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野 일부 대선주자 ‘타격’…일부 인사는 약진

▲ 20대 총선 결과로 인해 차기 대선 후보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사진은 좌로부터 새누리당측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문수 전 경기지사와 더불어민주당측 김부겸 전 의원, 문재인 전 대표 순.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대선 바로미터라고 할 수도 있는 이번 20대 총선에 나선 차기 대권주자들이 각자 당락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면서 향후 대선 구도도 새로이 정립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14일 최종 확인된 20대 총선 결과 중 대선 구도 변화를 논하는 데 있어 가장 먼저 입에 오르는 후보는 정치 1번지인 종로에서 낙선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다.
 
선거 전 상당수 여론조사에서 현 지역구 국회의원인 더불어민주당 정세균 의원을 앞서는 것으로 발표된 데다 새누리당 경선 과정에서도 박진 전 의원에 비해 차기 대권까지 노릴 수 있을 정도로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비쳐져 김무성 대표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던 친박계에선 김 대표를 밀어낼 차기 대선주자로 눈여겨보고 있었다.
 
실제로 차기 대선 후보 지지율을 분석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공천 파동으로 떨어지던 김 대표에 비해 특별한 이슈가 없던 오 전 시장은 승승장구한 끝에 김 대표를 제치고 여권 대선후보 중 최고 지지율을 얻기도 하는 등 여권 내 유력 차기 대권주자로 급부상하고 있었는데 이번 총선 결과로 인해 이 같은 상승세에 제동이 걸리면서 대권 도전 가능성조차 불투명해졌다.
 
이처럼 오 전 시장의 대선가도가 어두워지면서 친박계에선 또 다른 대권주자를 찾아나서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는데 일각에선 ‘반기문 대망론’을 다시 꺼내들지 않겠냐는 추측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이는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동생인 성일종 후보가 출마한 충남 서산태안에 친박계 인사들이 대거 내려와 성 후보의 당선을 위해 적극 지원했다는 점에서 제기되고 있는데, 충청포럼회장인 고 성 전 회장이 충청 출신 거물급 인사 중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아닌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을 차기 대선후보로 지원하기 위해 접촉하려 했단 점에서 이런 주장에 무게를 싣고 있다.
 
하지만 친박계가 경계하고 있는 김 대표 역시 이번 총선 참패에 대해 당 대표로서 책임을 지고 대표직을 사퇴하기로 하면서 근시일 내에 대선 얘기를 쉽게 꺼내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한편 이번 총선 결과로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린 지역으로 꼽히는 또 다른 곳은 대구 수성갑인데, 이 지역에서는 그간 여권 내 차기 대권주자 후보군에 항상 포함돼 온 새누리당 김문수 전 경기지사와 더불어민주당 내 다크호스로 꼽히던 김부겸 전 의원이 피할 수 없는 진검승부를 벌인 끝에 김 전 의원이 큰 격차로 승리하면서 2전3기 끝에 ‘새누리당의 심장’인 대구에서 31년만의 야권 후보 당선이라는 진기록을 이뤄냈다.
 
이로 인해 김 전 의원은 야권 대선 후보군 중 다크호스로 급부상하는 발판을 마련했고, 반대로 김 전 지사는 국회의원 당선에도 실패함으로써 대선 도전에 당장 빨간 불이 들어왔다.
 
야권 내에서 김 전 의원이 부상함에 따라 야권 내 대선구도도 재편될 전망인데 현재 야권 대선주자 1위를 달리는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 역시 이번 총선 결과의 영향을 피해가기 어렵다.
 
특히 문 전 대표는 호남에서 일어난 반문정서로 인한 국민의당 돌풍을 잠재우기 위해 뒤늦게나마 호남행을 결행하는 승부수를 띄웠으나 이번 총선 결과를 볼 때 사실상 문 전 대표의 호남행은 별 효과가 없었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대선 주자 입지가 흔들릴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문 전 대표가 광주 방문 당시 이번 총선에서 호남의 지지를 받지 못하면 대선에 불출마하겠다는 배수진까지 친 바 있어 호남 참패로 상당히 곤혹스런 상황에 처하게 됐다.
 
이와 관련해 문 전 대표는 이날 오전 “야권을 대표하는 대선주자는 호남의 지지 없이 어렵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호남 민심이 저를 버린 것인지 더 겸허하게 노력하면서 기다리겠다”고 밝혀 ‘대선 불출마 및 정계 은퇴’ 약속에 대한 확답을 유보했다.
 
그럼에도 사실상 호남 참패로 더민주에 대한 호남 표심 이반이 증명됐다며 문 전 대표의 약속 이행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향후 대권 경쟁자들을 중심으로 제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문 전 대표의 ‘자승자박’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반해 호남에서 크게 승리하며 마침내 3당 구도를 이뤄낸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당내 입지를 확실하게 굳힌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데, 당초 100석 이하로 완패한다고 점쳐졌던 더민주가 수도권 압승으로 예상외의 성공을 거둠으로써 여전히 안 대표의 대선가도와 제1야당 달성을 향한 길을 막아설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이 고민거리로 남았다.
 
또 중도 성향의 전국정당을 지향한 바와 달리 당선 지역구가 서울 2곳을 제외하곤 대체로 호남에만 편중돼 지역정당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도 차기 대선을 향한 안 대표에게 장애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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