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한 누리고 책임도 같이 져야

지난해 5억 원이 넘는 보수를 받은 등기임원이 748명을 기록했다. 재벌닷컴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2015회계연도 결산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2천643개사의 등기임원 보수내역을 집계한 결과 급여 외에 퇴직금 스톡옵션, 기타근로소득을 포함해 5억 원 이상 보수를 받은 경영인은 748명이었다. 지난해 720명 보다 28명이 늘었다.

지난해 세계경기의 불황과 내수부진으로 실적이 악화된 기업들이 많았다. 당연히 실적악화에 따른 보수도 내려가는데 당연지사 이지만 이번 등기임원 보수를 보면 실적악화에 상관없이 고액 연봉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3월 ‘슈퍼주총’이 열리면서 하나같이 등기임원들의 보수한도를 놓고 주주들의 입김이 그 어느 때보다 강했다. 보수한도를 동결하거나 삭감하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올해 등기임원의 보수가 어떻게 결정될지는 연말 실적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지난해 실적이 좋지 않았음에도 보수가 높은 것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난감하다.

재계 관계자는 실적이 좋지 않았음에도 책임경영의 일환으로 에둘러 표현했다. 특히 적자기업의 고액보수는 눈총을 살만하다. 재벌닷컴 자료에 따르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현대상선이 유동성 위기에 빠지면서 매각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 45억 원 가량의 보수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박지원, 정지택 두산중공업 부회장은 두산중공업이 1조7천억원대 적자를 냈음에도 17억과 15억 이상의 보수를 받았다.

이번 주총에서 등기임원들의 보수에 대해 주주들은 동결 및 삭감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였고 그 목소리는 그대로 반영됐다. 이렇게 등기임원들의 보수공개는 받는 만큼 책임을 지라는 주주들의 주문인 셈이다. 반면 보수공개를 꺼려 등기이사를 회피하는 오너 경영인들도 많다는 것이다.

현행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보수공개는 5억 원 이상이면 공개 의무로 규정되어 있다. 최근까지 실질적 권한은 누리고 책임은 회피한다는 지적이 있음에도 오너경영인들은 등기이사직에 이름을 올리지 않는 것이 당연한 일로 여겨졌다. 그 원인은 연봉공개 부담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와 같이 경기가 좋지 않아 기업의 실적이 악화되어 적자전환으로 돌아선 기업의 오너경영인들은 연봉이 공개될 때 높은 보수를 받으면서 책임은 회피하고 있다는 꼬리표가 붙는 부담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재벌 그룹 총수 일가의 등기이사 등재비율이 낮아지고 있는 것이 이상인 일이 아니다. 반면 책임 있는 모습을 보이는 오너 일가도 있다. 이부진 신라호텔 사장, 구본무 LG그룹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회장, 정의선 부회장 등은 등기이사직을 수행하고 있다. 구설수에 오른 최태원 SK회장도 이번 주총에서 등기이사에 이름을 올려 책임경영을 보여 줄 것으로 재계안팎에선 기대하고 있다.

어찌됐든 미등기 임원들도 합리적 논리대로 등기이사에 이름을 올리지 않고 있지만 2018년엔 연봉공개에 따라 5명안에 들어가면 보수를 공개해야 한다. 국회는 법안심사소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미등기 임원도 연봉공개 대상에 포함시키는 내용의 자본시장법을 2월 18일에 통과시켰고 국회본회의를 통과했다. 2018년부터 시행되면 보수 상위 임직원 5명의 연봉을 공개해야 한다. 등기임원이 아닌 가운데 고액연봉을 받는 재벌 그룹 총수일가가 국민적 지탄을 외면하지 말고 어차피 공개되어야 하는 보수라면 등기이사에 이름을 올려 책임 있는 모습을 보이는 게 당연한 것으로 보여 진다.      [시사포커스/김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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