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상황 녹록치 않아 매각 표류 가능성도

▲ ING생명 매각이 서서히 속도를 내기 시작하고 있지만 안팎으로 악재가 적지 않아 매각이 표류할 가능성이 벌써부터 점쳐지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MBK파트너스가 보유하고 있는 ING생명 매각이 서서히 속도를 내기 시작하고 있지만 안팎으로 악재가 적지 않아 매각이 표류할 가능성이 벌써부터 점쳐지고 있다.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ING생명 한국법인(이하 ING생명) 최대 주주인 국내 최대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올해 초 선정한 매각주관사 모건스탠리는 최근 ING생명의 잠재적 인수후보들의 인수 의사를 묻는 사전조사(태핑)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3년 MBK파트너스는 ING생명 본사로부터 ING생명 지분 전량을 1조8400억원에 인수하고 기업 가치 개선을 위해 부단히 공을 들였다. 이에 MBK파트너스가 원하는 가격은 적어도 3조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최근 알리안츠생명 한국법인이 겨우 35억원에 팔렸던 ‘알리안츠 쇼크’의 영향으로 MBK파트너스가 원하는 가격을 맞춰줄 후보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같은 외국계 보험사인 PCA생명이나 KDB생명도 조만간 매물로 나올 예정이라 ING생명 매각도 난항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MBK파트너스, 기업 가치 올리기 일정 성과
MBK파트너스는 사모펀드의 보험사 인수에 대한 우려 속에서 ING생명을 인수시 2년간 재매각 금지를 제시한 금융위원회의 조건을 받아들였다.
 
그 기간 동안 MBK파트너스는 ING생명의 기업 가치 올리기에 주력했고 현재까지 이 같은 노력은 어느 정도 성과로 드러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4년 ING생명의 당기순이익은 2235억원이었지만 지난해 3048억원으로 40% 가까이 크게 늘었다. 연간 전체 수입보험료(매출) 면에서도 2014년 3조6874억원에서 지난해 4조4988억원으로 급증했다. 지난 12일 발표된 생명보험사 보험금 지급여력비율(RBC)에서도 ING생명은 거의 유일하게 상승한 324.9%로 높은 편에 속한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ING생명의 자산은 27조5934억원으로 MBK파트너스가 인수하던 당시인 2013년 말 기준 23조8928억원보다 10% 넘게 증가했다. 생명보험 시장 점유율도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4.06%로 끌어 올리며 국내 7위권에 위치하고 있다.
 
기업 가치 강화를 위해 상대적으로 약했던 방카슈랑스 영업도 확대했다. 지난해 ING생명은 초회보험료 6666억원 중 70%가 넘는 4846억원을 방카슈랑스에서 거둬 2014년에 비해 두 배에 가까운 비중 상승을 경험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MBK파트너스가 ING생명의 매각에 대비해 방카슈랑스 수익성 향상과 안정적 성장을 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방카슈랑스로 판매되는 보험상품은 대부분 단기성 저축보험상품으로 보험사들은 이를 통해 매출을 단기간에 크게 늘릴 수 있다.
 
논란을 불렀던 영업 인력 인센티브 폐지·축소도 기업가치 증대를 꾀한 것으로 읽힌다. 인건비 축소로 투자 매력을 높이겠다는 속셈이라는 얘기다. ING생명은 장기 인센티브 제도 ‘타리스’ 프로그램을 폐지하고 ‘헬로우MDRT’라는 다른 프로그램을 만들었지만 지급 조건이 강화돼 사실상 인센티브가 축소됐다는 불만을 사고 있다.
 
◆알리안츠 쇼크 영향 받나
 
▲ 업계에서는 최근 알리안츠생명 한국법인이 겨우 35억원에 팔렸던 ‘알리안츠 쇼크’의 영향으로 MBK파트너스(대표 김병주·사진)가 원하는 가격을 맞춰줄 후보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MBK파트너스
하지만 외형이 크게 보기 좋아졌음에도 ING생명의 성공적인 매각은 향후 가시밭길을 걸을 것으로 전망된다.
 
가장 큰 악재는 최근 보험업계에 충격을 안겼던 ‘알리안츠 쇼크’의 영향이다. 최근 알리안츠생명은 중국 안방보험에 불과 35억원에 매각돼 충격을 안겼다. 당초 예상가인 수 천억원을 아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특히 독일의 알리안츠그룹은 한국법인에 1조원이 넘는 막대한 금액을 쏟아붇고도 헐값 매각을 결정, 보험사 M&A 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
 
알리안츠그룹이 밝힌 헐값 매각 이유는 솔빈세II 규제의 적용과 고금리 보험상품 등 때문에 추가 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알리안츠생명은 2014년 64억원의 순이익을 제외하면 최근 수 년간 대부분 적자를 냈는데 이는 전신인 제일생명 당시 대거 팔았던 연 6~8%대의 고금리 확정형 장기 상품이 주 원인이다.
 
기록적인 저금리가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고금리 상품의 이자를 지급하기가 벅차다는 얘기다. 알리안츠생명에 따르면 추가 부담 규모는 1조원을 훌쩍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유럽이 올해부터 적용하는 솔벤시II 규제가 결정타로 작용했다. 솔벤시II에 따르면 알리안츠그룹은 미래의 예상 손실을 현재 자산가치에 미리 포함해 지급 준비금을 쌓아야 한다. 따라서 손실이 커지고 있는 알리안츠생명을 자회사로 유지하기 위해 수 천억원에서 많게는 1조원대의 증자 부담이 발생한다는 얘기다.
 
이는 ING생명에게도 남의 일이 아니다. 오는 2020년 솔벤시II 규제처럼 시가평가를 반영한 새 회계기준 IFRS4 2단계가 국내에도 적용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4년 뒤 국내 보험사들도 알리안츠생명처럼 미래의 예상 손실을 현재 자산가치에 미리 포함해 지급준비금을 쌓아야 한다는 얘기다.
 
◆“실적 뜯어보면 허점 발견” 지적도
실적 면에서도 곳곳에서 허점이 발견된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ING생명의 당기순이익은 40% 가까이 늘었지만 방카슈랑스를 통한 일시납 저축성 보험 판매가 집중적으로 늘어 향후 회사의 수익성에는 악영향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24.9%로 높은 편인 RBC 역시 지난해 ING생명이 1조원이 넘는 만기보유채권을 매도가능채권으로 재분류하는 일종의 ‘꼼수’ 덕을 봤다는 지적도 있다. 회계상으로 재분류한 것 뿐이라는 얘기다. 다만 ING생명은 이 부분에 대해 “높아진 RBC 비율은 8%에 불과하고 해당 조치는 IFRS4 2단계에 대비하기 위한 것일 뿐”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여기에 ING생명은 올해 대규모 배당을 실시, 투자금 회사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ING생명의 올해 배당성향은 59.88%로, 지난 사업연도에 비해 15%p 넘게 상승했다. 보험사 평균 20~30%를 두 배 넘게 상회하는 수준으로 배당금 총액은 1825억원에 달했다.
 
현재까지 주요 인수 후보로는 국내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는 중국 안방보험과 지난 2013년 예비입찰에 참여했던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이 거론된다. 다만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은 IFRS4 2단계를 감안해 자기자본을 최대한 많이 확충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어 막상 강력한 인수의지를 드러내는 후보는 거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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