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세 중 신경전 여전…與 유승민 악연 ‘조윤선’까지 투입

▲ 새누리당 vs 무소속, TK ‘외나무다리’ 혈투 격화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총선이 불과 닷새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새누리당이 심장이라 여기는 대구를 중심으로 TK 지역에서 벌이고 있는 무소속 후보들과의 신경전이 나날이 격화되고 있다.
 
새누리당은 친박계 인사들이 무소속 후보들에 비아냥하는 것은 물론 8일 유승민과의 악연이 있는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까지 대구 지역 유세에 전격 투입했다.
 
이 지역에서 무소속 바람에 불을 지펴 세를 확산시키고 있는 유승민계를 향한 새누리당 진박 후보들의 감정은 그야말로 격앙된 상태여서 맹비난하고 있는 상황이다.
 
◆ 친박계 “유승민, 대통령에 부담만 줘”…“주호영, 낙천도 팔자소관”
 
이날 TK 혈전의 첫 포문은 새누리당 친박계 맏형인 서청원 최고위원이 열었다.
 
서 최고위원은 대구시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누리당에서 공천 탈락해 무소속 출마한 유승민 의원을 겨냥해 그가 탈당 전까지 보였던 모습을 작심한 듯 조목조목 짚어가며 맹렬히 비판했다.
 
서 최고위원은 유 의원이 새누리당 원내대표 재임 시절 일어난 국회법 개정안 파동과 공무원 연금법 개정안 파동 등을 일일이 거론하면서 “이로 인해 국회와 정부, 당과 정부는 극한 갈등으로 치닫게 된 것인데, (유승민계) 이분들은 대통령을 돕기는커녕, 대통령에게 커다란 정치적 부담을 떠넘겼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자신이 20년전 원내총무 시절 ‘노동법 파동’에 책임지고 자진사퇴한 경험을 언급하며 지난해 7월 청와대와 친박계의 온갖 압박에도 한동안 버티던 유 의원의 행태를 꼬집었다.
 
그러면서 서 최고위원은 “박근혜 대통령 입장에선 복장이 터질 일이다. 저 또한 같은 심정”이라며 “오히려 피해자는 박근혜 정부이고, 새누리당 당원이며, 국민”이라고 강조했다.
 
이 기세를 타고 그는 대구 시민들을 향해 “대구가 분열되면 수도권도 분열되고 전국 민심이 분열된다”며 “박근혜 정부의 산파이셨던 대구시민들이 나서 주셔야 한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서 최고위원은 유승민계를 향한 비판에 그치지 않고 이날 대구 수성을에 출마한 새누리당 이인선 후보 지원유세 자리에선 새누리당의 낙천 결정에 탈당해 무소속 출마한 뒤 선전하고 있는 친이계 주호영 의원에게도 날을 세웠다.
 
그는 “제가 친박연대 대표했다는 이유 하나로 18대 국회 1년 만에 감옥살이를 했다”며 “정치보복이었지만 전 한 번도 감옥 넣은 사람에게 욕한 일이 없다”고 자신의 과거 경험을 꺼내 들었다.
 
그러면서 서 최고위원은 “서청원이도 팔자소관으로 돌리고 감옥 갈 운명이니 감옥 갔다”고 말한 뒤 주 의원을 겨냥해 “주호영에게는 (공천 탈락이) 안타깝지만 이해하고, 국가는 법과 제도에서 움직인다. 당도 당헌당규에 따라 당원들은 움직이고 그 명령을 따라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 친박계 핵심인 조원진 의원 역시 무소속 후보를 향해 거침없이 비난을 퍼부었는데 조 의원은 이날 이른바 진박 후보라는 대구 동을의 정종섭 후보를 지원 유세하던 중 유승민계인 무소속 류성걸 후보측의 유세 차량이 로고송을 울리며 지나가자 “요즘 유세하고 있으면 소리를 꺼주는 게 예의”라며“저러니 (공천에서) 잘린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이밖에도 친박계 핵심인 조원진 의원 역시 무소속 후보를 향해 거침없이 비난을 퍼부었는데 조 의원은 이날 이른바 진박 후보라는 대구 동을의 정종섭 후보를 지원 유세하던 중 유승민계인 무소속 류성걸 후보측의 유세 차량이 로고송을 울리며 지나가자 “요즘 유세하고 있으면 소리를 꺼주는 게 예의”라며 “정종섭 후보 같으면 (상대 후보가) 유세하고 있으면 저리 돌아서 온다”라고 말한 뒤 류 후보를 겨냥해 “저러니 (공천에서) 잘린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한 발 더 나아가 그는 이 자리에서 “무소속은 조원진이 입당시키고 싶어도 규정상 2년 동안 입당이 안 된다”고 반복 강조하기도 했는데 이는 유승민계의 소망과 달리 박근혜 정부의 임기 전까지는 새누리당 복당은 불가능하다고 못 박은 것으로 보인다.
 
정종섭 후보도 현 지역구 의원인 유승민계 후보들을 겨냥 “대구 국회의원들이 대구가 이런 (경제 수준이 낙후된) 상황이라고 간절하게 얘기한 사람이 없다”며 “대통령이 유일하게 가장 믿는 사람이 정종섭이다. 지 출세하는 일이냐, 지역구를 살리는 일이냐. 지역구 살리는 일이 정종섭의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공세에 그치지 않고 새누리당은 이날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까지 대구 지원유세에 투입시켰는데, 조 전 수석은 유 의원의 새누리당 원내대표 재임 시절 ‘공무원 연금개혁’ 문제로 당청 갈등을 겪은 끝에 수석직을 사임한 바 있으며 이번 총선 출마를 위해 나선 서초갑에선 유 의원의 측근인 이혜훈 전 의원에 간발의 차로 경선 패배해 낙천됐을 정도로 유승민계와 악연뿐인 점을 고려한 조치란 해석이 우세하다.
 
◆ TK 무소속, 與 ‘읍소 전략’ 집중 비판
 
이 같은 맹공을 받자 이 지역에서 새누리당 후보들에 치열하게 맞붙고 있는 무소속 후보들 역시 가만있지 않았는데, 유승민계인 류성걸, 권은희 의원은 이날 오전 유 의원과 함께 모여 대구 북구 산격3동 주민센터에서 사전투표한 뒤 만난 기자들에게 TK지역에 출마한 새누리당 후보들의 ‘읍소 전략’을 비판했다.
 
류 의원은 최근 친박계 인사들이 당내 공천 파동의 여파로 TK 지지율이 떨어지자 시민들에게 석고대죄한 것과 관련, “결국 공천 자체가 잘못됐다는 걸 스스로 인정한 게 아니냐”며 “공천이 잘못됐으면 탈당해서 무소속 출마한, 또는 공천 관련돼 제기된 그런 사항들에 대해 기존 것은 인정하고 지지해달란 게 아니라 잘못됐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한 시민들의 판단에 맡기겠다고 해야 한다”고 날선 비판을 가했다.
 
함께 있던 권은희 의원은 이보다 한층 수위를 높여 “어제 새누리당이 무릎 꿇고 하는 것, 그거 선거 때마다 하는 쇼 아니냐”면서 “잘못됐다면 (공천 문제) 그걸 바로잡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다만 유 의원은 이미 밝힌 대로 무대응 원칙을 고수하겠다며 맞대응을 자제하면서도 “그분들의 말이나 행동에 진심이 담겼는지는 시민들이 판단할 것”이라고 뼈 있는 말을 남겼다.
 
한편 새누리당의 ‘읍소 전략’을 비판하는 무소속 의원은 새누리당 탈당 인사들에 국한되지 않았는데, 더불어민주당의 컷오프에 반발해 당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끝내 탈당한 뒤 무소속 출마한 홍의락 후보도 이날 자신의 지역구인 대구 북을에 있는 관음동 금요시장에서 유세하던 도중 “선거 때만 되면 삭발하고 큰 절하며 석고대죄하는데 그게 뭐냐”며 “평소에 잘하라”고 새누리당 후보들을 비판했다.
 
이처럼 TK 지역 내 새누리당과 무소속 후보들 간의 신경전이 극으로 치달으면서 향후 서로 화해하기도 어려운 지경에 이르고 있어 총선 결과에 따라 둘 중 한 쪽은 완전히 몰락하는 ‘치킨게임’ 양상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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