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앤컴퍼니, 압도적 1위 발돋움…과점 체제 지각변동 일으킬까

▲ 오랜 기간 과점 체제를 이어 온 시멘트 업계가 사모펀드 회사와 오너 회사의 대결 구도로 재편, 지각 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1년여를 끌어 온 시멘트 업계 1위 쌍용양회 인수전이 최근 마무리 수순을 밟으면서 오랜 기간 과점 체제를 이어 온 시멘트 업계가 사모펀드 회사와 오너 회사의 대결 구도로 재편, 지각 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1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쌍용양회 인수전에서 승리한 사모펀드 한앤컴퍼니는 최종 인수금액을 8837억원으로 확정하고 이달 중 거래대금을 지급, 거래를 완료할 예정이다.
 
이로써 현재 대한시멘트와 한남시멘트 등 시멘트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는 한앤컴퍼니는 국내 시장의 20% 가량을 점유하는 쌍용양회를 품에 안고 시멘트 업계의 선도자로 우뚝 설 전망이다.
 
특히 최근 글랜우드PE 역시 라파즈한라시멘트를 품에 안는 등 오랜 기간 안정적인 과점 체제를 유지하던 시멘트 업계가 사모펀드와 오너 일가의 대결 구도로의 재편을 앞두게 됐다는 점도 관전 포인트다. 일각에서는 현 시기를 ‘50년 역사상 유례없는 격변기’라고 칭하고 있다.
 
◆시멘트 업계, 상위 7사 점유율 90% 육박
지난 2014년 기준 국내 시멘트 시장은 7개의 회사가 무려 88.5%를 점유, 안정적인 과점 체제로 유지되고 있다. 쌍용양회가 19.8%로 1위를 차지했고 한일시멘트 13.5%, 성신양회 12.9%, 동양시멘트 12.8%, 라파트한라 12.1%, 현대시멘트 10%, 아세아시멘트 7.3%의 순이다.
 
하지만 2014년 말부터 쌍용양회가 매물로 나오면서 시멘트 업계에 M&A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이어 지난해 동양시멘트가 삼표의 품에 안겼고 라파즈한라가 최근 글랜우드PE로 넘어가게 됐다. 워크아웃을 진행하고 있는 현대시멘트도 조만간 매물로 나올 것이라는 관측 역시 끊임없이 제기된다.
 
7사 과점 체제가 유지되고 있는 시멘트 업계에서 절반이 M&A 대상이 되거나 될 것이라는 상황은 분명 시멘트 업계에 큰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요인으로 읽힌다.
 
시멘트 업계는 과점 체제가 오래 유지된 탓에 담합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됐고 경쟁이 부족해 체질 개선 면에서도 큰 발전이 없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점유율도 오랜 기간 큰 변화가 없을 정도다.
 
하지만 사모펀드의 영향력이 크게 커지면서 시멘트 업계를 향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경영 효율의 극대화를 통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려 수 년 뒤 매각하는 사모펀드 특성상 안정성에 기반을 둔 시멘트 업계에 새로운 바람이 불 수 있다는 바람이다.
 
▲ 시멘트 업계는 과점 체제가 오래 유지된 탓에 담합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됐고 경쟁이 부족해 체질 개선 면에서도 큰 발전이 없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현대시멘트
◆투자 감소 및 담합 의혹 등 부작용 해소되나
일례로 지난해 시멘트 업계의 평균 R&D 투자비중은 타 업종에 비해 크게 낮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쌍용양회는 83억원으로 액수 기준 최다액을 기록했지만 매출 대비 0.41%에 불과한 수준이다. 동양시멘트의 매출 대비 R&D 비중은 0.02%에 불과했고 대부분 업체들이 0.5%를 넘나드는 수준에 그쳤다. 가장 높은 비중은 아세아시멘트의 0.62%였다.
 
큰 R&D 투자가 필요하지 않은 업종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이는 지나치게 투자에 인색하다는 평가를 낳았다. 제약사가 20% 가까운 R&D 투자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상위 20대 건설사들 평균인 0.72%에도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라는 점에서다.
 
끊임없이 지속되는 담합 의혹도 오랜 기간 지속된 과점 체제의 폐단이다.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는 시멘트 7개사에 총 1조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과징금을 부과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공정위는 시멘트 7사가 2010~2014년 임원 모임 등을 통해 시멘트 가격 인상 폭과 시기 등을 조율·담합했다고 봤다. 당시 쌍용양회 한 곳에만 3000억원 가량의 과징금이 부과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M&A가 직격탄을 맞기도 했다.
 
이후 1조원이 넘을 것으로 전망됐던 과징금은 최종 확정과정에서 2000억원 수준으로 크게 줄었다. 담합 인정 기간이 줄어들었고 라파즈한라는 아예 과징금 부과 대상에서 빠졌다. 하지만 담합을 통해 가격을 올린 것은 확인됐고 이후에도 가격이 담합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점 등은 여전히 시멘트 업계를 향해 따가운 시선이 쏟아지게 하는 한 요인이 되고 있다.
 
◆한앤컴퍼니 행보 주목…구조조정 가능성도
이처럼 불합리한 관행이 적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 시멘트 업계에서 쌍용양회를 품은 곳이 다른 사모펀드가 아닌 한앤컴퍼니라는 점은 적지 않은 의미를 지닌다는 평가다.
 
한앤컴퍼니는 이미 기존에 한남시멘트와 대한시멘트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양사의 시장 점유율을 합해도 5% 가량에 불과해 큰 의미를 지니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번 쌍용양회 인수를 통해 한앤컴퍼니가 시멘트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25% 가량으로 수직상승하게 됐다.
 
이미 시멘트 사업에 대해 이해도가 높은 한앤컴퍼니는 세 곳의 시멘트사 간의 시너지 효과를 노릴 것으로 전망된다. 단순한 재무적투자자가 아니라 업계 선도자로서의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셈이다. 또한 기존 업체들과의 전략적 제휴 가능성도 한껏 높아지고 레미콘 업계와의 협상력 증대도 예상된다.
 
대신증권은 최근 “한앤컴퍼니는 이미 슬래그시멘트 기업인 대한시멘트와 한남시멘트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면서 “쌍용양회가 두 회사에 납품하는 포틀랜트시멘트를 늘리면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규모의 경제 효과를 기대한다는 분석이다. 그간 실질적으로 경영권을 행사해 왔던 일본의 태평양시멘트와 달리 한앤컴퍼니는 쌍용양회의 배당을 실시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에 나설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또한 글랜우드PE까지 가세하면서 사모펀드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시멘트 업계의 담합 등의 관행은 일정 부분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투자금액 회수를 최우선으로 삼는 사모펀드가 인수한 기업들은 대체적으로 독자 노선을 걷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다. 실제 케이블TV와 지상파가 재송신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도 MBK파트너스가 인수한 씨앤앰은 독자적으로 지상파와 협상을 마무리짓기도 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구조조정이나 감산 등의 부작용도 예상된다. 지난해 건설경기 부활을 바탕으로 업계가 나름 호황을 겪고 있기 때문에 지금이 구조조정의 적기라는 의견이다. 시멘트업계는 건설경기 호조와 시멘트 원료인 유연탄 가격의 인하로 실적이 개선되는 추세다. 하지만 올해 들어 다시 건설 경기가 둔화 조짐을 보이고 유연탄 가격 역시 반등 조짐을 보이면서 선제적인 구조조정의 필요성도 대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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