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도생’ 성격 강해…與 무소속 놓고 벌써 복당 논란

▲ 20대 총선에서는 무소속 후보들이 11명이나 당선돼 적잖게 약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사진은 유승민(좌상), 주호영(중상), 안상수(우상), 강길부(좌하), 윤상현(중하), 이해찬(우하) 당선인.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4·13 총선은 무려 11명의 무소속 당선자를 배출한데다 각 당에서 공천 탈락한 인사들이 많아 벌써부터 이들의 복당 여부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당장 무소속 복당 논의가 본격화될 것인지에 대해선 각 당내 사정이 있어 쉽게 말하기 어려운데다 당선된 무소속 후보들의 면면을 보면 이른바 ‘무소속 연대’ 세력이 약진했다고 평가하기도 힘들어 일각에선 각 당에서의 방침이 있기 전에 무소속 후보들이 능동적으로 복당을 요구하기엔 어려울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 무소속 당선, ‘특정 계파 주도’ 아닌 ‘각자도생’
 
20대 총선 전부터 제기됐던 ‘무소속 돌풍’은 11명 당선이라는 결과로 확인됐지만 당초 예상과는 달리 친유승민계나 친이계 등 계파 중심으로 일어났다기보다 ‘각자도생’한 성격이 강했다.
 
특히 이례적으로 야당 후보인 김부겸 전 의원이 당선된 TK지역은 과거와 다른 민심의 변화가 느껴지는 와중에도 무소속으로 나선 류성걸, 권은희, 조해진 등 유승민계 3인방은 새누리당 무공천 지역에 나온 유승민 당선인 외엔 모두 낙선하고 정종섭, 추경호 등 진박 인사들은 미풍에 그친 진박마케팅에도 불구하고 결국 당선되면서 유 의원이 직접 내세웠던 ‘공천 파동 심판’이란 명분보다는 현역 의원들이 재임 당시 얼마나 지역구 민심을 얻었느냐가 무소속 생환의 관건이 된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지역구를 확실히 다졌다는 평가를 받았음에도 공천 탈락되자 무소속 출마를 단행했던 주호영 의원(대구 수성을)은 새누리당의 단수공천을 받은 친박계 이인선 후보를 10%P를 넘는 큰 폭의 격차로 따돌리고 4선 고지를 밟은 반면 친유승민계인 권은희 후보는 유 의원의 유세 지원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 정태옥 후보에 2배 이상의 격차를 보이며 대패한 점 등은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친이계 역시 좌장인 이재오 의원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 돌풍을 일으키지 못한 채 안상수 당선인(인천 중·동·강화·옹진)이나 구 친이계인 장제원 당선인(부산 사상) 등 지역구에서 다져온 민심을 기반으로 일부 무소속 의원들이 각자도생하는 데 그쳐 특정 계파를 구심점으로 무소속 연대 효과가 일어나는 모습은 없었다.
 
오히려 각종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의 무공천 방침과 일여다야라는 야권 분열 구도로 무난히 6선에 성공할 것으로 여겨졌던 이재오 후보조차 수차례 당선돼 온 은평을에서 고배를 마셨고 임태희, 강승규 등 수도권 내 친이계 무소속 후보들도 다여다야 구도 속에 힘을 쓰지 못해 이번 선거에서 여권 내 계파 갈등 문제는 관심의 대상은 되었을지언정 선거에 그다지 상승효과를 내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또 수도권에서 전체적으로 야권이 선전하며 ‘정부여당 심판론’이 크게 작용한 가운데 새누리당 공천 파동 도중 김무성 대표에 대한 욕설 논란으로 끝내 공천 탈락한 윤상현 의원(인천 남을)은 친박계 핵심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확실하게 다진 지역민심을 기반으로 결국 생환하는 데 성공했다는 점도 친박계에 대한 심판론보다는 지역민심 장악 여부가 무소속으로도 당선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외에 새누리당에서 낙천된 데 반발해 무소속 출마한 뒤 ‘친정’을 꺾고 당선된 또 다른 당선자들로는 비박계 강길부 당선인(울산 울주), 이철규 당선인(강원 삼척) 뿐이며 나머지 무소속 당선자들은 모두 야권 출신인데 이해찬 당선인(세종), 홍의락 당선인(대구 북을)은 더불어민주당에서 컷오프되자 탈당해 무소속 출마한 경우이며 윤종오(울산 북구), 김종훈(울산 동구)는 노동자 출신으로 윤 후보의 경우엔 과거 통합진보당 소속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 與 일각 “무소속 복당 논의 시작해야”
 

무소속 당선자가 11명이나 되는 만큼 이들 중 당에서 낙천됐던 당선자들의 복당 문제도 머지않아 뜨거운 감자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중에서도 이번 총선 결과로 제1당 자리마저 더민주에 내준 새누리당에선 일부 의원을 중심으로 벌써부터 무소속 당선자들의 복당 논의 필요성을 적극 제기하고 있다.

이를 보여주듯 새누리당 김태호 최고위원은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해단식 직후 기자들에게 “보수적 가치를 지켜가기 위한 전체 세의 확장도 필요하기 때문에 그런 뜻에서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가고자 하는 뜻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문호를 과감하게 열어야 한다”고 밝혔다.
 
비박계 홍문표 제1사무부총장 역시 이날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무소속 분들의 복당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며 “우리가 국정운영을 하루라도 빨리 정상적으로 뒷받침하려면 무소속도 우리가 받을 수 있는 자세가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김 최고위원과 홍 부총장 모두 선거 결과에 대한 책임론으로 또 다시 계파 갈등이 일어나선 민심이 더욱 돌아선다는 데에 입장을 같이 했는데 김 최고위원은 친박계 책임론이 나오는 것에 대해 “결국 공동의 책임이고 특정 부분을 더 책임 있다고 보긴 곤란하다”고 선을 그었고, 홍 부총장도 “친박이다, 비박이다, 공천이 어떻게 되었네, 이건 이미 결과가 나온 것인데 이걸 추궁해서 어떻게 하겠다는 거냐”며 “또 책임론 공방을 같이 가중해 묻는다면 우리 자화상이 더 추해지고 국민 앞에 도리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이는 최경환, 조원진 등 당내 친박계 의원들이 최소한 박 대통령 임기 중에는 무소속 의원들이 복당할 수 없다고 발언했던 것과 대비되고 있어 더 이상 ‘계파 가르기’보다 당장 제1당 자리마저 잃은 발등의 불부터 끄는 것이 급선무라는 인식이 당내에서 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어느 무소속 인사를 받아들이게 되든지 ‘형평성’ 때문에라도 공천 파동 당시 뇌관이던 유승민 의원까지 함께 받아들여야 한다는 부담이 있어 청와대와 친박계의 반발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이번 총선에서 유승민계 후보들과 충돌한 끝에 원내 입성에 성공한 정종섭, 추경호 등 새로운 진박 의원들도 유 의원 등 비박계 무소속 당선자들의 복당 반대 대열에 가세할 가능성이 높아 당내 의견 수렴과정에서도 상당한 진통이 일어날 것으로 점쳐진다.
 
이에 따라 향후 무소속 복당 문제가 다뤄지더라도 유 의원과 친박계 무소속인 윤상현 의원을 함께 복당시키는 방식 등 단계적 타협안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 ‘홍의락 영입’, 제1당 뺏긴 與 고민 해결 열쇠?
 
▲ 대구 북을의 홍의락 당선자의 새누리당 입당 여부가 새누리당 낙천자 출신 당선인들의 복당 문제와 관련해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이 방법 외에 더민주를 탈당해 대구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된 홍의락 후보를 새누리당이 끌어들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데 홍 후보가 새누리당 출신이 아니었던 만큼 새누리당을 탈당했던 무소속 당선자들에 복당 구실을 제공하지 않을 뿐 아니라 그를 입당시키면 현재 더민주와 한 석 차이에 불과한 격차도 동률로 만들 수 있어 이 역시 새누리당이 어느 정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중요한 것은 홍 후보조차 더민주로 복당할 가능성은 없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힌 데다 더민주 탈당 뒤 국민의당으로 향하지도 않아 향후 여권에 대해 현재의 격앙된 민심이 가라앉은 뒤 새누리당이 러브콜을 보낼 경우 대체로 여권에 유리한 대구를 지역구로 둔 의원인 만큼 결국 이에 응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홍 당선인은 이날도 “대구에서 민주당 국회의원으로 활동할 때 사실상 민주당에서 대구에 대한 관심을 많이 가지지는 않았다”며 “마음속에 지금도 풀리지 않는 섭섭함과 찌꺼기가 아직도 남아있다”고 민주당과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이어 “이번 선거과정에서 유권자들이 복당은 하지 않는다고 약속을 하라는 요구가 굉장히 많았다”며 “일단 대구를 위해 무소속으로 열심히 해보는 시도를 해보겠다”는 뜻을 내놨다.
 
무엇보다 무소속 의원으로 활동하겠다는 것에 ‘일단’이라는 전제조건을 붙였으면서도 더민주 복당은 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는 데서 다른 정당에 입당할 가능성을 열어놨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더민주는 자당 출신 무소속 당선자들의 복당 여부에 대해 이날 김종인 대표가 “홍 의원은 본인 스스로 (복당 거부 의사를) 밝혔기 때문에 뭐라 말씀 드릴 수 없다”며 단지 이해찬 의원을 가리켜 “이 의원은 추후 상황이 어떻게 변하느냐에 따라 결정할 사항이지 지금으로선 단적으로 말씀드릴 수 없다”고 말한 바 있어 무소속 수용 논의는 서두르지 않고 정국 변화에 따라 대응하겠다는 견해를 내놨다.

이는 더민주 역시 새누리당이 의석 수 확대를 위해 급히 무소속 영입에 나서지 않는 이상 선제적으로 무소속 복당 논의를 꺼내진 않을 것이라는 뜻으로 풀이되는데 앞으로 더민주와 새누리당 사이에 국회의장직 등이 걸린 제1당 의석을 두고 무소속 영입 경쟁이 일어날 것인지도 지켜봐야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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