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갑질’의 시대(부끄러운 의미로)라지만 최근 수 달여 동안 터져나오는 오너가의 갑질은 도를 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기업가 정신은 온데 간데 없고 돈을 많이 버는 것이 특권인 것처럼 여기고 있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것 아닌가 싶다. 이번에는 유명 피자 체인을 운영하는 그룹의 사장이 자신이 있는데 매장 문을 닫았다는 이유로 경비원을 폭행했다는 얘기가 전해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분노하고 있다. 심지어 이 경비원은 매장 소속도 아니다. 깡패도 아니고 이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인가.
 
이 경비원은 건물 소속으로 관리 매뉴얼대로 밤 10시에 문을 잠갔을 뿐이다. 그런데 이 회장은 자신이 안에 있는데 문을 잠갔다는 이유로 사과하는 경비원의 얼굴을 주먹으로 가격했다고 한다. 이 경비원의 나이는 올해 환갑이었다. 아무리 술에 취해 있었다고는 하지만 얼마나 특권의식으로 무장돼 있으면 사과를 하는 사람의 얼굴을 주먹으로 가격할 수 있는가. 당장 이 경비원과 시민단체가 고발하면서 이 회장은 경찰 조사를 받게 됐지만 소속 직원도 아니고 건물 경비원을 폭행했다는 것에 대해 씁쓸한 맛을 지울 수가 없다. 우리들도 차를 몰고 가다 누구와 접촉 사고라도 나는 날엔 상대 차량에 동승한 사람이 어느 기업의 오너가 아닌지부터 살펴야 하는 것 아닌가 모르겠다.
 
더구나 지금은 이 사실이 알려지기 바로 얼마 전 한 유명 건설사의 오너 3세가 운전기사에게 갑질을 자행했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한 바탕 폭풍이 휩쓸고 간 뒤다. 부회장으로 있던 이 오너 3세는 자신의 얼굴을 볼 수 있다는 이유로 사이드미러를 접고 운전을 하라고 명령한다거나 도로 상황을 중계하라는 황당한 지시를 일삼았다. 물론 폭행도 수반됐다. 이 같은 이유로 버티지 못하고 나가 떨어지거나 해고당한 운전기사만도 한 해 동안 40명이 넘었다고 하니 이미 운전기사들 사이에서 이 부회장의 기질이 유명했던 것도 무리가 아니다.
 
불과 수 달여전 우리는 경남지역 한 향토 간장제조 업체의 명예회장이 직원들을 수시로 때리고 개인적인 업무를 시킨다거나 욕설까지 퍼부었던 일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이 회장은 운전기사에게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하고 구둣발로 걷어차거나 주먹으로 때렸다. 인격적 모욕은 기본이고 권고사직까지 말 한마디로 끝냈다. 직원인지 노예인지 알 수가 없는 이 같은 행태가 알려지자 역시 비난 세례가 쏟아졌다. 이 회장 역시 회사를 운영하는 아들과 함께 사과를 했지만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조만간 해당 기업들은 사람들의 관심이 식으면 다시 무슨 일이 있었느냐는 것처럼 잘 돌아갈 것이다. 지난 2013년 남양유업이 그랬고 2014년 대한항공이 그랬다. 오너 일가의 행위 정도로는 회사가 망할 정도의 타격이 가해지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우리나라 자본주의가 압축·고도 성장 속에서 커 왔기 때문에 “돈=권력”이라는 한국형 천민 자본주의가 사회 전반에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돈으로 사람을 사고 돈으로 이 사람을 마음껏 부리는 행태는 오너 일가에게는 익숙한 광경이다. 그래서 마음대로 해서는 안되는 ‘똑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이해하기 힘든 것일까. 워낙 짧은 시간에 급속도로 성장한 우리나라에서 아직 선진국 수준의 ‘노블리스 오블리제’까지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범죄는 저지르지 말아야 할 것 아닌가. 경제적 약자에 대한 이들의 일탈은 반기업 정서를 부추기고 사회적 결속을 저해하는 부작용마저 낳는다. 시대착오적인 ‘회장님 갑질’에 왜 일반인들이 분노하는지 제발 좀 깨닫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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