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 도입 11년 만의 본안소송 나올 듯…엇갈린 대법 판결 변수

▲ 로열뱅크오브캐나다(RBC)가 증권집단소송제도 도입 11년 만의 첫 집단소송 본안재판의 주인공이 될 전망이다. ⓒRBC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캐나다 최대은행인 로열뱅크오브캐나다(RBC)가 증권집단소송제도 도입 11년 만의 첫 집단소송 본안재판의 주인공이 될 전망이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최근 양모 씨 등 2명이 RBC를 상대로 제기한 증권집단소송 허가신청 사건의 재항고심에서 집단소송을 허가한 원심 결정을 확정했다. 지난 2005년 제도 도입 후 11년 만의 첫 본안소송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양 씨 등은 2008년 한화증권(현 한화투자증권)이 판매한 한화스마트 10호 ELS에 투자했다. 기초자산은 SK 보통주였고 주가가 만기 기준일인 2009년 4월 22일에 최초 기준가격의 75%를 넘으면 22%의 투자 수익을 얻고 넘지 못하면 25%의 손해를 보는 상품이었다. 한화증권과 ‘백투백 헤지’ 계약을 맺은 RBC는 만기 기준일 장 마감 10분 전까지 주가가 기준을 충족하자 보유 주식을 대량 매도해 기준 밑으로 주가를 떨어뜨렸다.

이로 인해 양 씨 등 투자자들은 기준 충족으로 인해 받았어야 할 83억원은커녕 원금 68억원 중 25%를 손해보고 51억원만을 돌려받았다. 무려 32억원이 10분 사이에 날아간 셈이다. 이에 양 씨 등은 이 같은 RBC의 행위가 시세조종 행위라며 집단소송 허가를 신청했다.

증권집단소송 제도는 증권거래 과정에서 50명 이상이 피해를 봤을 경우 대표자가 소송을 수행한 뒤 판결에 따라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나머지 투자자들 모두가 보상 또는 구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기업에 의한 피해가 발생해도 각자의 사정 탓에 투자자들의 소송 참여율이 현실적으로 떨어진다는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서 도입됐다.

한 건의 소송으로 많은 피해자들에게 보상을 해 줘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기업 측의 반발이 극심하다. 이번 소송에서도 원고는 2명에 불과하지만 소송이 원고의 승소로 귀결될 경우 소송 대표자를 제외한 436명의 피해자에게 모두 보상이 이뤄진다.

따라서 실제 제도 도입 후 1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제대로 본안소송이 이뤄진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2010년 한 차례 수원지방법원에서 박모 씨 등이 진성티이씨를 상대로 제기한 증권집단소송 허가 신청이 받아들여진 적은 있지만 곧바로 화해가 이뤄져 본안소송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사례가 전무하고 신중한 판단이 요구되기 때문에 이번에도 1심과 2심에서는 집단소송이 허가되지 않았다. 1심과 2심은 “금융사가 ELS 상품을 판매하고 난 후 만기일에 기초 자산을 대량으로 매도한 행위는 집단소송의 대상이 되는 부정행위가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원심을 파기하고 집단소송을 허가했고 파기환송심에서 서울고등법원은 결국 이를 허가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4월 “금융사가 주가를 인위적으로 조작했는지의 여부를 다툴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RBC가 파기환송심 결과에 재항고했지만 대법원은 다시 허가 방침을 확정했다. 소송 허가에만 5년의 시간이 소요된 셈이다.

이번 결정으로 이 소송은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10부(재판장 이은희 부장판사)가 심리할 예정이다. 재판부는 RBC가 양 씨 등에게 판매한 ELS 상품의 기초자산이었던 SK주식을 중간상환일의 장 마감 직전 대량매도한 행위가 시세조종에 해당하는지를 살펴보게 된다.

다만 최근 대법원은 ELS 소송과 관련해 위험을 피하기 위한 이 같은 ‘델타 헤지’ 거래의 배상 책임 여부에 대해 엇갈린 판결을 내리고 있어 아직 결과를 속단하기는 이르다. 대법원은 첫 사례였던 대우증권 관련 소송에서 증권사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지만 최근 PNB파리바은행 관련 소송에서는 책임성을 부정한 바 있다.

한편 당시 상품을 판매한 한화투자증권(구 한화증권)에 대한 증권집단소송은 불허가를 밝힌 1심 이후 원고의 항고 과정에서 제외됐다. 이에 이번 증권집단소송은 RBC를 상대로만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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