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두 번째 배당액 vs 배당액 0원 엇갈린 행보 왜?

▲ 한국씨티은행은 최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1162억원의 배당금을 확정, 고액배당 및 국부유출 논란이 다시 일 태세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나란히 국부유출 논란에 시달려 왔던 외국계 씨티은행과 SC은행이 올해 정반대의 배당성향을 보이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씨티은행은 최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지난해 결산실적을 발표하고 1162억원의 배당금을 확정했다.
 
이 같은 배당금액은 지난 2011년 1299억원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많은 수준이다. 이로써 2005년부터 씨티은행은 7000억원이 넘는 금액을 지분 100% 가까이 보유한 미국 본사로 보내게 됐다.
 
특히 올해 배당액은 지난해 509억원의 두 배에 달한다는 점에서 또 한 차례 국부유출 논란이 일어날 조짐이 감지된다.
 
반면 그간 씨티은행과 함께 본사로의 국부유출 논란에 휘말렸던 SC은행은 씨티은행과 같은 날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2년 만에 올해 아예 배당을 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SC은행은 지난 2009년부터 1조원에 가까운 금액을 본사로 보내 고액배당 논란에 시달려 왔지만 올해만큼은 외풍을 피해갈 수 있을 전망이다.
 
◆씨티은행, 지난해 당기순이익 2배 껑충
유사한 포지션에 위치한 씨티은행과 SC은행의 배당이 이처럼 극과 극으로 갈리게 된 것은 기본적으로 지난해 실적의 차이에서 비롯됐다는 평가다.
 
씨티은행이 이번 정기 주주총회에서 밝힌 결산실적에 따르면 씨티은행은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지난 2014년의 1156억원에 비해 2배나 늘어난 2257억원으로 집계됐다. 주로 판관비 감축, 대한주택공사 출자전환지분의 매매이익 영향으로 풀이된다.
 
특히 판관비는 구조조정이 있었던 지난 2014년에 비해 23% 감소한 8303억원으로 낮아졌고 대손충당금 및 기타 충당금도 신용실적 개선 효과로 전년에 비해 945억원이나 감소한 447억원으로 집계됐다. 또한 기타영업이익은 대한주택보증 출자전환 주식의 매각 이익이 반영되면서 2014년에 비해 367억원이나 급증한 50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에 당기순이익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만큼 배당여력도 그만큼 늘어났고 배당액 역시 두 배 가까이 늘릴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씨티은행은 “감독당국과 협의를 거쳐 오히려 실제 배당 여력보다 적은 수준에서 결정된 액수”라고 밝혔다.
 
◆영업력 저하 및 구조조정 속 고액배당 비판도
하지만 영업력 평가의 척도인 이자수익과 비이자수익은 감소세를 피하지 못했고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와중에 주로 일회성 이익 탓에 증가한 당기순이익의 절반 가량을 본사로 보내는 것은 지나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국씨티은행은 씨티그룹이 100% 출자한 COIC가 99.9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배당금 대부분이 미국 본사로 흘러들어가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지난해 씨티은행의 이자수익은 1조1122억원으로 지난 2014년에 비해 11.8% 줄어들었다. 순이자마진(NIM)이 32bps 가량 하락하면서다. 비이자수익은 신용카드 지급 수수료 증가와 보험·투자상품 판매 수수료 감소 탓에 2014년 대비 무려 40% 가까이 급감한 640억원으로 집계됐다.
 
더욱이 씨티은행은 최근 인력과 점포를 줄이면서 노조와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는 상황이다. 씨티은행은 전국 134개 개인고객 지점을 세 그룹으로 분류, 자산 규모에 따라 취급할 수 있는 점포를 달리 하고 있다. 노조 측은 이를 두고 특정 군에 속한 직원들에게 실적이 나오지 않는 환경을 조성, 구조조정의 수단으로 삼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보내고 있다.
 
이번 정기 주주총회에도 주주로 참석한 노조원들은 고배당 정책이 정부의 내수활성화 정책과 맞지 않는다고 지적하면서 점포 전략에 대해서도 꼬집었다. 노조는 점포전략에 관해 서울지방노동청에 진정을 제출한 바 있다. 또한 아직 노사는 임단협도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직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면서 정부 정책에 따른 과실은 미국 본사로 다 유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씨티은행의 전신인 한미은행에 투입된 공적자금이 3조7000억원에 가깝고 이 중 회수된 금액이 2조1000억원에 불과하다는 점은 혈세 낭비 논란을 반복적으로 발생시키고 있다.
 
다만 정기 주주총회에서 박진회 씨티은행장은 “씨티그룹이 한국에 투자한 돈이 4조7000억원 가량으로 그 비율로 보면 1.2% 가량의 배당이 나간 것”이라며 “감독당국과 협의를 했고 배당 여력 안에서 배당을 했다”고 반박했다. 박진회 행장은 “BIS비율을 감안할 경우 배당 여력이 충분하고 오히려 추가로 배당을 할 수 있음에도 그렇게 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 반면 이번에 2000억원 가량의 고액 배당을 할 것으로 전망됐던 SC은행은 실제 정기 주주총회에서 배당액을 ‘0원’으로 결정, 관심이 모아진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SC은행, 예상 깨고 무배당…특별퇴직 비용 탓
반면 이번에 2000억원 가량의 고액 배당을 할 것으로 전망됐던 SC은행은 실제 정기 주주총회에서 배당액을 ‘0원’으로 결정했다. 나란히 고액배당 논란에 휘말렸던 씨티은행과 정반대의 행보다.
 
SC은행은 지난 2014년 645억원의 적자에도 1500억원을 배당하는 등 높은 배당성향으로 비판의 중심에 서 왔다. SC은행은 지분 100%가 영국의 스탠다드차타드(SC) 금유지주에 속해 있어 배당금 전액이 본사로 흘러들어가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5년간 SC은행이 본사에 안겨준 배당금은 무려 1조원에 달했다.
 
하지만 올해 SC은행은 예상을 깨고 2년 만에 무배당을 선언했다. SC은행은 특별퇴직 등으로 실적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말 SC은행은 대규모 특별퇴직으로 약 5000억원 가량을 지출하고 961명의 임직원을 내보냈다. 이에 지난해 SC은행은 역대 최대 규모인 285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영업손익 기준으로는 4138억원의 손실이 기록됐다.
 
더욱이 올해 초 영업력 악화 우려로 신용등급이 강등되는 등 최근 수 년간 실적이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걸으면서 아무래도 사측 입장에서는 사상 최대 규모의 적자가 부담스러웠을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최근 공정위의 제재도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SC은행이 지난 2014년 적자 속 고액배당을 행한 것에 대해 공정위는 지난 2월 의사결정과정이 투명하지 못했다며 경영유의 조치를 내린 바 있다. 노조 역시 SC은행이 점포 축소와 구조조정에도 고액 배당을 벌이는 것은 부당하다고 항의하기도 했다.
 
◆공정위·노조 압박도 한 몫 했나
다만 SC은행은 특별퇴직 비용을 제외할 경우 지난해 805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SC은행은 점포 최적화 전략과 비용절감 노력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양한 리스크 경감 조치와 개인채무회생 신청 감소 등의 영향으로 충당금 전입액이 2014년에 비해 감소한 것도 한 몫 한 것으로 풀이된다.
 
SC은행의 지난해 고정이하여신비율은 1.07%로 2014년에 비해 0.4%p 상승했고 연체율은 0.29%p 감소한 0.98%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기준 SC은행의 BIS비율은 14.44%, 기본자본비율은 12.96%로 업계 평균을 웃돌기도 했다.
 
이에 역시 적자를 기록했던 지난 2014년과 다르게 올해 배당금이 0원으로 결정된 배경에도 궁금증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SC은행은 이에 대해 “영국 SC그룹의 동의를 받아 특별퇴직 비용을 반영한 것이고 지난해 실적이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해 배당을 하지 않기로 헀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그간의 고배당 논란에 대해서도 SC은행 측은 본사의 투자 규모에 비해 많지 않지만 금융당국의 권고 수준에서 배당 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영국 SC그룹은 지난 2005년 옛 제일은행을 인수한 뒤 현재까지 4조6000억원 가량을 직접투자했다. 옛 제일은행에 들어간 공적자금은 18조원 가량으로 이 중 13조6000억원이 회수된 상태다.
 
박종복 SC은행장은 특별퇴직 비용을 제외할 경우 지난해 영업흑자를 기록한 것에 대해 “은행이 건강한 체질로 바뀌고 있고 향후 1~2년 동안 디지털플랫폼, 이종업종제휴 등 혁신적 채널을 기반으로 수익력을 회복하는 데에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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