에도 금리인하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 입증됐다고 분석하며 자산(채권 등)매입조치가 유로존 경제 및 소비자들의 ‘자신감 회복’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스스로 평가도 했다.
 
또 다른 장점으로는 무엇보다 양적완화는 중앙은행, 소위 돈을 찍어내서 투입하기 때문에 정부당국의 예산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매력’이 있다. 또한 경제학 ‘이론’상으로는 양적완화를 시행하면 시중에 화폐가 증가하며 그러면 돈의 가치가 하락하기 때문에 금리(이자율)이 하락하고, 금리가 하락하면 기업 및 국민들이 돈을 ‘대출 받았을 때 부담하는 이자’도 하락한다.
이러한 이론적 효과를 앞세워 가계는 소비를 늘리고 이자(대출 등)가 하락했으니 기업은 투자를 한다는 것이다.
 
추가적으로 양적완화, 이른바 화폐공급이 늘어나면 그와 함께 자국의 돈의 가치가 절하(=타국 돈 가치 상승)되는 것은 당연하다. 이는 외국 소비자가 싸게 우리나라 상품을 살수 있다는 얘기로 수출상품 가격경쟁력이 높아지고, 수출에 좋은 영향도 준다.
 
그러나 이러한 양적완화의 가장 큰 문제는 실제로 이러한 이론의 '흐름'처럼 실물 경제주체 및 경제상황이 흘러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물론 낮은 이자율로 대출이자가 적게 들 수 있다. 그러나 케인즈 경제학이 언급하다시피 투자라는 것은 ‘동물적 감각 혹은 야성적 충동(Animal sprit)’에 의해 이뤄진다는 것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쉽게 말해 기업투자 및 소비는 대출금리가 낮다고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게다가 양적완화로 인한 환율 상승(자국 화폐가치 하락)은 ‘수입하는 물건의 가격 상승’을 의미한다. 현 시대에 외국산 부품 및 각종 식품·재화를 사용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이 때문에 오히려 가계 실질소득은 감소하고 이는 명백히 ‘소비 위축’ 요인에 해당한다.
 
결국 논란이 되고 있는 법률에 규정된 한국은행의 ‘독립적’ 지위문제도 문제겠지만, 각계의 경제 전문가 및 산업 종사자들에 대한 심도 있는 견해청취와 대국민적 공감대 형성 · 설득작업이 필요하다는 견해가 나오고 있는 것도 무리는 아닌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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