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반기문 대망론’, ‘충청 역할론’ 움직임…野 ‘안희정 사단’ 원내 진출

▲ 새누리당에서 충청권 출신의 차기 대선주자로 눈독 들이고 있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좌)과 차기 대권 도전을 저울질하고 있는 다선의 충청권 출신 새누리당 정우택 의원(중), 더불어민주당 내 차기 대권후보군 중 하나인 안희정 충남도지사(우)의 모습.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여야를 막론하고 20대 총선 당선자들이 지난 20일 대전을 방문한 것으로 21일 알려지면서 충청권에서 심상찮은 기운이 감지되고 있다.
 
이 지역은 이번 선거에서 외형상 여야가 거의 비슷한 형세를 보인 지역인 만큼 이 지역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여야 간 눈치 싸움이 치열한 데다 총선 참패란 결과로 유력 대권주자들이 대부분 몰락한 새누리당의 경우 차기 여권 대선주자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 기대를 걸고 있어 이 지역 당선인들을 중심으로 ‘반기문 대망론’이란 불씨를 다시금 일으킬 지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이번 총선 직전까지도 계파 갈등으로 정치권이 모두 홍역을 앓았던 점에 비쳐 계파색이 옅거나 상대적으로 균형적이고 중도적인 지역 출신이 주목되고 있는 만큼 충청권은 차기 대선후보를 배출하기에도 무리 없는 지역으로 손꼽히고 있다.
 
다만 충청권 내에 도는 ‘반 총장 대망론’에도 불구하고 이 지역 출신의 일부 여당 의원은 직접 대선에 도전할 의사를 저울질하고 있어 충청권에서 밀어줄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누구로 결정될 것인지도 좀 더 지켜봐야 될 것으로 보인다.
 
◆ 충청권 표심, ‘견제와 균형’ 속 야권 약진

 
충청권은 과거 김종필 총재의 자유민주연합이나 이회창, 심대평 대표의 자유선진당 등 이 지역 출신 정치인을 기반으로 한 지역정당이 출현했던 지역이었지만 이번 20대 총선에서는 오랜만에 충청권을 기반으로 한 지역 정당이 없이 치러진 선거라는 점에서 그 결과에 일찌감치 이목이 쏠린 바 있다.
 
지난 19대 총선에선 새누리당이 12, 민주통합당이 10, 자유선진당이 3석을 차지하며 여야 간 균형을 이뤘던 충청권은 지역정당이 없었던 20대 총선에서도 새누리 14, 더불어민주당 12, 무소속 1석으로 어느 한쪽으로 편중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이번 총선에서 야권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으로 분열된 상태에서 치러졌다는 점과 이번에 새누리당이 8석 중 5석을 얻을 만큼 여전히 보수적 성향이 강한 충북지역에서도 당초 야당이 전패할 것으로 예상됐던 바와 달리 오히려 새누리당 지지율이 19대 당시보다 하락했다는 점은 과거와 크게 달라진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친노 출신이자 야권 인사인 안희정 지사가 재임하고 있는 충남 지역 역시 새누리당이 차지한 6석보다 1석 부족한 5석을 더민주가 차지하는 등 여당의 우세 속에 야당이 크게 세를 확장한 모습을 보였고 대전에선 거꾸로 더민주가 새누리당보다 1석 많은 4석을 차지한 데 이어 세종 역시 더민주에서 탈당한 무소속 이해찬 의원이 당선돼 충청권 전체 판도로 봤을 때 이 지역 표심이 강조한 것은 ‘견제와 균형’으로 요약된다.
 
그런 가운데 이번 총선 결과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균형 속에서도 향후 야권의 우세로 기울 수 있단 점을 암시하기도 했는데,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된 곳이 대전 구도심과 농어촌 지역에 집중된 반면 더민주는 대전 서구·유성과 세종, 충남 천안·아산·당진 등 신흥 도심 지역에서 압승한데다 보수 성향이 강한 논산·계룡·금산에서도 6선의 새누리당 이인제 의원을 낙선시키고 더민주 김종민 후보가 당선되는 이례적인 결과까지 나왔다는 점에 비쳐 이런 분석이 나오고 있다.
 
또 비례대표 정당투표를 살펴봐도 19대 총선에선 여권 측인 새누리당과 자유선진당이 대전에서 52.21%, 세종에서 50.4%, 충남에서도 56.96% 등 과반을 이뤘지만 이번 20대 총선엔 야권 성향 정당(더민주, 국민의당, 정의당)들이 대전에서 62.9%, 세종에서 63.9%, 충남에서 55.16% 등 정반대로 선전해 예전과 달라진 민심을 보여줬다.
 
◆ 與 ‘충청 대망론’ 불 지피나
 
이런 가운데 지난 20일 오후 새누리당의 충청지역 당선인 14명이 계파를 초월해 대전에서 만찬 회동을 갖고 ‘충청권 역할론’에 대해 논의했는데, 이 모임은 4선의 친박계 중진인 정우택 의원과 이번에 3선에 오른 비박계 이명수 의원의 주도로 이뤄졌다.
 
이날 모임에 참석한 인사로는 대전 동구의 이장우, 중구의 이은권, 대덕구의 정용기 당선인과 충남 천안 갑의 박찬우, 서산·태안의 성일종, 보령·서천의 김태흠, 홍성·예산의 홍문표, 아산 갑의 이명수, 공주·청양·부여의 정진석 당선인이 있으며 충북에선 보은·옥천·영동·괴산의 박덕흠, 충주의 이종배, 증평·진천·음성의 경대수, 청주 상당의 정우택, 제천·단양의 권석창 당선인이 있다.
 
이번 모임을 열게 된 취지에 대해 정 의원은 “충청의 목소리를 중앙에 제대로 전해 새 시대를 여는데 걸맞게 해결해야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고, 이 의원은 “당이 어려운 시기에 지혜를 모아보자는 것”이라고 밝혀 계파를 초월해 ‘충청 역할론’을 일으키기 위한 목적에서 이뤄졌다고 풀이되고 있다.
 
특히 정우택 의원은 지난 2월에도 충북도청에서 기자들에게 “충북 총선에선 진박 비박 논쟁이 (대구·경북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무의미하다”고 발언할 만큼 계파보다는 지역을 우선하는 경향을 띤 데다 이번 총선 뒤엔 친박계 중진이면서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집권당은 당만 변해선 안 된다. 청와대가 함께 변해야 한다”고 청와대를 향한 쓴 소리를 쏟아내는 등 이례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를 두고 그간 세간에 회자됐던 여권 대선주자들이 이번 총선 결과의 후폭풍으로 몰락한데다 충청권의 거물인 이인제 의원마저 낙선함에 따라 정 의원이 충청권 유력인사로 떠오른 만큼 차기 대권 출마를 의식해 내놓은 반응이란 평가도 나오고 있다.
 
정 의원 스스로는 총선 패배에 대한 반사이익을 누리는 것으로 비쳐질까 ‘충청 대망론’을 꺼내는데 조심스런 모습이지만, 분명한 것은 이번 선거에서 전멸하다시피 한 수도권이나 예상보다 야권에 의석을 내주며 부진했던 부산·경남에 비해 전체 의석의 절반 이상을 차지해 적잖이 당에 기여한 충청권이 전보다 더 앞장서야 한다는 목소리는 확실히 높아졌다는 점이다.
 
정우택 의원 외에도 충남 공주·부여·청양에서 당선돼 4선 고지에 오른 친박계 정진석 의원 역시 차기 대권 혹은 당권에 도전할 가능성이 큰 인물로 비쳐지고 있는데, 친박계 내에서도 중립적 성향이 있어 비박계의 반발도 덜할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만큼 그의 행보에도 적지 않은 이목이 쏠리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그가 이번 충청권 당선인 모임에서 “국민들은 충청권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으며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에서 통합적 리더십을 요구하고 있다”고 발언했다는 것은 ‘충청 역할론’을 차기 대선까지 연계시키려는 속내를 분명히 드러낸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밖에 이번 총선을 통해 처음 원내 입성하게 된 친박계 성일종 당선인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차기 대선주자로 삼아 지원했었던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의 친동생으로 총선 유세 당시 친박계에서 직접 지원에 나섰을 만큼 장차 ‘반기문 대망론’을 일으킬 핵심 인사로 지목되고 있다.
 
계파 갈등 속에 여권 잠룡들이 이번 총선 결과로 몰락하기 전에도 친박계에선 당외에 있는 새로운 인물로 계파 색채가 옅으면서도 비박계 대선 후보들을 압도할 수 있는 반 총장을 주목해왔는데, 반 총장의 유엔 사무총장 임기가 올해 12월 31일부로 끝나는 만큼 내년 12월 20일 치러지는 차기 대선에서 ‘반기문 대망론’이 실현될 수 있을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 새누리당 이명수 의원이 21일 “(전날 모임에서) 반기문 총장 얘기가 많이 나왔다. 새누리당은 (대권주자들이) 다 날아가고 나올 사람이 없다”며‘반기문 대망론’에 힘을 실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흥미로운 점은 이번 모임에 참석했던 비박계 이명수 의원도 친박계가 주목하는 ‘반기문 대망론’에 긍정적 반응을 내비쳤다는 것인데, “(모임에서) 반기문 총장 얘기가 많이 나왔다”며 “새누리당은 (대권주자들이) 다 날아가고 나올 사람이 없다. 지금 외교와 안보, 통일, 통상 등 대외적인 면에서 여야를 떠나 제대로 대응할 사람이 있느냐”고 말한 점으로 보아 충청 지역 인물인 반 총장을 지지하겠단 뜻으로 해석되고 있다.
 
아울러 이번 모임이 일회성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정용기 의원을 간사로 해 매월 정례화하기로 뜻을 모은 것으로 전해져 장차 충청권 의원들은 친·비박과 같은 계파 성향을 떠나 ‘충청 출신’이라는 지연을 중심으로 당내 기반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 예상된다.
 
◆ 野, 총선 약진 바탕으로 당내 세력 확대?
 
한편 이번 총선에서 충청권 27석 중 절반에 가까운 의석을 점유하며 여권과 백중세를 이룬 더민주 측도 20일 새누리당 충청권 의원들의 만찬 모임에 대응하듯 똑같이 대전지역에서 당선인 4명이 모였는데, 이들은 권선택 대전시장과 만찬을 하며 대전지역 4석 석권을 축하하고 대전지역 발전 방향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대전지역 당선인 중 ‘5선’ 박병석 의원의 국회의장직 도전과 이상민 의원의 원내대표 후보 출마 등 충청권 의원들의 당내 역할 확대에 대한 부분도 논의가 있었을 것으로 점쳐졌다.
 
또 이번 총선을 통해 안희정 충남도지사 쪽 인물인 대전 유성갑 조승래, 논산‧계룡‧금산 김종민, 경기도 고양을 정재호 후보가 더민주 국회의원으로 당선되면서 차기 대선후보군에 포함되고 있는 안 지사의 당내 입지를 확대시킬 수 있을 것이라 여겨지고 있어 야당에서도 충청권 대선후보가 나오게 될지 많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다만 더민주 총선 결과가 참패라던 종전 예상과 달리 압승하며 제1당까지 이르게 된 만큼 차기 대선주자로서 문재인 전 대표 등 기존 인사들의 위치도 굳건해짐에 따라 안 지사가 이들을 극복해낼 수 있을지가 야권에서 충청권 후보를 낼 수 있을지 여부를 결정하는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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