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 미남·미녀 스타들의 열풍 속으로

해결사 건달로 분한 조인성, 꽃미남 모습은 간데없고 팬티 차림으로 천연덕스럽게 쇼파에 누워 있다. 손을 팬티속에 넣는 것은 물론 여자 얼굴에 대고 트림을 아무렇지 않게 해댄다. ‘CF퀸’ 장진영이 입에 담지 못할 욕을 질펀하게 하고 아무 곳에나 침을 뱉는다. 속옷이 보일 듯한 짧은 치마를 입고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이 보이면 막바로 머리를 붙잡고 싸운다. 스크린속 ‘탈(脫) 미남ㆍ미녀’붐이 일고 있다. ‘쌩얼’ ‘동안’ 등 젊고 예쁜 얼굴을 선호하는 요즘 세대들과 달리 잘생기고 예쁜 스타들은 오히려 멋진 드라마 주인공보다 망가지는 역할을 선호하고 있다. ◆ 백마 탄 왕자 NO~ 스크린 속 ‘탈 미남ㆍ미녀’ 열풍은 연기력 부재를 벗어나고자 하는 신세대들에게서 두드러진다. 신세대 스타들은 ‘백마 탄 왕자님’이나 ‘순정 멜로 여주인공’으로는 달라진 자신의 모습을 충분히 어필할 수 없다고 판단해 얼굴이 부각되지 않는 역할에 애정을 보이고 있다. 이런 현상은 기존 스타들이 스타성만을 믿고 덤볐던 작품들이 하나같이 참패를 거두면서 더욱 심해지고 있다. 신세대 스타들의 성공 역할 모델은 ‘친구’에서 건달 역을 했던 장동건과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좌충우돌 씩씩녀로 분했던 김선아다. ‘강적’의 천정명, 조인성 등 남자배우들이 유난히 건달 캐릭터를 선호하는 것과 ‘다세포 소녀’의 김옥빈 등 여자배우들이 좌충우돌 깜찍녀에 애정을 보이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 고정화된 이미지가 바뀐다 신세대들과 달리 30대 여성 스타들의 ‘탈 미남ㆍ미녀’ 행진은 CF를 통해 고정화된 이미지를 바꿔 보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CF에서 바른 생활 여인이었던 장진영은 ‘연애참’에서 애인이 있는 남자를 가로채 화끈(?)한 사랑을 즐기는 캐릭터로 열연했다. 역할 또한 술집 종업원이다. 술집 종업원이라는 직업 때문에 일부에선 우려를 보냈지만 장진영은 이번 역할을 통해 인간적인 면을 어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동시에 도도한 이미지를 지우는 데도 어느 정도 성공했다. ‘드라마 퀸’으로 늘 선한 캐릭터로만 분했던 김혜수는 영화 ‘타짜’에서 배신을 용서하지 않는 악녀로 출연했다. 풍만한 외모와 럭셔리한 분위기 사이에서 형성된 이미지에서 한걸음 비켜나가는 변신이다. 자유로운 연애를 꿈꾸는 ‘해변의 여인’의 고현정, ‘어깨 너머’의 이미연도 역시 같은 맥락이다. 스크린 속 ‘탈 미남ㆍ미녀’는 배우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볼 수 있다는 긍정적 측면이 있는 반면 지나치게 바닥 인생만을 조명한다는 지적도 있다. 전문가들은 바닥인생이 극적인 면은 있지만 최근 배우들의 변신은 지나친 감이 있다며 이에 대해 우려를 비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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