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리스크에 발목 이미지 실추 우려 커져

▲ 네이처리퍼블릭은 지난 2013년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중국에 첫발을 내딘 이후 상하이 베이징 등에 10여개 단독매장과 지난해 10월 중국 헬스&뷰티 전문스토어인 왓슨스의 2200개 매장에 입점해 유통 채널을 다각화 하고 있다. 사진/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김용철 기자] 전국 표준지 50만 필지에 대한 공시지가 중 가장 비싼 땅은 어디일까. 제곱미터(㎡)당 공시지가가 8310만원으로 서울시 중구 명동에 위치한 네이처리퍼블릭 매장이다.

네이처리퍼블릭은 가장 비싼 임대료를 내고 중저가 화장품 시장에서 에이블씨엔씨와 앞서거니 뒷서거니를 반복하며 중저가 시장을 이끌고 있다. 그 중심에는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가 자리 잡고 있다. 정 대표는 화장품 업계에서 ‘미다스의 손’이라는 별명을 얻고 있다.

남대문에서 의류 소매업을 하다가 스물여덟에 화장품 업계에 진출해 더페이스샵과 지금의 네이처리퍼블릭을 연달아 성공시켰다.

항간에는 서영필 에이블씨엔씨 대표와의 사석자리에서 서 대표의 경영노하우를 정 대표가 더 페이스샵 마케팅에 적용해 성공신화를 썼다는 말도 있지만 더 페이스샵은 LG생활건강 자회사로 매각됐다. 지금의 네이처리퍼블릭은 순순히 정 대표의 손으로 일궜다는 평가다. 특히 지하철 역내 매장 계약으로 성장의 모맨텀을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성장 발목 오너리스크 악재 터져
▲ 네이처리퍼블릭 정운호 대표가 100억원대에 달하는 ‘해외 원정도박’ 혐의로 구속 수감되면서 오너리스크 악재가 터졌다. ⓒ뉴시스

그러나 좋은 시절도 잠시 네이처리퍼블릭 정운호 대표가 100억원대에 달하는 ‘해외 원정도박’ 혐의로 구속 수감되면서 오너리스크 악재가 터졌다. 이후 수감 중에 부장판사 출신 여성 변호사를 구치소 접견 중 폭행한 혐의로 고소당한 것이 밝혀지면서 네이처리퍼블릭의 성장에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게다가 법조계에 따르면 항소심에서 실형을 면하기 위해 재판부에 구명로비를 시도했던 것도 알려지면서 네이처리퍼블릭이 오너리스크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정 대표는 2심에서 감형을 받으면서 항소하지 않으면 6월이면 경영 복귀도 가능했다.

네이처리퍼블릭은 국내 7대 화장품 기업 중 유일한 비상장사로 올해 상장을 앞두고 비상이 걸린 셈이다. 증권업계 따르면 연내 기업공개(IPO)는 쉽지 않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오너리스크는 폭행, 탈세, 배임 등 기업의 일반적 활동과는 무관한 개인적인 문제로 기업경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또한 SNS에 악성댓글이 달리면서 기업 이미지 하락과 더불어 소비자단체를 중심으로 불매운동까지 번지면 기업의 매출과 이익에 지대한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특히 상장을 앞둔 기업은 오너리스크에 발목을 잡히는 경우가 많아 특별히 주의해야 한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한국거래소가 IPO 심사에서 중요하게 보는 사항이 오너의 도덕성이다. 따라서 정운호 대표의 오너리스크는 네이처리퍼블릭의 연내 상장에 크나큰 걸림돌이라는 지적이다. 회사측에 따르면 상장을 추진하기 위해 2014년 11월 대신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했지만 현재 답보상태인 것으로 보인다.

◆경영공백 중국시장 확대 ‘빨간불
▲ 네이처리퍼블릭은 가장 비싼 임대료를 내고 중저가 화장품 시장에서 에이블씨엔씨와 앞서거니 뒷서거니를 반복하며 중저가 시장을 이끌고 있다. ⓒ네이처리퍼블릭
더군다나 경쟁사들이 정 대표 부재를 틈타 상장에 성공하면서 중국 시장 진출 등 해외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네이처리퍼블릭 입장에선 오너의 부재가 뼈아플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네이처리퍼블릭이 정 대표의 경영공백으로 주춤하는 사이 잇츠스킨 등 경쟁업체들이 해외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정 대표가 복귀해야 네이처리퍼블릭이 상장 등을 통해 중국 등 해외사업 확대에 드라이브를 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로드숍 화장품 시장은 포화상태로 접어들면서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지 않으면 경쟁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는 구조로 변했다.

네이처리퍼블릭은 지난 2013년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중국에 첫발을 내딘 이후 상하이 베이징 등에 10여개 단독매장 운영 중에 있으며, 지난해 10월 중국 헬스&뷰티 전문스토어인 왓슨스의 2200개 매장에 입점해 유통 채널을 다각화 하고 있다.

그래서 네이처리퍼블릭은 연내 상장을 통해 조달된 자금으로 중국시장 확대를 모색했다. 그러나 오너리스크로 인해 일단 상장이 지연되면서 국내뿐만 아니라 중국시장에서 경쟁업체들과의 힘든 싸움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네이처리퍼블릭은 지난해 국내 로드숍 화장품 업계 순위에서 1단계 내려앉은 5위를 기록했다. 그 자리를 잇츠스킨이 차지했다. 그 여파는 당연히 영업이익 하락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16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47% 급감했다. 매출은 오히려 11.57%늘어난 2848억원을 기록했다.   

경쟁업체인 잇츠스킨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12.9%증가한 111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3096억원을 기록했다. 네이처리퍼블릭과 잇츠스킨의 매출은 큰 차이가 없는 반면 영업이익에서 큰 차이를 보여 올해 네이처리퍼블릭이 오너리스크를 털고 연내 상장이 되지 않는 한 4위 탈환은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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