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서 與 이정현·정운천, 대구서 野 김부겸 당선 등 주목

▲ 20대 총선에선 전남에서 새누리당 이정현 최고위원(좌)이 재선에 성공하고, 전북에선 새누리당 정운천 전 장관(중)이 당선되는 이변이 일어났을 뿐 아니라 반대로 새누리당의 심장이라는 대구에서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전 의원(우)이 당선되는 등 지역감정에 따른 기성 양당 지지 구도가 깨지는 모습이 나타났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20대 총선에서 새로이 보여준 긍정적인 부분은 지역구도 타파 조짐이 과거보다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또 더 이상 유권자들이 영남의 새누리당과 호남의 더불어민주당이란 기존 굴레에 갇혀 지역구 후보와 정당을 일치시키는 투표를 하기보다 지역구 후보와 정당 투표를 달리 하는 교차 투표를 하거나 야권 단일화 등이 없는 상황에서 당선 가능성이 좀 더 높은 야권 후보에 몰아주는 전략 투표 등 과거보다 다양한 투표 경향을 보여줬다.
 
즉, 과거와 달리 유권자들이 더 이상 지역주의에 연연해 특정 정당에 몰표를 주는 경향이 크게 줄어들었다는 것인데 그 증거로 새누리당은 전통적 텃밭인 영남권의 65곳 중 17곳을 야당과 무소속 후보에게 빼앗겼고, 서울지역 내 당선 보증수표인 강남 3구 지역에서도 강남을, 송파을·병 등을 더민주 후보에 내주게 됐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특히 새누리당 김종훈 의원이 재선에 실패하며 더민주 전현희 당선인에게 강남을을 빼앗겼다는 점은 상당히 이례적인 결과로 꼽히고 있고, 송파병에서는 더민주 남인순 후보가 새누리당 김을동 최고위원을 낙선시키는 기염을 토했다.
 
또 새누리당의 심장이라고도 불리는 대구에서는 수성갑에 출마한 더민주 김부겸 전 의원이 그간의 여론조사 결과대로 새누리당 김문수 전 지사를 큰 차이로 누르고 31년 만에 대구에서 당선된 야당 당선인이라는 진기록을 남기면서 지역주의 타파라는 인상을 선명하게 남겼다.
 
이런 추세는 비단 새누리당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는데, 더민주 역시 안방이라던 호남 28석 중 대부분을 국민의당에 내주고 고작 3석을 얻는데 그치면서 당내에선 호남민심에 심판 당했다는 자조 섞인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그 중에서도 광주에선 8곳 모두 국민의당이 석권하면서 녹색돌풍을 입증했고, 더민주 3선 중진인 우윤근 의원(전남 광양곡성구례)까지 국민의당 정인화 후보에 밀려 낙선하는 파란이 일어나는 등 이변이 속출해 더민주는 변화된 호남 민심을 체감하고 크게 반성하는 계기가 됐다.
 
다만 더민주는 ‘정부여당 심판’이란 여론으로 반사이익을 얻어 수도권 122곳 중 82곳에서 승리하고 새누리당의 우세지역인 PK지역에서도 부산 5석, 경남 3석을 얻는 등 예기치 않게 다양한 지역에서 의석을 얻음으로써 과거 호남정당이란 인식과 달리 전국정당화하기 위한 기반을 다지게 됐다고 자평하고 있다.
 
이 같은 투표 결과가 나타난 데에는 새누리당을 전통적으로 지지하던 고령의 적극 투표층이 투표를 포기하는 경향을 띤 부분도 있고 일부 유권자들은 기성정당에 실망해 무소속이나 대안정당으로서 국민의당과 같은 제3정당에 정당투표를 한 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편 새누리당 역시 부진한 가운데서도 호남과 같은 전통적 열세지역에서 당선되는 이변을 연출하기도 했는데 새누리당 심판론이 대체적인 민심이었음에도 오히려 전북에선 20년 만에 여권 후보(전주을 정운천 후보)가 야당 후보를 꺾었고,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는 고향인 전남 곡성을 지역구 조정으로 잃었는데도 이번에 출마한 순천에서 재선에 성공하는 등 호남 민심도 정당보다 후보자를 보고 뽑는 경향이 확산되고 있다.
 
이는 여권의 전통적 텃밭인 영남에서 새누리당에 실망해 표심 이반이나 투표 포기 경향이 나타났듯 더민주의 전통적 텃밭인 호남에서도 기성 정당인 더민주의 친노패권주의 등에 실망해 국민의당이나 심지어 새누리당으로도 방향을 돌린 것이라 볼 수 있다.
 
다만 이번 선거에서 경북은 여전히 13곳 모두 새누리당이 석권해 아직 지역주의 성향이 뚜렷한 지역임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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