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세 중 신경전 여전…與 유승민 악연 ‘조윤선’까지 투입
새누리당은 친박계 인사들이 무소속 후보들에 비아냥하는 것은 물론 8일 유승민과의 악연이 있는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까지 대구 지역 유세에 전격 투입했다.
이 지역에서 무소속 바람에 불을 지펴 세를 확산시키고 있는 유승민계를 향한 새누리당 진박 후보들의 감정은 그야말로 격앙된 상태여서 맹비난하고 있는 상황이다.
◆ 친박계 “유승민, 대통령에 부담만 줘”…“주호영, 낙천도 팔자소관”
이날 TK 혈전의 첫 포문은 새누리당 친박계 맏형인 서청원 최고위원이 열었다.
서 최고위원은 대구시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누리당에서 공천 탈락해 무소속 출마한 유승민 의원을 겨냥해 그가 탈당 전까지 보였던 모습을 작심한 듯 조목조목 짚어가며 맹렬히 비판했다.
서 최고위원은 유 의원이 새누리당 원내대표 재임 시절 일어난 국회법 개정안 파동과 공무원 연금법 개정안 파동 등을 일일이 거론하면서 “이로 인해 국회와 정부, 당과 정부는 극한 갈등으로 치닫게 된 것인데, (유승민계) 이분들은 대통령을 돕기는커녕, 대통령에게 커다란 정치적 부담을 떠넘겼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자신이 20년전 원내총무 시절 ‘노동법 파동’에 책임지고 자진사퇴한 경험을 언급하며 지난해 7월 청와대와 친박계의 온갖 압박에도 한동안 버티던 유 의원의 행태를 꼬집었다.
그러면서 서 최고위원은 “박근혜 대통령 입장에선 복장이 터질 일이다. 저 또한 같은 심정”이라며 “오히려 피해자는 박근혜 정부이고, 새누리당 당원이며, 국민”이라고 강조했다.
이 기세를 타고 그는 대구 시민들을 향해 “대구가 분열되면 수도권도 분열되고 전국 민심이 분열된다”며 “박근혜 정부의 산파이셨던 대구시민들이 나서 주셔야 한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서 최고위원은 유승민계를 향한 비판에 그치지 않고 이날 대구 수성을에 출마한 새누리당 이인선 후보 지원유세 자리에선 새누리당의 낙천 결정에 탈당해 무소속 출마한 뒤 선전하고 있는 친이계 주호영 의원에게도 날을 세웠다.
그는 “제가 친박연대 대표했다는 이유 하나로 18대 국회 1년 만에 감옥살이를 했다”며 “정치보복이었지만 전 한 번도 감옥 넣은 사람에게 욕한 일이 없다”고 자신의 과거 경험을 꺼내 들었다.
그러면서 서 최고위원은 “서청원이도 팔자소관으로 돌리고 감옥 갈 운명이니 감옥 갔다”고 말한 뒤 주 의원을 겨냥해 “주호영에게는 (공천 탈락이) 안타깝지만 이해하고, 국가는 법과 제도에서 움직인다. 당도 당헌당규에 따라 당원들은 움직이고 그 명령을 따라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밖에도 친박계 핵심인 조원진 의원 역시 무소속 후보를 향해 거침없이 비난을 퍼부었는데 조 의원은 이날 이른바 진박 후보라는 대구 동을의 정종섭 후보를 지원 유세하던 중 유승민계인 무소속 류성걸 후보측의 유세 차량이 로고송을 울리며 지나가자 “요즘 유세하고 있으면 소리를 꺼주는 게 예의”라며 “정종섭 후보 같으면 (상대 후보가) 유세하고 있으면 저리 돌아서 온다”라고 말한 뒤 류 후보를 겨냥해 “저러니 (공천에서) 잘린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한 발 더 나아가 그는 이 자리에서 “무소속은 조원진이 입당시키고 싶어도 규정상 2년 동안 입당이 안 된다”고 반복 강조하기도 했는데 이는 유승민계의 소망과 달리 박근혜 정부의 임기 전까지는 새누리당 복당은 불가능하다고 못 박은 것으로 보인다.
정종섭 후보도 현 지역구 의원인 유승민계 후보들을 겨냥 “대구 국회의원들이 대구가 이런 (경제 수준이 낙후된) 상황이라고 간절하게 얘기한 사람이 없다”며 “대통령이 유일하게 가장 믿는 사람이 정종섭이다. 지 출세하는 일이냐, 지역구를 살리는 일이냐. 지역구 살리는 일이 정종섭의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공세에 그치지 않고 새누리당은 이날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까지 대구 지원유세에 투입시켰는데, 조 전 수석은 유 의원의 새누리당 원내대표 재임 시절 ‘공무원 연금개혁’ 문제로 당청 갈등을 겪은 끝에 수석직을 사임한 바 있으며 이번 총선 출마를 위해 나선 서초갑에선 유 의원의 측근인 이혜훈 전 의원에 간발의 차로 경선 패배해 낙천됐을 정도로 유승민계와 악연뿐인 점을 고려한 조치란 해석이 우세하다.
◆ TK 무소속, 與 ‘읍소 전략’ 집중 비판
이 같은 맹공을 받자 이 지역에서 새누리당 후보들에 치열하게 맞붙고 있는 무소속 후보들 역시 가만있지 않았는데, 유승민계인 류성걸, 권은희 의원은 이날 오전 유 의원과 함께 모여 대구 북구 산격3동 주민센터에서 사전투표한 뒤 만난 기자들에게 TK지역에 출마한 새누리당 후보들의 ‘읍소 전략’을 비판했다.
류 의원은 최근 친박계 인사들이 당내 공천 파동의 여파로 TK 지지율이 떨어지자 시민들에게 석고대죄한 것과 관련, “결국 공천 자체가 잘못됐다는 걸 스스로 인정한 게 아니냐”며 “공천이 잘못됐으면 탈당해서 무소속 출마한, 또는 공천 관련돼 제기된 그런 사항들에 대해 기존 것은 인정하고 지지해달란 게 아니라 잘못됐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한 시민들의 판단에 맡기겠다고 해야 한다”고 날선 비판을 가했다.
함께 있던 권은희 의원은 이보다 한층 수위를 높여 “어제 새누리당이 무릎 꿇고 하는 것, 그거 선거 때마다 하는 쇼 아니냐”면서 “잘못됐다면 (공천 문제) 그걸 바로잡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다만 유 의원은 이미 밝힌 대로 무대응 원칙을 고수하겠다며 맞대응을 자제하면서도 “그분들의 말이나 행동에 진심이 담겼는지는 시민들이 판단할 것”이라고 뼈 있는 말을 남겼다.
한편 새누리당의 ‘읍소 전략’을 비판하는 무소속 의원은 새누리당 탈당 인사들에 국한되지 않았는데, 더불어민주당의 컷오프에 반발해 당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끝내 탈당한 뒤 무소속 출마한 홍의락 후보도 이날 자신의 지역구인 대구 북을에 있는 관음동 금요시장에서 유세하던 도중 “선거 때만 되면 삭발하고 큰 절하며 석고대죄하는데 그게 뭐냐”며 “평소에 잘하라”고 새누리당 후보들을 비판했다.
이처럼 TK 지역 내 새누리당과 무소속 후보들 간의 신경전이 극으로 치달으면서 향후 서로 화해하기도 어려운 지경에 이르고 있어 총선 결과에 따라 둘 중 한 쪽은 완전히 몰락하는 ‘치킨게임’ 양상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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