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출산률도 낮은 우리나라에 지난 한 해 사상 최악의 전세난이 벌어지면서 급기야 서울의 인구가 천 만 아래로 내려갔다는 소식이 들린다. 지난 1987년 이후 28년여 만이라고 하니 격세지감을 느낀다. ‘천만 서울’은 어찌 보면 세계적인 대도시들과의 비교를 가능케 했던 국민적 자존심이기도 했지만 과도한 인구와 기능들이 집중되면서 파생되는 부작용이 훨씬 더 컸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는 서울의 ‘脫천만’을 반기는 바이다.
 
전국민의 5분의 1이 한 도시에 살게 되면서 파생되는 부작용은 어마어마하다. 모든 국가적 기능과 경제적 기반이 서울에 집중되면서 지방이 황폐화되기에 이르렀다. 주변 도시들 대부분은 서울의 베드타운이 돼 ‘경제 활동은 서울에서, 거주는 지방에서’라는 이상한 구조가 정착됐다. 서울을 둘러싼 경기도 인구마저 천만을 넘으니 급기야는 국가 불균형이 심해져 왔다.
 
한 연구에 따르면 수도권에는 국가 경제력의 3분의 2가, 국세 수입의 4분의 3이 집중된다고 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집적도다. 서울 토박이들이 “서울 아니면 다 시골이지 뭐”라고 하는 것도 어찌 보면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서울이 그만큼 거대하기 때문이다. 이는 지방의 황폐화를 가속화시키는 악순환을 불러온다.
 
그런데 정작 서울의 인구가 줄어드는 이유를 살펴보면 그리 반길 만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서울 인구가 천만을 밑돌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지난 한 해 펼쳐진 사상 최악의 전세난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전세가격이 집값하고 별 차이게 없게 되고 물량 자체도 동이 나다보니 차라리 그 돈이면 주변 지역의 저렴한 주택을 구매하자는 쪽으로 돌아서는 일이 잦았다는 것이다.
 
물론 서울 인구는 원래부터 줄어오던 것이 맞다. 낮은 출산률이나 정부의 공공기관 이전 정책, 교통수단의 발달 등 다양한 원인들이 어느 정도 ‘脫천만’에 일조한 것도 사실이다. 1990년 1047만명으로 정점을 찍었던 서울 인구는 2010년을 기점으로 완만하게 인구가 줄어들었다. 2009년 이후 서울 인구는 계속 유출돼 왔고 지난해 서울 인구는 1002만명으로 천만에 턱걸이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유출세가 심화된 것은 분명 전세난과 관계가 있어서다. 통계청 자료로 볼 때 지난해 인구 순유출율이 가장 높았던 곳이 서울시였다고 한다. 반면 인구 순유입률이 가장 높았던 곳은 경기도였다. 30대 이상의 인구가 전세난에 지쳐 경기도로 옮겨갔다고밖에 해석이 안 되는 부분이다. 실제 순유출 인구 60% 가량이 주택 문제로 서울을 떠났다고 답한 조사 결과도 있다.
 
결국 서민들이 살기 힘들어 서울을 떠났다는 것은 서민 가계의 어려움이 가중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세 난민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이는 경제 활성화를 부르짖는 현 정부가 부동산 경기 부양을 시도했던 일련의 정책들이 맥을 잘못 짚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가 규제를 완화하고 빚 내서 집 사기를 부추기다보니 가계 부채는 사상 최대 수준이 됐다.
 
이런데도 정부는 LTV·DTI 규제 완화를 1년 더 연장한다고 하니 답답할 노릇이다. 주택 구매를 권장할 것이 아니라 전세난에 대한 중장기적인 대책을 세워야 하는 시점이 아닌가. 서울은 한 도시지만 우리나라의 수도이자 국가 정책의 표준이다. 서울 인구가 천만 아래로 내려갔다는 사실을 가볍게 여기지 말고 단기적인 전세대출 같은 정책 이전에 중장기적인 주택 마련 대책을 고심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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