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경유지공업, 제주항공 상장 효과 데자뷔 접할 듯

 
▲ 애경산업이 화장품 사업부의 실적 호조를 바탕으로 상장 절차에 본격적으로 착수한 가운데 그룹 차원에서의 득실 계산이 벌써부터 분주한 모습이다. ⓒ애경산업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애경그룹의 대표 계열사 애경산업이 화장품 사업부의 실적 호조를 바탕으로 상장 절차에 본격적으로 착수한 가운데 그룹 차원에서의 득실 계산이 벌써부터 분주한 모습이다.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애경산업은 내년 상반기 상장을 목표로 최근 대신증권을 상장 주관사로 최종 선정했다. 애경산업은 올해 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한 뒤 내년 초 증권신고서를 제출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비누·세제 등 생활용품 전문기업인 애경산업은 애경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2014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매출 4000억원을 돌파하는 등 향후 성장세에도 장밋빛 전망을 받고 있다.
 
애경산업은 상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 연구개발(R&D) 투자와 해외 진출 등 신사업 확대를 통해 글로벌 생활뷰티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공개했다. 여기에 애경산업 지분의 대부분을 갖고 있는 AK홀딩스와 애경유지공업도 간접적 후광을 누릴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부동산 사업 실패 등으로 인한 실적 악화에 시달리고 있는 애경유지공업의 경우 제주항공에 이은 애경산업의 상장으로 적지 않은 수혜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돼 비상한 관심이 모아진다.
 
◆애경산업, 화장품 사업까지 성장 눈길
애경산업은 지난 2월 증권사 7곳에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송, 4곳의 프레젠테이션을 거쳐 최근 대신증권을 주관사로 최종선정했다. 내년 초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난 후 상반기 내에 수요예측 및 청약을 마무리하는 것이 목표다.
 
이번 상장은 애경산업의 주요 사업인 생활용품 사업군이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는 가운데 최근 론칭한 화장품 사업이 성공적으로 확장되고 있는 점을 바탕으로 추진되고 있다.
 
애경산업은 지난 1985년 설립돼 올해 창립 31주년을 맞았다. 세탁세제 리큐와 울샴푸, 주방세제 트리오, 치약 2080 등 생활용품을 뼈대로 LG생활건강에 이어 국내 시장의 21.2%를 점유하고 있는 생활용품 시장의 ‘전통의 강자’다.
 
지난해 애경산업은 최초로 매출 4000억원을 넘어섰던 2014년보다도 13% 가량 늘어난 459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272억원으로 248%, 순이익은 160억원으로 633%나 폭증했다.
 
여기에 수 년 전부터 힘을 쏟기 시작한 화장품 사업은 애경산업에 날개를 달아주고 있다. 2012년 애경산업은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 주도 하에 화장품 사업 확장에 나섰다. 2013년 2월 화장품 브랜드 루나를 리뉴얼해 유통망을 오프라인으로 확장, 재론칭했고 홈쇼핑 전용브랜드 웨이지투웨니스도 반 년 뒤 론칭하고 에센스 커버팩트를 출시했다.
 
에센스 커버팩트가 매진 행렬을 이어가는 등 화장품 사업의 확장 속도는 놀라운 수준이다. 지난해 애경산업의 화장품 부문은 670억원의 매출액을 기록, 2014년 대비 157%나 성장했다. 어느새 애경산업의 화장품 사업 매출 비중은 14.6%로 2014년에 비해 두 배 이상 껑충 뛰었다.
 
▲ 지난해 애경유지공업은 제주항공 상장 효과로 흑자를 기록했다. 이번 애경산업 상장에서도 애경유지공업은 48% 가량의 지분 중 일부를 구주매출로 처분하고 현금을 거머쥘 것으로 전망된다. ⓒ제주항공
◆애경산업 상장에 지주사도 들썩
지난 1월 GS홈쇼핑을 통해 에센스 팩트가 중국 현지에서 첫 방송을 마치는 등 애경산업은 올해부터 해외 시장 공략에도 본격적으로 나선다. 이처럼 곳곳에서 터지는 호재에 애경산업은 벌써부터 상장 기대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애경산업의 상장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경우 그룹 내 지배구조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진다. 지분 대부분을 보유한 그룹의 지주사 등이 직접적인 수혜를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애경산업의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100%다. AK홀딩스가 48.27%, 애경유지공업이 48.07%, 우리사주조합이 3.66%를 들고 있다. 따라서 애경산업의 상장은 그룹 지주사인 AK홀딩스의 자산가치 증대로 직결될 것으로 전망된다.
 
KB투자증권은 AK홀딩스에 대해 “IPO를 준비중인 애경산업의 기업가치가 4000억원 규모로 추정되고 있어 IPO가 진행되면 AK홀딩스는 자산가치 증가로 긍정적인 주가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골칫거리 애경유지공업, 구주매출로 또 한 번 재무구조 개선?
특히 AK홀딩스와 함께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는 애경유지공업이 얻게 될 수혜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지난 2014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애경그룹은 세제와 화학제품을 만드는 그룹의 모태 격 애경유지공업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애경유지공업이 지주사 AK홀딩스 산하에 포함되지 않은 이유가 재무상황이 좋지 않아서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수원역사나 평택역사, AK S&D 등 백화점 계열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는 애경유지공업은 2013년 말 89% 자본잠식에 빠졌고 매출액 7431억원, 영업손실 62억원을 기록했다. 1993년 백화점 사업에 손댄 후 부동산 개발 사업과는 별개로 유통 사업에서 적자를 보고 있는 것과 2000년대 중반 아파트 개발 회사를 출범시켰다가 금융위기 여파로 미분양이 속출했던 점이 재무구조 악화의 주원인으로 꼽힌다.
 
애경유지공업은 백화점 계열사를 2014년부터 유통부동산 개발 부문으로 넘기는 등 자구책을 모색했지만 화학 부문의 대외 환경이 저유가로 출렁이는 등 악재가 산적해 있다.
 
다만 지난해 애경유지공업은 제주항공 상장 효과로 흑자를 기록했다. 구주매출을 통해 지분율을 16%에서 10.3%로 낮추면서 보유 지분 일부를 현금화하면서다. 애경유지공업이 100만주를 구주매출하면서 얻은 현금은 300억원 가량으로 추산됐다.
 
이에 지난해 흑자 전환에 제주항공 효과가 결정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번에 추진되고 있는 애경산업 상장에서도 애경유지공업은 48% 가량의 지분 중 일부를 구주매출로 처분하고 현금을 거머쥘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애경그룹이 애경유지공업의 누적된 적자를 만회하기 위해 계열사 상장 카드를 꺼내든 것 아니냐는 해석마저도 나온다. 애경유지공업은 장영신 회장과 채형석 부회장 등 총수 일가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애경산업 상장이 재무구조가 악화된 총수 일가의 부실회사를 우회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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