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휩싸인 與, 큰절·석고대죄·반성문 로고송 등 총력 다해 호소

▲ 새누리당 지도부가 7일 오전 긴급 선거대책회의를 개최한 가운데 모두발언에 앞서 '죄송합니다 잘하겠습니다 소중한 한 표 부탁드립니다' 라는 팻말을 들고 유권자들에 지지를 호소했다. 시사포커스 / 원명국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공천 갈등의 여파가 끝내 주요 지지층의 투표 포기라는 악재로 나타날 조짐이 보이자 새누리당에 비상이 걸렸다.
 
과반은 물론 180석까지 넘보며 총선 승리를 자신했던 모습은 사라지고 긴급 대책회의를 여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다여’ 구도가 형성된 일부 지역을 기점으로 점차 경합지역이 늘어가고 여전히 상당수의 유권자들이 부동층으로 남아있어 총선 결과를 한 치도 가늠하기 어려운 불확실한 상황이 전개되자 새누리당은 중도층과 부동층의 표심 공략은 물론 기존 지지층의 표심 이탈마저 막아야 하는 난국에 직면했다.
 
연일 야권 후보를 향해 맹공을 퍼붓던 새누리당이 고심 끝에 내놓은 방안은 자세를 한껏 낮추고 감정에 호소하는 이른바 ‘읍소 전략’인데 여권의 텃밭인 영남지역에서조차 야권 및 무소속 후보들의 약진으로 일부 당선이 불투명해지자 결국 ‘반성’하는 자세로 입장을 바꾼 것이라 풀이되고 있다.
 
선거일을 불과 일주일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이렇게 급격히 선거 전략을 수정하기는 쉽지 않은데, 이는 얼마 전까지 야권에서 ‘엄살 전략’이라고 비판했던 것과 달리 실제로 새누리당이 위기 상황임을 반증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 與 ‘비빔밥’부터 ‘석고대죄’까지 ‘화합’·‘반성’ 강조
 
새누리당은 7일 오전 유세까지 중단해가며 지난 4일 밤 열었던 것과 동일한 긴급 선거대책회의를 재차 열고 여권 지지층을 향해 과반 의석이 붕괴될 수도 있는 절박한 상황임을 적극 피력했다.
 
이 자리에서 김무성 대표는 유권자들을 향해 “이번 공천과정에서 국민의 눈 밖에 나는 잘못을 하고 국민들을 실망시켜드렸다”면서 “저희가 잠시 자만심에 빠져 국민들과 공감하지 못하고 집권여당이 가야할 길에서 옆길로 새는 모습을 보였다”고 사과했다.
 
또 공천 갈등 당시 김 대표와 대립각을 세웠던 원유철 원내대표 역시 “당 자체 판세분석과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여소야대가 될 수 있다는 심각한 상황으로 나타났다”며 “공천과정에서 국민들의 정치혐오에 대한 인식을 높였고 지지층이 투표를 포기할 만큼 큰 실망을 안겨드렸다”고 거듭 자세를 낮췄다.
 
분명한 점은 이날 모인 지도부 인사들 모두 과반도 어려울 수 있을 정도로 총선 형세가 어려워진 이유에 대해 한 목소리로 앞서 불거졌던 공천 파동을 꼽았다는 점이다.
 
그러면서도 김 대표는 “집권 과반이 무너지면 국회 뿐 아니라 정부도 무력화될 수밖에 없다”며 기존대로 북핵위협과 경제위기를 내세워 무슨 일이 있어도 150석 이상은 유지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역설했다.
 
이날 눈에 띄는 점은 원 원내대표가 “저희가 실망을 드렸다고 해서 국가 장래가 달린 투표까지 포기하지는 말아달라”고 호소한 부분인데, 그동안 투표율이 높을수록 선거에 유리할 거라는 주장은 야권이 펼쳐온 데 반해 이번엔 반대로 여권이 투표를 독려하고 있단 점에서 상당히 이례적인 경우로 비쳐졌다.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그간 공천 과정에서 대립한 친박계 좌장 서청원 최고위원과 함께 당 화합의 의미에서 비빔밥을 먹고 있다. 시사포커스 / 원명국 기자

이들은 이 같은 모두발언 뒤 표면적으로나마 공천 갈등의 흔적을 씻어내려는 듯 계파 간 ‘화합’의 상징으로 비빔밥을 먹는 모습까지 연출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이날 온라인에는 ‘반성과 다짐의 노래(반다송)’라는 반성문 로고송까지 제작해 올리는 등 수정된 전략에 맞춰 발 빠르게 움직였다.
 
또 지도부 뿐 아니라 현장 후보들 역시 큰절 100배나 석고대죄를 하는 등 유세 방식에서조차 전과 다른 위기감이 느껴졌는데, 이미 전날(6일) 친박 핵심인 최경환 의원이 현재 부진한 대구 지역 출마 후보들과 함께 지난번 공천 파동에 대해 호소문을 통해 사과하는 한편 시민들을 향해 단체로 무릎 꿇고 사죄하는 모습까지 보인 바 있다.
 
당시 최 의원은 대구 시민들이 과거와 달리 ‘친박 마케팅’에도 불구하고 기대한 만큼의 호응을 보내지 않자 이날 “다시는 박 대통령을 잘못 모신다든지 대구 민생을 외면한다든지 우리끼리 싸우는 일을 하지 않겠다”며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다만 반성과 사과한다는 뜻이 추가된 것일 뿐 여전히 ‘박 대통령’을 앞세워 호소하는 형태는 크게 변하지 않았는데 “대구 시민들의 압도적인 지지와 성원만이 박근혜 대통령을 지킬 수 있다”며 “후보자가 마음에 안 들더라도 우리 박 대통령을 위해 이번에 다시 한 번 기회를 달라”고 간청했다.
 
한 발 더 나아가 이날 함께 했던 인사들 중 지역구에서 열세에 처해 있는 김문수, 이인선 등 일부 후보는 남은 선거운동기간동안 매일 100배 석고대죄를 하겠다고 밝혀 어느 때보다 절박한 심경을 내비쳤다.
 
특히 김 후보는 야권의 불모지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했음에도 이 지역에서 3번째 도전하는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후보에 밀려 고전 중이며 공천 파동 끝에 간신히 전략공천 받은 이 후보의 경우 ‘진박’ 후보임을 강조했음에도 수성을에서 친이계 3선의 주호영 의원을 압도하지 못하고 있어 마음을 졸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 뿐 아니라 수도권 역시 야권 단일화가 거의 성사되지 못했음에도 새누리당 후보가 완전히 우세한 지역에 비해 야권 후보들과 박빙으로 경합하는 지역이 상당수여서 새누리당은 이 추세라면 이번 총선에서 과반에 못 미치는 130~140석에 그칠 것으로 자체 예상하고 있다.
 
◆ 무소속·野 “‘읍소 정치’, 말이 되냐” 냉소
 
이렇게 여당이 잔뜩 움츠러들게 된 것을 두고 일각에선 실제 과반 의석 달성까진 어렵지 않음에도 선거열기를 높여 막판 지지층 결집을 노리고 내놓은 승부수일 뿐이라고 혹평하기도 하는데 텃밭인 영남이 흔들리고 수도권은 경합이 많아 불안한 새누리당처럼 근거지인 호남에서 국민의당에 밀리고 수도권은 경합이 많은 더민주 역시 새누리당과 똑같이 목표 의석 달성이 어렵다고 ‘죽는 소리’를 하는 공통점이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고 있다.
 
누구보다도 이런 ‘죽는 소리’에 발끈하는 이들은 새누리당 지지율이 떨어진 원인으로 꼽히는 공천 파동을 겪은 당사자들인데, 유승민계 의원인 무소속 류성걸 의원은 7일 PBC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이제까지 진실하지 않은 사람을 진실하다고 이렇게 공천해서 뽑아달라고 하는 것이야 말로 앞뒤가 안 맞다”라며 “진심으로 우러나서 (사과)하는 거라면 이번에 공천이 잘못됐다, 그렇기에 능력 있고 지역에 필요한 분들한테 투표하자고 얘기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대구 동구갑을 지역구로 둔 류 의원은 이 지역에 새누리당의 단수공천을 받은 대표적인 친박계인 정종섭 전 행자부장관과 박빙의 접전을 벌이고 있어 새누리당에서 내놓은 ‘읍소 전략’ 효과를 차단하기 위해 이 같은 주장을 펴는 것으로 보인다.
 
류 의원은 석고대죄나 읍소 회견에 대해서도 “무릎 꿇고 잘못했다는 말 한마디로 끝날 수 있는 그런 상황이 절대 아니다”라며 “잘못됐으니까 그것은 놔놓고 우리한테 투표해달라. 이건 정서상으로 봐서 잘 안 맞다”고 일침을 가했다.
 
한편 류 의원과 같은 비판적 목소리는 이날 야권에서도 흘러나왔는데,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경기도 남양주갑 유영훈 후보에 대한 지원 유세 도중 새누리당의 ‘읍소 전략’을 겨냥해 “철밥통 거대 양당이 병이 도져 ‘도와달라’고 다시 읍소한다”며 정치가 국민을 도와야지 국민에 도와달라니 무슨 소리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중도를 표방하며 여야 지지층을 모두 아우르려는 국민의당은 새누리당과 더민주가 ‘읍소 전략’으로 감정에 호소해 유권자들을 극단으로 몰고 가게 될 경우 입지가 줄어드는 만큼 거대 양당이 이런 형태로 표심을 양분시키고 선거판을 가열시키는 데 대해 잔뜩 경계하고 있다.

다만 국민의당의 우려와 달리 때 늦은 ‘읍소 전략’이 유권자들의 마음을 얼마나 돌릴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여서 새누리당이 최후의 패로 내놓은 이 전략의 성패에 대해선 좀 더 지켜봐야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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