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6 판매 호조에도 자체 개발 신차 부재 등 정체성 논란 재점화

▲ 지난달 르노삼성의 SM6 판매량은 총 6751대로 6442대를 판매한 현대차의 LF소나타를 제치고 국산 중형차 중 모델별 판매 1위를 기록했다. ⓒ르노삼성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르노삼성이 야심차게 내놓은 SM6가 판매 호조를 보이면서 실적 개선을 견인하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OEM 수입차에 대한 비판 여론이 환기되면서 국내 완성차 업체로서의 정체성 논란이 재점화될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르노삼성의 SM6 판매량은 총 6751대로 6442대를 판매한 현대차의 LF소나타를 제치고 국산 중형차 중 모델별 판매 1위를 기록했다. 시장에 불어닥치고 있는 SM6 열풍의 저력이 확인된 셈이다.
 
르노삼성의 중형 세단 SM5와 SM6를 합친 판매량도 7618대로, 현대차의 YF쏘나타와 LF쏘나타를 합친 7053대를 넘어섰다. 르노삼성의 중형 세단 판매량이 쏘나타를 제친 것은 2006년 7월 이후 10년여 만이다.
 
SM6는 가성비와 차별성으로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SM5보다 고급 사양을 갖추고도 가격이 2016년형 쏘나타와 비슷한 2325만~3190만원(개별소비세 인하 반영)으로 책정돼 만만치 않은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지난해 한국GM의 임팔라에 이어 르노삼성의 SM6가 인기를 끌면서 실제 이들 차량의 판매 열풍이 국내 자동차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국내 완성차업체로 분류되는 르노삼성이 자체 개발한 차량이 아닌 모기업인 프랑스 르노사의 인기 차량을 자꾸 도입하면서 국내 시장을 단순 판매기지로 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무늬만 국산차’ OEM 수입차 시장 확산 일로
지난해 일명 ‘무늬만 국산차’로 불리는 OEM 수입차는 총 3만1521대가 판매됐다. OEM 수입차는 개발부터 제작까지 온전히 외국에서 수입돼 팔리는 사실상 수입차다. 2008년 330대에 불과하던 OEM 수입차 시장은 2013년 1194대에서 수 년 새 급속도로 커졌다.
 
지난해 OEM 수입차 시장을 견인한 모델은 르노삼성의 QM3와 한국GM의 임팔라가 꼽힌다. 지난해 QM3는 2만4560대 판매돼 77.9%를 차지했고, 임팔라는 6913대 판매돼 21.9%의 비중을 기록했다. 두 모델을 합치면 99.8%로 사실상 전체 OEM 수입차 대부분이다.
 
특히 사실상 르노삼성의 실적을 지탱했던 QM3은 국내 완성차 시장에 본격적으로 ‘국적 논란’을 야기했다. 개발도 생산도 모두 해외에서 이뤄지고 국내에서는 단지 판매만 될 뿐인데 수입차보다 저렴한 보험료를 책정받거나 국산차와 동일한 A/S 인프라를 갖추는 등 국산차와 비슷한 대접을 받는다는 점에서다.
 
이는 르노삼성이나 한국GM 등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가 모기업인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정체성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는 “QM3와 임팔라는 수입차 통계에 포함시켜야 맞다”면서 “일본은 자국 자동차 기업이 해외에서 생산해 들이는 모델은 일본수입차협회에 등록된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실제 OEM 수입차가 고용 창출 문제를 넘어 자동차 생산에 들어가는 연계산업의 실수요 물량의 위축과 신차 연구 감소로 인한 자체 개발 능력 약화 등의 부작용을 야기한다는 지적은 끊이지 않고 있다.  소비자 선택권이 늘 수 있다는 이면에는 국내 경제에 미치는 부작용이 자리잡고 있는 셈이다. 
 
▲ 르노삼성의 실적을 지탱했던 QM3은 국내 완성차 시장에 본격적으로 ‘국적 논란’을 야기했다. ⓒ르노삼성
르노삼성, 올해도 신차 개발 계획 없어
물론 이번 SM6의 경우는 완전한 OEM 수입차라고 보기는 힘들다. 현재 한국GM은 임팔라를, 르노삼성은 QM3를 해외에서 직접 수입해 들여와 판매하고 있어 사실상 수입차와 같다. 한국GM은 임팔라를 국내 부평 공장에서 생산하는 안을 놓고 노조 및 본사와 협의를 지속했지만 결국 채산성 등이 맞지 않아 국내 생산 카드를 접었다.
 
반면 SM6는 유럽명 ‘탈리스만’을 기반으로 국내 부산공장에서 전량 생산된다. 현재 부산공장은 밀려드는 주문량 속에 잔업과 특근이 빡빡하게 돌아가는 등 공장에 활기가 넘치고 있다. 적어도 고용 창출 효과는 임팔라나 QM3와 비할 바가 아닌 셈이다.
 
하지만 SM6가 인기를 끌면서 지난해 신차를 내놓지 않았던 르노삼성이 당분간 이 같은 전략을 고수할 것으로 전망되는 점은 비판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개발-생산-판매’ 과정에서 ‘개발’이 차지하는 비중이 거의 없어 국내 자동차 산업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 와중에 오히려 이 같은 전략을 강화하는 분위기가 강화된다는 얘기다.
 
실제 르노삼성은 현재 자사 고유의 신차 개발 계획이 없다. 지난해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신차 대전을 벌이던 와중에도 신차를 내놓지 않던 르노삼성은 SM6를 도입한 올해에도 르노의 인기 해치백 모델 클리오 수입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후속으로 에스빠스 등을 들여오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르노삼성 “SM6, 국내서 생산되는 국산차” 항변
이처럼 르노삼성은 연구·개발(R&D)에 힘쓰기보다 모기업이 해외에서 검증받은 모델들을 들여오는 전략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자동차 제조사가 자체 개발보다 생산·판매에 집중하는 것은 분명 국내 자동차 산업 입장에서 달갑지 않게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이다.

실제 지난해 르노삼성은 국내에서 총 8만여대를 판매했는데 OEM 수입차인 QM3를 제외한 판매량이 크게 줄었다. 하지만 위탁 생산 물량이 크게 늘면서 괄목할 만한 수출 실적으로 기록했다. 지난해 르노삼성은 로그를 전년 대비 344.2%나 늘어난 11만여대를 수출했다. 이 같은 흐름은 해가 바뀌어서 더욱 강화되고 있다. 일본에서 로그의 위탁 생산 시설 확충이 막바지에 접어든 만큼 로그의 물량 배정에 변화라도 생길 경우 타격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실제 한국GM은 지난 2008년 70만대 넘게 수출하다가 지난해 46만대를 수출하는 데에 그쳤다. 2014년 GM본사 방침에 따라 유럽에서 쉐보레 브랜드가 철수됐기 때문이다. 2008년 한국GM은 금융위기로 휘청거리는 GM 본사를 살려내는 데에 일조했지만 쉐보레 브랜드 철수로 밥그릇을 내준 것은 물론 군산공장의 비정규직들이 밀려나는 등 좋지 않은 선례를 남겼다.
  
연구개발비 감소도 우려사항 중 하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르노삼성의 연구개발비는 2011년 1545억원에서 2014년 1437억원까지 줄었다. 통상 완성차 업체의 연구개발비 적정선이 매출액 대비 5% 정도로 여겨지는 상황에서 르노삼성의 연구개발비 비중은 3%대에 그쳤다. 반면 같은 기간 현금성 자산은 1508억원에서 6930억원으로 4배 이상 폭등했다. 이에 수입차의 위탁 생산 및 판매 기지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힘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SM6가 비록 국내에서 생산되고 있기는 하지만 단순한 생산 기지나 다름없다는 점에서 사실상 SM6가 수입차나 다름 없다는 분위기마저 감지되고 있다. 
 
반면 르노삼성은 이 같은 지적이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르노삼성은 “SM6는 르노삼성과 르노가 공동 개발했고 부품의 70%를 국산으로 쓰고 있으며 부산공장에서 생산하는 국산차”라는 입장이다. 또한 “엔진 역시 르노삼성에서 먼저 개발해 해외에서 선보이는 등 르노삼성이 연구 개발에 기여한 점도 적지 않다”고 항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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