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최초 사건, 당혹감 감추지 못해

▲ LG화학이 거래대금 송금 사기를 당해 240억원을 날린 것으로 확인됐다. LG화학은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국영회사인 아람코의 자회사 아람코프로덕트트레이딩을 사칭한 해커의 계좌로 240억원을 송금했다. 사진/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김용철 기자] LG화학이 거래대금 송금 사기를 당해 240억원을 날린 것으로 확인됐다.

LG화학은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국영회사인 아람코의 자회사 아람코프로덕트트레이딩을 사칭한 해커의 계좌로 240억원을 송금했다고 28일 밝혔다. 아람코는 세계 석유생산 1위 업체로 시가총액만 애플의 4배가 넘는 기업이다.

LG화학은 사기사건이 드러나면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대금결제 사기사건은 LG화학이 대기업으로선 처음있는 일이기에 내색은 안하지만 관계자들의 표정에선 어처구니없는 실수에 창피스럽다는 반응이다.

사건이 발단은 지난달 말에 납품거래 계좌가 변경됐다는 한통의 이메일을 해당 담당부서가 받은 뒤 아무 의심 없이 거래대금 240억 원을 아람코프로덕트트레이딩에 송금했다.

그러나 아람코측은 받은 사실이 없다고 밝혀지면서 전형적인 이메일 해킹을 통한 사기사건으로 드러났다. LG화학이 송금한 계좌가 제 3자의 계좌로 밝혀지면서 LG화학이 피해를 입은 것이다.

관계자에 따르면 해커가 아람코 이메일을 해킹해 LG화학과의 거래내용을 확인하고 회사 명의를 도용 거래대금 관련 이메일을 보낸 것으로 보고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LG화학은 서울중앙지검에 수사를 의뢰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수사 의뢰건을 외사부에 배당했다. LG화학은 “거래선들에 대한 조직적인 이메일 해킹사건으로 검찰수사가 진행중인 만큼 자세한 내용을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재계 일각에선 이번 사건을 두고 의심 없이 240억원을 송금할 수 있는지 의혹을 거두지 않고 있다. 내부 보안 시스템의 허술하지 않다면 이런 사건이 발생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다시 말해 LG화학 내부 보안 시스템이 그만큼 허술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검찰 수사 과정에 따라 거래은행 및 아람코로 수사가 확대될 수도 있다. 수사과정에서 거래은행 및 아람코에 과실이 드러날 경우 LG가 소송을 제기할 수 있고 법적다툼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수사가 확대될 경우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의 협조가 필요한 상황에서 얼마나 협조할지도 미지수다. 통상 이메일 해킹 사건은 수사가 어렵고 수사과정이 오래 걸린다. LG화학은 피해를 최소화 하는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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