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사관측이 덕수궁 터에 미대사관·아파트 신축을 위해 주촉법 개정을 요구했으나 건교부가 개정방침을 철회함으로써 신축계획이 무산됐다. 그러나 토마스 허바드 주한미대사는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지난 8일 경인방송에 나와 덕수궁 터에 미대사관과 직원용아파트를 신축하겠다며 강행의지를 보임에 따라 이문제가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이와관련 한국청년연합회, 문화개혁을위한시민연대, 겨레문화답사연합 등 30여개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덕수궁 터 미대사관·아파트 신축반대 시민모임’(이하 덕수궁시민모임)은 지난 11일 오전 11시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신축철회 촉구 시민결의대회를 갖고 항의서한을 미대사관 측에 전달했다. 덕수궁시민모임은 이날 미대사관측에 ‘아파트 신축·이전계획과 관련법 개정 철회’, ‘옛 경기여고 등 덕수궁 터 반환’등을 주장했다. 또한 정부와 서울시에 대해 ‘덕수궁 터 재매입’, ‘대사관 신축 대체부지 마련’, ‘정동일대 문화지구 지정’등을 요구했다. 윤경로(한성대 역사문화학부) 교수는 “이곳 정동지역 일대는 역사적으로 애국지사들의 운명장소였으며 국권수호시민운동의 자리였다”면서 “미국이 우리나라를 주권국가라 생각한다면 이같은 반인륜적.반문화적인 일은 있어서는 안된다”고 역설했다. 김정동(목원대 건축학과) 교수는 “미대사관과 영국대사관 사이의 거대한 능지역이 역사의 흐름속에서 훼손되고 있다”며 “녹지대도 없는 서울에 그나마 남아 있는 이곳을 복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미대사관측은 이런 역사와 지역을 모르고 대사관을 짓겠다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해야 한다”며 “우리도 이런 역사를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덕수궁시민모임은 향후 주한미대사와의 면담을 통해 반대의사를 강력하게 표방하고 시민공개토론회 개최, 국민서명운동, 1인 시위 등을 벌일 예정이다. 미대사관측은 지난 2001년 12월 옛 경기여고 부지에 15층 규모의 대사관 신축을 위해 교통영향평가를 제출했으나 주차장 등의 부대시설 미비로 반려됐다. 지난 5월에는 한술 더 떠 옛 덕수궁 터에 8층 규모의 미대사관을 짓겠다며 주촉법 개정을 요구했었다. 이에 건교부가 최초 주촉법을 개정할 의사를 보였으나 시민과 여론의 반발에 못이겨 얼마전 주촉법을 철회함으로써 미대사관저 신축계획이 무산됐다. 또한 이명박 서울시장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러나 건교부가 향후 개정여부를 검토하겠다며 묘한 여운을 남겨 건교부가 미대사관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옛 덕수궁 터인 지금의 정동일대는 1397년 조선 태조의 계비 신덕왕후의 무덤인 정릉이 있던 곳으로 사찰, 경운궁 등 와실의 거점 중 하나였다. 미대사관측이 신축건물을 짓겠다고 요구하는 옛 덕수궁 터는 90년 전만 하더라도 역대 선왕들의 영정을 모셨던 선원전 등 각종 전각들이 즐비한 곳이다. 한편, 미대사관측은 문화재지표조사를 위해 국내 130여 개 업체중 여러곳에 요청했으나 업체들이 조사 자체를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재지표조사결과 옛 덕수궁터가 주요 문화재가 묻혀 있다고 판단되면 주촉법과 상관없이 건축물을 세울 수가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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